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새 타격폼 장착했어요
▲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스프링캠프 동안 중점적으로 매달렸던 게 타격폼 수정이었어요. 브루스 필즈 타격코치와 함께 타격폼 수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아직까진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집요해진 몸쪽 승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오른발의 이동폭을 줄이고 텍사스 레인저스의 마이클 영처럼 발을 땅에 딛고 방망이를 휘두르는데요, 머리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좀 더 빨리 준비 자세를 취하면 투수가 던진 공을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을 거란 타격 코치의 조언도 한몫했습니다.
그런데 폼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타석에 들어가서 폼에 신경 쓰다가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타이밍 잡기가 힘든 거죠. 공에 집중하지 못하고 폼에 신경을 쓰다 보니 몸의 반응이 느려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2주 동안 시범경기를 치르며 수정된 타격폼으로 타석에 나가 보고, 그게 잘 맞지 않는 것 같으면 원래대로 돌아올 계획입니다.
스프링캠프 동안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수술로 선수단을 떠나 있는 돌발 상황이 벌어진 탓에 감독이나 코치들 모두 선수들에게 부상을 조심하라고 자주 얘길 하시네요. 선수들이 의욕을 갖고 뭔가를 해보려 하면 코치들이 다가와서 살살 하라는 말씀을 하세요. 앞으로 시즌 개막 때까지 한 달이나 남았는데 뭘 그리 빨리 하려 하느냐면서…. 부상 선수 속출로 인한 코칭스태프의 가슴 졸임이 훈련 때마다 전해져 오는 상황입니다.
‘옆 동네’에선 다르빗슈 유 때문에 시끌벅적하네요. 시범경기 동안 그 선수를 상대로 타석에 들어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선 다르빗슈를 만나게 된다면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워낙 좋은 투수이고, 이미 WBC 대회를 통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맞붙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 대회에서 제가 다르빗슈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거든요. 굳이 다시 기록을 들춰내본다면, 2라운드에서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났고, 결승전에서도 9회말 1사 1,2루에서 삼진을 당했습니다.
솔직히 WBC 대회에선 다르빗슈보다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은 이와쿠마 히사시의 공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결승전에서 이와쿠마한테 삼진 한 번 먹고 5회 동점 홈런을 쳤는데, 이와쿠마 공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동양인 선수가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실력만 보여준다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메이저리그의 세계입니다. ‘일본인’ ‘한국인’이 아닌 같은 동양인으로서 다르빗슈와 이와쿠마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물론 제가 더 잘해야 되겠지만요^^.
내일부터 치르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시범경기에 많은 분들의 응원 부탁합니다. ‘추추트레인’이 제대로 가동하는지 지켜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