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브랜드 선호 늘고 고령화 따른 실버제품 인기…공안당국 인터넷 사기 사례 공개 “소비자·기업 권익 보호”
10월 24일 광군제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다음날인 10월 25일 한 쇼핑몰 발표에 따르면 예약 판매 1시간 만에 3000여 개 브랜드 거래액이 2021년보다 2배 늘었다. 최대 상거래기업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라이브 커머스 ‘타오바오’ 채널엔 130개에 달하는 판매 방송이 가동됐다. 예약 판매 기간 타오바오의 매출은 2021년 동기 대비 365% 늘어났다.
알리바바와 주도권을 다투는 징둥은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299위안(5만 6000원) 구매 시 50위안(9400원) 할인’ ‘1000위안(19만 원) 구매 시 100위안(1만 8000원) 할인’ 등이다. 징둥그룹 부회장 린천은 “올해 광군제엔 2021년보다 판매량이 50%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예약 판매를 토대로 이번 광군제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해볼 수 있다. 우선 중국 브랜드가 좋은 실적을 거뒀다. 10월 31일 거래액이 1억 위안(190억 원)인 102개 브랜드 중 국산품은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해외구매자들의 중국산 제품 구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둥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 신발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400% 늘었다. 역사와 전통문화를 다루는 서적이 지난해보다 380% 많이 팔렸다는 것도 눈길을 모은다. 책을 통해 중국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거시경제연구원 왕윈 연구원은 “국산 브랜드 실적 호조는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품질의 향상 때문으로 보인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소비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게 국산 브랜드의 장기적 발전의 열쇠”라고 말했다.
주요 해외 브랜드의 신제품들이 대거 들어온 것도 2022년 광군제의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힌다. 수입 ‘신상’은 지난해보다 12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잠재력이 큰 중국의 소비 시장이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성’과 ‘녹색’도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다. ‘징둥 11.11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주 소비층인 20~40대는 낭비를 거부하고 이성적이며 건강한 소비를 추구한다. 이들은 ‘가성비’를 따지고 품질을 꼼꼼히 체크한 후 제품을 구매한다.
예약 판매 기간 녹색 에너지 가전 판매량이 폭등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징둥은 ‘청록 계획’을 세워 에너지 가전, 식품 등에 ‘녹색 라벨’을 붙였다. 인타이 백화점은 분해가 되는 ‘녹색 봉투’에 물건을 넣어 팔았다. 백화점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소비행태가 업그레이드된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트렌드는 ‘실버’다. 심박수와 호흡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알려주는 5G 스마트 침대, 무선 블루투스 보청기, 소화가 잘 되는 건강식, 영양제 등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부모님들을 위한 건강검진 서비스도 인기를 끌었다.
왕이밍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인 제품 및 서비스 시장의 잠재력이 커졌다”면서 “과거엔 노인수요가 ‘생존형’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의료, 건강, 관광, 문화 등으로 발전했다. 이는 국내 수요를 확장하여 경제 성장의 새로운 원동력을 배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 상거래 확산은 대중의 편의를 높이고, 소비 경험을 풍부하게 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아졌다. 특히 광군제 때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쏟아졌다. 공안기관은 광군제를 맞아 수상한 플랫폼과 개인을 조심하고, 소비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하며 온라인 침해 및 위조 범죄의 대표적 사례 10건을 발표했다. 이는 인터넷과 SNS 등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올해 초 공안기관이 대대적으로 적발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저작권 위반 사건이 첫 번째로 꼽혔다. 한 인터넷 쇼핑몰은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인형, 운동복, 우표, 기념품 등을 판매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저작권을 침해한 ‘짝퉁’이었다. 전국의 공안기관들이 수사를 진행해 이 쇼핑몰 관계자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중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한 불법 다이어트 제품 사건도 포함됐다. 올해 6월 화이난 공안기관은 한 다이어트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수사했다. 33명 용의자를 체포했고, 범죄소굴 10곳을 소탕했다. 이들은 인체에 치명적인 페놀프탈레인 원료가 함유된 제품을 온라인 방송에서 홍보하며 수익을 거뒀다. 이 제품을 먹은 많은 소비자들이 건강 악화로 고생을 했다.
‘중국인들의 유별난 차사랑’을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8월 공안기관은 한 냉차 판매업체를 수사했다. 13명의 용의자를 체포했고, 완제품 50만 개와 원료 등을 전량 압수했다. 이들은 통풍과 고혈압 등에 효과가 있다는 냉차를 제조해 판매했다. SNS 마케팅을 적극 펼치며 전국에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이 냉차는 사람이 먹어선 안 되는 원료가 첨가된 불량 식품이었다.
많은 학부모들의 분노를 샀던 불법 복제 서적 판매 사례도 빠지지 않았다. 공안당국은 9월 초중고 교육 도서를 판매하는 한 온라인 출판사를 긴급 폐쇄했다. 이 출판사는 기존의 서적을 그대로 베낀 ‘해적판’을 저렴하게 팔았다. 공안당국은 인쇄, 판매 등 31곳을 압수수색해 불법 복제한 274만 권을 압수했다.
공안기관이 공개한 사례 중엔 위조 제품 판매가 가장 많았다. 운동화, 자전거, 화장품, 의류, 휴대전화 등이다. 이 품목들은 온라인 판매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들이다. 지난해부터 그만큼 위조가 많기도 하다. 공안당국은 “위조 판매 범죄 네트워크를 제거해 소비자와 기업의 권익을 확실히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