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데뷔 ‘간절함’을 족쇄 만들어 대표 사욕 채웠나…“멤버들 정신과 치료까지”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회관 인권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오메가엑스 멤버들은 소속사 전 대표 강 아무개 씨의 폭언과 폭행 논란 및 향후 계획 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견장에는 오메가엑스의 멤버 11명 전원(재한 휘찬 세빈 한겸 태동 XEN 제현 케빈 정훈 혁 예찬)과 이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서주연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날 노종언 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오메가엑스 멤버들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하기로 결정했으며 금일자로 전속계약해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향후 추가로 형사소송과 위자료 청구 소송 등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멤버들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기로 의견을 모은 이유는 데뷔부터 활동 기간 동안 있었던 대표 강 씨의 폭언과 폭행, 성희롱, 성추행 등 피해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는 표면적으로 황 아무개 씨가 대표를 맡고 있으나 아내인 강 씨가 연예 활동 전반을 매니지먼트 하고 있어 사실상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돼 왔다.
리더 재한은 "그동안 참고 버틸 수 밖에 없던 이유는 마지막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과 팬분들을 위해서였다"고 말문을 열면서 "맏형·리더로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멤버들을 보고 제가 지켜내고 싶었다. 꿈을 잃게 될까봐 참고 견뎠는데 더는 안 되겠다는, 앞으로 꿈을 펼치지 못하겠단 생각이 들어 세상에 소리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기자회견을 열게 된 이유를 간략히 밝혔다.
그러면서 "강 씨는 대표라는 이유로 멤버들에게 술을 마시게 한 것은 물론, 성희롱 발언을 하고 허벅지와 얼굴을 만지고 손을 잡는 등 성추행을 상습적으로 했다"며 "술자리가 끝난 뒤 카톡 등을 통해 연락도 수시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씨는 (멤버들에게) '오메가엑스를 계속할 거면 박박 기어라' '죽여버린다' 등의 폭언도 일삼았다.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며 멤버들을 협박해 불안에 떨게 하기도 했다"며 "이로 인해 멤버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폭언과 폭행 피해는 비단 멤버들 뿐 아니라 매니저를 비롯한 소속사 직원들에게도 이어졌다는 게 재한의 주장이다. 실제로 앞서 강 씨가 소속사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다른 멤버들이 입은 성희롱을 포함한 갑질 피해 증언도 이어졌다. 한겸은 "회식 술자리에서 그런 일이 많이 벌어졌는데 (강 씨 대신 술을 마셔 주는) 흑기사를 하면 선물을 주는 이상한 문화도 있었다"라며 "강 씨는 흑기사를 안 하면 삐쳐서 째려봤고, 다음 날엔 차갑게 대하곤 했다. 그래서 비위를 맞추며 술자리에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술자리를 거부하면 "다음 앨범을 내주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했다는 게 멤버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한 모든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멤버들이 피해 사실을 밝히며 사과를 요구하면 오히려 또 다른 협박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정훈은 "강 대표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니 오히려 군대 문제를 거론하고 터무니없는 정산서를 주며 협박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해당 정산서에는 데뷔하면서 멤버들로 인해 소속사에 빚이 생겼으니 한 명 당 3~4억 씩 갚으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의 갑질과 가스라이팅으로 충격을 입은 멤버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제현은 "한겸을 포함해 모든 멤버들이 불안감과 공황 증세를 보이고 있다. 나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하이 톤 목소리만 들어도 놀랄 정도"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16일부터 남미 5개 도시 및 미주 11개 도시가 포함된 2022 월드투어 ‘커텍트: 돈트 기브 업(CONNECT: Don't give up)’에 나섰던 오메가엑스가 10월 22일(현지시각) 강 대표로부터 폭언과 폭행 피해를 입은 사실이 처음 국내에 알려졌다. 이는 당시 투어 공연에 참석했던 한 팬을 통해 폭로됐으며 이 팬은 자신의 트위터에 “밖에서 음식 배달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애들(오메가엑스) 회사 대표님이 애들 때리는 걸 봤다”며 음성 파일을 올렸다. 해당 파일에는 대표 강 씨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이 “나 이렇게 힘들 때 너희가 나를 케어해 줬냐(돌봐줬냐)”며 따지자 멤버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이 “하지 마세요, 재한이(멤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에요”라고 말렸고, 이에 강 씨가 다시 “하지 마? 야, 네가 뭔데? 난 쓰러졌어”라며 공격적인 말을 이어가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재한이 쓰러지자 강 씨는 “야, 일어나”라며 거칠게 대했고 다른 멤버들의 당황스러운 탄식과 재한의 울음 소리가 이어졌다.
폭로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자 소속사는 입장문을 내고 “모든 투어가 끝난 시점에서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서로가 열심히 해온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운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감정이 격해져 언성이 높아졌던 것”이라며 “식사자리 이후에도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멤버들과 소속사는 계속해서 대화를 나눠 현재는 모든 오해를 풀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 이후 소속사가 멤버들의 귀국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억류' 논란이 새로 불거졌고, 결국 멤버들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사비로 10월 25일 입국해야 했다.
소속사의 입장문과 달리 멤버들 역시 지난 6일 새로운 공식 SNS 계정을 개설해 "소속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밝히며 반박에 나섰다. 이에 소속사는 이튿날인 7일 두 번째 입장문을 내고 "소속사의 미흡한 대응으로 실망을 시켜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라며 문제의 강 씨가 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으나 멤버들은 계약 해지에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가 해외 투어 공연 당시 코로나에 걸린 멤버들의 몸 상태를 숨기고 공연을 강행하게 하는 등의 새로운 의혹까지 불거져 국내외 K-팝 팬덤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노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행과 협박, 업무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및 공갈 미수로 강 대표를 고소하고 신속히 전속계약 효력 정리를 하게 할 것"이라며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철저히 묵살한 황 회장에게도 방조 및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메가엑스 멤버들은 지난 15일 그룹명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한 상태다. 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와 계약 해지 후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되면 해당 소속사에 상표권을 양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재한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만큼 오메가엑스 멤버와 팬 분들을 지키고 싶어 11명이 함께 활동하려고 하고 있다. 좋은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라며 "정말 그 누구보다 팬 분들의 힘이 있었기에 저희 11명 모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용기 낼 수 있었다. 11명은 포기하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팬 분들께 인사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