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정신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존재의 이유를 달고 있다. 육신의 허기는 음식물로 해결되는 단순한 것이지만, 정신적 허기는 모습이 여럿이기에 간단치가 않다. 그래서 미술도 여러 가지 표정의 얼굴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술의 표정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주술적 얼굴이다. 인류가 미술과 만나면서 처음 보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표정이었다. 다양한 종교적 의미를 지닌 미술은 모두 이런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미술은 이런 표정을 조금씩 바꾸어 가면서 인류 곁에 머물러왔던 셈이다.
미술의 또 다른 표정으로는 역사적 사실을 담아내는 딱딱한 얼굴이 있다. 그런가 하면 사상이나 이념을 전달하는 근엄한 얼굴도 있다. 또는 아름답게 치장하기 위해 꾸민 표정의 얼굴은 사람들에게 미술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메이크업(재료와 기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표정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 중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얼굴은 아름답게 꾸민 표정인데, ‘미술의 장식적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술의 이런 표정에서 정신적 위안이나 잃어버렸던 정서의 환기, 또는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성애리의 회화에서 만나는 미술의 표정도 이런 것이다. 그래서 아주 장식적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화사한 색채다. 예쁜 색들을 골라 쓴 탓에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색채만 그런 것이 아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소재도 모두 친근해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그는 주홍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비단잉어와 모란꽃 그리고 전통적인 도자기로 화면을 구성한다. 얼핏 보면 붉은 색 모란이 꽂힌 도자기를 배경으로 여러 마리의 비단 잉어가 자유롭게 헤엄치는 그림 같다.
그런데 조금 유심히 뜯어보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연출한 회화적 현실인 셈이다.
“비단잉어는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오래된 동양 정신이며, 모란은 꽃 중의 왕으로 불리며 고귀함을 뜻하지요. 사람들은 모두 이런 것을 원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명품 도자기를 만들 듯이 오랜 노력과 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제 그림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러한 소망을 담으려는 것입니다.”
성애리 회화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법이다. 그는 아크릴 물감과 수채화 기법으로 환상적 분위기의 화면을 연출한다. 이런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스푸마토 기법을 쓴다. 스푸마토 기법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개발한 회화 기법으로 윤곽선을 흐릿하게 처리해 화면의 깊이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