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분야는 자연증가분에 그쳐, 어린이집·공공의료 예산은 삭감…“촘촘한 약자 복지 어디에?”
참여연대는 2023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을 △기초생활보장 △보육 △노인복지 △보건의료 △아동청소년복지 분야로 나누어 분석한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2023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분야 예산은 지난해 추경 대비 7.1% 증가했고, 주거급여는 17.9%, 교육급여는 28.8% 증가했다. 하지만 생계급여의 경우 내년 기준중위소득이 5.47% 인상됐지만 이는 수급자 규모의 증가에 따른 인상으로 실질 급여인상분은 올해와 동일한 3.65%다. 또 긴급복지지원 사업은 4.1% 증가했지만 이 또한 기준중위소득 인상 등으로 인한 자연증가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자활사업은 0.4% 감소해 여전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사회적 재정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사실상 긴축과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즉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 등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의 인상은 자연증가분에 지나지 않는 수준으로 이를 통한 저소득계층의 삶의 질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참여연대는 아직 코로나19 피해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재유행 위험성도 여전한 상황에서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이 전액 삭감되고, 긴급복지 지원 예산이 예년 수준으로 책정된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보육분야 예산은 지난해 추경 대비 11.4%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약 24%는 부모급여 예산으로 전년 대비 336% 증가했다. 보육교직원 인건비 및 운영지원도 전년대비 상승했으나 지원단가를 1.7% 인상한 것일 뿐이라 최저임금 인상률 5.0%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또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19.3%, 어린이집 기능 보강 사업은 10.0% 삭감됐다. 이는 공적 돌봄 지원 확대 대신 가정 내 돌봄 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여성의 사회참여와 현대의 가족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공보육 이용률은 2019년 56.9%에서 2021년 80.8%까지 상승했다. 공공보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영유아 보육시설 인프라 확충과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삭감은 의아한 일이다. 오히려 공공돌봄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노인복지예산은 지난해 추경 대비 11.3%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 3년 동안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더구나 2025년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돌봄 수요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노인장기요양시설확충 사업은 19.3% 삭감되었다. 노인일자리 관련 사업은 0.4%의 낮은 증가율과 함께 공공형 일자리 대신 민간형 일자리 중심으로 확대됐다. 때문에 노인복지의 퇴행이 우려된다는 시각이 많다.
보건의료분야 예산은 지난해 추경 대비 13.4% 감소했다. 특히 공공보건의료확충 사업 예산이 61.3%가 삭감됐는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기관 손실보상, 인건비 등의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따른 것이다. 또 농어촌 보건소 이전 신축, 의료 및 분만 취약지 지원 사업,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 등의 예산도 감액됐다. 반면 사업의 타당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진행되는 R&D(연구개발) 등 의료 산업화 예산이 신규로 편성되거나 지속되고 있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공공투자 대신 민간에 맡기는 예산 편성 경향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2023년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기획재정부 소관의 전체 아동·청소년복지 분야 예산은 지난해 추경 대비 2.3% 증가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만 놓고 보면 아동·청소년복지 분야 예산이 지난해 추경 대비 1.5% 감소했다.
특히 수요가 많은 초등돌봄교실의 교육부 예산은 100% 삭감됐고 전국적으로 차별 없이 시행돼야 하는 다함께 돌봄센터 사업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로 이전됐다. 이번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기존 보건복지부 일반회계에서 책정해온 총 24개의 사업, 예산 약 1조 원을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로 이전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업이 지역을 육성하는 목적의 지역지원계정 항목으로 편성됐다. 시민사회는 지역 간 차별 없이 보편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사업들을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로 이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11월 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국회의원 10여 명 등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참여연대를 비롯해 무상의료운동본부, 돌봄공공연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복지예산 축소 편성 규탄과 사회안전망 예산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총지출 639조 원 규모의 2023년 예산안을 제시했다. 총지출은 전년대비 5.2% 증가했지만 추경대비로는 6.0% 감소한 것으로 지난 5년간 평균 총지출 증가율 8.7%의 60% 수준이다. 이는 긴축 재정 기조에 기인한 예산편성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기자회견에서는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생계위기, 주거위기, 돌봄위기, 고용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기조에서의 긴축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에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이 직면한 돌봄, 소득, 고용 등의 위기와 현재의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등 복합적 경제위기로 인한 시민들의 어려움에 대한 고민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현금성 지원만 찔끔 늘렸을 뿐, 정부가 밝힌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복지 투자는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성토했다.
또 “위기는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집중된다. 빈곤, 공공돌봄, 공공의료 예산을 대폭 확충해 시민들이 당면한 생계와 돌봄 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복지 축소, 민영화 기조의 예산을 국회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