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 또각, 여자만 멋내란 법 있나
누가 하이힐을 여자들의 전유물이라고 했던가. 요즘 미국에서는 아찔한 하이힐에 도전하는 젊은 남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심지어 여자들도 쉽게 엄두를 못 내는 10㎝ 이상의 굽을 너끈히 소화하는 남자들도 많다. 특히 패션에 민감한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인 이런 하이힐 열풍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클럽을 가면 쉽게 느낄 수 있다. LA의 ‘미스터 블랙’ 클럽의 프로모터인 루크 네로는 “어제 한 파티에 갔는데 평범한 바지에 아주 섹시한 빨간색 하이힐을 신고 있는 남자를 봤다. 모두들 ‘세상에! 구두가 너무 예쁘다’라고 외쳤다”라고 말했다.
사실 남자들 사이에서 하이힐이 유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70년대에는 남성용 통굽 구두가 유행하기도 했다.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존 트라볼타가 흰색 양복에 통굽 구두를 신고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엑스팩터> 출신의 가수인 덱스터 헤이굿이 70년대 스타일의 통굽 구두를 신고 무대에 오르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키 작은 남성들이 애용하는 키높이 구두 역시 어떻게 보면 하이힐과 다를 바 없다. 단지 굽을 안에 숨겨 놓았을 뿐이다. 키높이 구두를 즐겨 신는 유명인사로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영화배우 톰 크루즈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남성용 하이힐을 어디서 구입할까. “20㎝ 이하의 굽은 절대 안 신는다”고 말하는 LA의 션 와그너(23)는 보통 주문 제작한 구두를 신는다고 말했으며, 수천 달러를 명품 디자이너 구두를 사는 데 쓴다는 그레고리 알렉산더(26)는 “루이비통이나 구찌, 이브생로랑 등 디자이너 구두들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웬만한 높이는 성에 안 찬다고 말하면서 얼마 전 마음에 쏙 드는 애리조나의 한 제화업체를 찾아냈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곳에서 3000달러(약 340만 원)를 주고 굽 높이가 무려 38㎝인 구두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이힐이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서 <뉴욕타임스>는 일종의 과시욕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멋을 부리고 싶어하는 심리는 여자나 남자나 다 같다는 것이다. 하이힐 마니아인 한 남성은 “여자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자들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참 많다. 점퍼, 스커트, 드레스, 바지, 반바지 등 무엇을 입어도 된다. 반면 남자들은 긴바지나 반바지 둘 중 하나밖에 없다. 아니면 정장이나 티셔츠가 전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다른 데 있을지도 모른다. 심리적인 우월감이 바로 그것이다. 알렉산더는 하이힐을 신는 남자들의 심리에 대해 “권력과 관련이 있다. 하이힐을 신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키가 더 커진다.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걸음걸이도 달라진다. 물론 다리도 더 길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