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김종인 영입한 것부터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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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용 전략 신당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박세일 대표는 국가 비전을 제기하기 위한 제3의 대안정당이라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그는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맡으며 공직에 몸담았고, 이어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요청으로 총선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지만, 그동안은 ‘남을 돕기 위한’ 정치에 주력했던 게 사실이다. ‘대중도통합신당’을 표방하는 신당인 ‘국민생각’을 창당하게 된 것은 이제 자신이 주도적으로 나서기 위함인 듯했다. 그러나 ‘총선겨냥용’ 전략적 신당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창당대회 당일에는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장기표 대표와 결별하는 ‘돌발변수’를 맞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창당 작업을 마치고 총선을 준비 중인 박세일 대표가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신당의 목표는 무엇일까. 지난 2월 29일 박 대표를 만나 저간의 사정과 앞으로의 구상을 들어보았다.
―‘국민생각’을 창당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정치란 권력투쟁과 국가경영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과도하게 권력투쟁에 치중돼 있다. 그러다보니 국가경영은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했다. 요즘 민생을 많이 얘기하지만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 차원의 구호일 뿐이다. 국민생각은 제3의 대안정당으로서 양당 구조의 폐해를 불식시키고 국가 비전을 제기하기 위해 탄생한 정당이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겨냥한 전략적인 신당이라는 비판도 있다.
▲물론 정당의 존립 목적이 수권 정당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창당하자마자 발등의 불인 총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내 설명을 들으면 선거용으로 등장하는 정당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지 않나. 정치를 안 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것을 봐도 단순히 선거용이라고 비판하긴 어려울 것이다.
―30석 정도의 목표치를 가지고 출발했는데 현실성이 있는 건가.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의 ‘최소 목표치’다.
‘국민생각’은 박세일 대표와 함께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가 함께 창당준비 작업을 해온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창당대회 당일 돌연 장기표 대표가 불참을 선언하며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장 대표가 ‘공동대표’를 원했으나 박 대표 측이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반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과연 어떤 내막이 있었을지 궁금했다. 장 대표는 결국 독자적으로 지난 2월 27일 ‘녹색통일당’이라는 정당을 창당했다. 9번째 창당이다.
―어떤 과정이 있었기에 장기표 대표와 갈라섰나.
▲이념적으로 서로 간에 차이가 좀 있었다. 예를 들어 FTA에 대해 장 대표는 대단히 부정적이고 나는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FTA 자체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보다 중요했던 것은 당의 운영체제 면에서 그동안 쭉 공동대표를 해왔는데, 창준위 차원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난 당을 만드니까 누군가 최종책임자는 한 명이어야 합리적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장 대표는 둘을 둬야 한다고 해서 결국 두 사람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이 안을 운영위원회에 올려 한 명으로 결정했는데 장 대표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이후 장 대표에게 상임고문직을 제안하겠다고 했었는데.
▲나중에는 장 대표가 대표하고 내가 상임고문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조직이 가동하려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책임자를 한 명으로 둬야 한다. 그 이후에도 서로 연락을 하고 있다. 녹색통일당이라고 어제인가 새로 당을 만들었다고 해서 가서 축사를 할까 하다가 그러는 것까진 좀 그래서 화환도 보내고 전화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야권은 진통이 있긴 하지만 통합이라는 과제를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보수권에서도 통합에 대한 요구가 큰데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야권 특히 통합진보당의 경우 그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가치를 무시하고 이합집산적으로 모인 것 아닌가. 보수연합도 이익에만 기초한다면 아무 이익이 없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새누리당의 많은 부분은 가치보수가 아닌 이익보수다. 새누리당 본래의 가치를 소중히 한다면 우리가 같이 연대할 수 있다.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안이하게 들리는 면이 있다.
▲현실정치에서는 걱정스런 부분이 물론 있다. 단순히 이익에 따라 움직일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박 대표가 대중도통합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한 계획에 대해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가 “거창하지만 황당하다”고 비판한 적이 있었다. 자유선진당과도 연대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
▲이회창 전 대표는 내가 한번 찾아뵙고 설명을 드렸다. 왜 ‘대중도’인가를 충분히 설명 드렸고 이 전 대표도 이해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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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일 대표가 ‘국민생각’ 창당이념과 4ㆍ11 총선전략, 앞으로의 비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최근 만남을 가졌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예방 차원의 만남이었으니 덕담 차원의 이야기가 오갔다. 옛날 탄핵 후에 한나라당이 대단히 어려울 때 같이 일했었던 지나간 이야기들을 좀 나누었다.
―새누리당은 이재오 의원 공천 여부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박 대표는 양당의 공천과정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던 듯 목소리를 높였다)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의 쇄신 방향이 제대로 된 건가 하는 의문이 있다. 이름 바꾸고 사람 바꾼다고 생각이 바뀌진 않는다. 17대, 18대에서도 초선이 40%가 넘었다. 항상 바꿔왔지만 뭐가 달라졌나. 초선으로 다 깔리면 도리어 당의 리더십만 더 권위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무상시리즈 이건 무책임한 진보다. 무상시리즈로 복지 문제 푼다는 거는 국민을 속이는 가짜 진보다. 재정도 걱정하면서 복지 문제를 제대로 풀려고 하는 책임 있는 진보를 보여줘야 한다.
―이재오 의원 공천에 대해 어떻게 평하나.
▲개인의 공천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향은 통합 쪽으로 가는 게 옳다고 본다.
―인명진 전 윤리위원장이 “당내 화합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이재오 의원에게) 공천을 준 것은 잘 된 일로 본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나도 그 의견이 옳다고 본다.
―김종인 비대위원이 일방적인 공천위 명단 발표에 대해 반발했는데.
▲절차적인 문제는 절차대로 해결해야 한다. 근데 나는 김종인 위원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새누리당의 미래가 뭔지 모르겠다. 그 분은 새누리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말을 빼자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아닌 거다. 잘못된 보수를 했다면 올바른 보수로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보수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 즉 ‘아버지의 가치와 어머니의 가치’가 모두 필요하다. 그 분이 갖고 있는 나름의 정책관을 나는 알고 있지만 그것이 이 시대에 올바른 보수가 갈 길이냐 하는 것에는, 난 확신이 없다.
박세일 대표는 “김종인 위원을 영입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본다. 그 분이 지금까지 뭐하시는 분이었나. 예전에 민주당도 있었고 딴 당에도 있지 않았었나. 다양한 견해를 듣기 위해 모셔오는 건 좋은데, 난 그 분이 새누리당을 재단할 수 있는 가치적 기초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공당의 자기반성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다른 당’을 걱정하기에 국민생각의 현 상황도 그리 녹록하진 않아 보였다. “현역 의원 30명 정도가 동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전망하긴 아직 부족한 상태다.
박세일 대표가 직접 총선 출마 결심을 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직접 출마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엔 생각을 안했는데 지금은 고민 중”이라고 밝혔으나 뉘앙스에는 90%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곁에 있던 참모진은 인터뷰가 끝난 뒤 “새로운 뉴스가 조만간 있을 것”이라며 ‘총선 출마 선언’에 대한 힌트를 전하기도 했다. 결국 인터뷰를 가진 다음 날, 박세일 대표는 예상대로 ‘서초 갑’에 출마 선언을 했다. “난 국회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고 좋은 분들을 국회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것이 하나의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선거에 들어가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주장들이 많았다”는 것이 총선 출마 결심에 대한 ‘이유’였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