

여행 끝에 방문한 제주도에서 농사의 매력을 느껴 무작정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지금은 당근, 고구마, 단호박 등 제주 대표 농작물을 키우는 3년 차 청년 농부다.
제주에 홀로 내려와 살던 그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인연이 있다. 2년 전 지인의 농장에서 처음 만난 날 꼬리를 흔들며 먼저 다가온 강아지 '하루키'다. 하루키에게 선택받았던 그 날부터 지금껏 가장 친한 친구이자 룸메이트로 지내고 있다.
둘은 일도 함께하는 사이다. 인호 씨의 유일한 직원인 하루키는 '홍보 1팀 하 대리' 직함도 갖고 있다. 인호 씨의 수확물을 홍보할 때도 한 몫 톡톡히 거들뿐 아니라 당근과 호박 등을 시식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하루키는 제가 책임져야 하는 생명체예요. 이 책임감이 저를 더 성숙하게 하는 것 같아요."
바쁜 수확 철만 제외하면 인호 씨는 어디든 하루키와 함께 움직인다. 아침 일찍 하루키와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 서귀포시의 또 다른 밭이다. 양배추와 순무를 교배해 만든 작물 '콜라비'를 심어놓은 밭으로 아는 형님들과 협업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곳이란다.
당근과 마찬가지로 겨울에 수확을 앞두고 있어서 그 전에 잘 자라고 있나 확인차 들른 것이라고. 중간점검을 할 땐 당연히 하루키도 함께한다.
아침부터 하루키의 짐을 싸느라 바쁜 인호 씨. 또 다른 버킷리스트인 캠핑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캠핑 장소는 제주시 우도. 하루키에게 새로운 바다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인호 씨. 눈이 시릴 정도로 새파란 해변을 마음껏 뛰어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어느덧 우도의 밤 캠핑의 하이라이트인 고기 파티가 시작됐다. 집이 아닌 장소에서 즐기는 둘만의 파티. 하루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지금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는 인호 씨. 소감은 들을 수 없지만 평온한 하루키의 표정만 봐도 행복하단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