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면 도쿄도 안심 못한다
▲ 도쿄 신주쿠 빌딩들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 후지산과 수도권은 불과 1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후지산이 분화할 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연합뉴스 |
후지산 인근 주민들도 이상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후지신문>에 따르면 원인을 알 수 없이 지난해 여름부터 주택에서 갑자기 지하수가 솟아오르는 경우가 숱하게 발생했다. 또 후지산 주변 호수 부근에서 갑자기 용수가 올라와 직경 50m의 물웅덩이, 소위 ‘환상의 호수’가 출현하기도 했다. 일본 내각부 보고서를 중심으로 후지산 분화의 위험성을 살펴봤다.
후지산은 1707년에 이미 폭발한 전력이 있고,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과 불과 10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화산의 수명이 100만 년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지산은 생긴 지 10만 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화산활동이 언제 재개돼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지난해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에서 대지진이 일어나고 나흘 뒤인 3월 15일 후지산에서 진도 6의 지진이 있었다. 이때 “소름이 끼쳤다”고 심정을 밝힌 화산전문가들이 많다. 당시 지진은 지하 15~30㎞ 부근에서 일어났는데, 거기는 마그마 덩어리가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고 추정되는 곳이다.
실제 후지산이 분화하면 어떻게 될까? 일본 내각부 후지산방재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손실은 약 2.5조 엔(약 36조 원)에 달한다.
우선 분석과 화산재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후지산에서 20여 ㎞가 떨어진 후지미야시와 시즈오카시 등지에는 직경 30~50㎝의 분석과 토석이 떨어진다. 심지어 도쿄 등지까지도 직경 2~10㎝의 토석이 낙하한다. 또 분화 시 발생하는 에너지로 강한 공진(공기 진동) 현상이 나타나, 갑자기 유리창이 진동하거나 깨진다. 현재 1만 3600여 명의 주민이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에 살고 있다.
화산재로 인한 피해도 막심하다. 재가 지붕 위에 쌓이면 지붕이 통째로 떨어지거나 건물이 붕괴될 위험이 높다. 후지산방재협의회는 화산재가 45㎝ 이상 쌓이면 목조건물의 60%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산재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 기관지염, 호흡곤란, 눈과 코의 질병 등으로 일본 수도권 일대 주민 최대 1250만 명에게 건강상의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화산재가 2㎝ 이상 내린 곳에서는 밭농사, 0.5㎜ 이상 화산재가 내린 곳에서는 벼농사의 수확이 1년간 불가능하다.
대형 산사태도 우려된다. 화산폭발로 산이 무너져 대량의 흙이 쌓이는데, 이런 토사는 기본적으로 불안정하므로 비가 오면 쓸려 내려간다.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눈이 쌓여 있는 겨울철에 분석과 같이 고온을 가진 돌덩이가 떨어져 눈을 녹이면, 경사면 토사가 빠른 속도로 흘러내려 사람이 묻히거나 휩쓸려 떠내려갈 수도 있다.
일본 지바대 쓰쿠이 마사시 교수는 “후지산이 절반 혹은 3분의 1이 무너지면 최대 시속 100㎞로 토사가 밀려 내려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인적피해는 그야말로 재난영화 수준”이라고 말했다. 후지산 인근지역부터 수도권 근방까지는 인구밀도가 높아 적어도 10만 세대, 15만 명의 사망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또 화산재가 강 상류에 쌓이면 하류에서 홍수가 일어난다. 게다가 후지산 주변에는 10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어서 밀려온 토사로 물이 넘쳐나 마치 바다의 쓰나미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럼 1000~1200℃에 이르는 시뻘건 용암은 어떨까? 시즈오카 대학 지질연구팀에서 내놓은 <후지산 용암 시뮬레이터> 보고서에 의하면, 화산폭발 25분 후 용암이 후지산 주변 도로에 도달한다. 용암 분출 때는 대개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어 주변이 어두워지므로 앞을 보며 걷거나 차를 운전하기가 만만치 않다.
용암은 분출 20시간 뒤에 인근 후지미야시에 도착하고, 45일 후에는 도카이도 신칸센 철도와 고속도로를 덮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 일본의 동과 서를 잇는 대동맥이 끊기는 셈이라 구조작업과 물자공급이 늦어진다. 뿐만 아니라 2010년 4월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처럼 화산재로 인해 항공기 운항도 올 스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식량난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가장 치명타는 화산쇄설류다. 화산쇄설류란 화산 폭발로 인해 화산재나 연기, 암석으로 된 구름이 고속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화산폭발이 거의 끝나가는 시기에 형성되는 종 모양의 볼록한 형태의 용암 돔이 마그마 출구를 덮으면 화산 가스의 압력이 높아져 폭발적인 분화로 이어진다. 이 경우 대규모 화산쇄설류가 생긴다.
만일 산허리를 타고 큰 쇄설류가 발생하면, 시속 100~200㎞로 도심을 덮친다. 이때는 도망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돌풍이 분다고 생각하면 된다. 화산쇄설류의 최대속도는 시속 700㎞로 추정되는데, 1902년 서인도 제도 몽펠라 화산 폭발 시 화산쇄설류로 인해 지역 주민 2만 8000여 명이 모두 사망한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는 1991년 남부 규슈 운젠시에 위치한 후겐다케산 분화 시 소방대원과 기자 등 43명이 쇄설류에 희생된 바 있다.
물론 화산폭발은 지진이나 쓰나미에 비하면 예측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분화 전 땅울림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고, 마그마가 상승 시 암반이 부서져 체감할 수 있는 소규모 지진도 빈발하는 등 확실한 전조 현상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대 지진연구소에 의하면 후지산에서 일단 마그마가 처음 상승하기 시작하면 분출하기까지 3시간 정도가 걸릴 것이라 한다. 그러니까 유사시 3시간 정도의 준비 시간이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교토 근처에 있는 비와코 호수에서도 이변이 보고되고 있다. 호수 서편 아래쪽에는 단층대가 있는데, 지하 마그마에 의해 데워진 것으로 보이는 물과 가스가 순환해 호수 저변의 진흙이 분출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지금 수도권을 강타하는 도쿄 직하형 대지진설에 후지산 분화설까지 나오자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