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봐주십쇼잉~’ 속보이는 돈 넙죽
국회의원들의 정치 후원금 편법 모금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가 3월 8일 정보공개청구에 따라 공개한 ‘2011년 300만 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정치인들은 편법과 이색적인 방법을 동원해 후원금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 상임위원회 유관단체나 기업체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모금하는 관행은 여전했고 직업이나 주소, 연락처 등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거액을 후원하는 ‘묻지마 후원’도 적지 않았다. 또한 의원들끼리 상호 주고받는 ‘품앗이 기부’와 지방의원들의 후원 관행도 여전했다. 국회의원들의 편법적이고 이색적인 후원금 모금 백태를 들여다봤다.
국회의원들이 소속 상임위 유관단체나 기업체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의원들의 개인적인 친분이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후원금을 모금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와 직·간접적으로 연계가 돼 있는 유관단체나 기업체의 후원은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선관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정무위 소속 김영선 새누리당 의원은 정무위 유관업체인 금융투자협회 백명현 상무로부터 500만 원을 후원받았고 같은 당 이사철 의원도 대우증권 측으로부터 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조영택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영하 한국 리스여신 대표에게 500만 원을 받았다.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교육업체 리드캔 대표로부터 500만 원을 받았다. 보건복지위의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은 의료업체 메디다스로부터 500만 원을 후원받았다. 또한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김영록 민주통합당 의원은 수산업계 종사자라고 밝힌 박삼재 씨로부터 10차례 걸쳐 총 400만 원을 후원받았고, 풀무원생활건강 이규석 사장은 풀무원 창업자인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비뇨기과 의사 출신인 조문환 새누리당 의원은 의사 6명으로부터 2900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했고, 치과의사 출신인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은 치과의사 2명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체로부터 거액 후원금을 모금한 의원들도 상당수에 달했다.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과 정병국 의원은 각각 효창 태혁준 대표와 성부그룹 권병국 회장으로부터 500만 원을 후원받았다.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은 부국증권 장옥수 대표이사로부터 매달 30만 원씩 연간 360만 원을, 같은 당 김광림 의원은 흥국 측으로부터 500만 원을 후원받았다.
범 현대가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조전혁 새누리당 의원에게,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이사는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에게, 동화홀딩스 승명호 대표는 윤상일 새누리당 의원에게, 대한방직 설범 회장은 권영세 새누리당 의원에게 500만 원을 각각 후원했다.
김형오 새누리당 의원은 한맥중공업 장창현 회장, 대선조선 안강태 회장과 안재용 전무에게서 각각 500만 원씩을 후원받았다. 민주통합당 정장선·변재일 의원은 각각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과 윤의국 고려신용정보 회장으로부터 500만 원을 후원받았다. 손길승 SK텔레콤 회장은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과 강봉균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각각 500만 원씩을 후원했다.
건설업계의 후원 사례도 눈에 띄었다. 새누리당에서는 권영진 의원이 대명건설 권준호 씨로부터 500만 원, 주성영 의원은 청광주택건설 박철연 대표부터 310만 원, 조진래 의원은 광림토건과 청호건설로부터 각각 400만 원을 후원받았다. 송훈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거성종합건설 정병태 대표로부터 500만 원, 일우종합건설 유일환 대표로부터 400만 원을 후원받았다.
국회의원 상호간의 품앗이 지원과 지방의회 의원이 현역 의원에게 후원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경우 고승덕 의원이 이두아 의원에게, 이은재 의원이 이범래 의원에게 500만 원을 각각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권 의원은 이례적으로 자신에게 500만 원을 기부했다. 주호영 의원은 무소속 김성식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김충조 의원이 같은당 김성곤 의원에게 8차례에 걸쳐 460만 원을 후원했다. 또 김 의원은 새누리당 차명진 의원에게도 500만 원을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최영희 이성남 박은수 의원은 손학규 상임고문에게 각각 400만 원을 후원했다. 강성종 의원은 변재일 의원에게 500만 원을 기부했고, 우윤근 의원은 국회 법사위 동료인 박영선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관행도 여전했다. 부산 연제구의원 5명은 새누리당 박대해 의원에게 각각 500만 원의 후원금을 기부했다. 수원 시의원 1명은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에게, 고양 시의원 1명은 새누리당 김영선 의원에게 각각 500만 원을 후원했다. 민주통합당 신낙균 의원의 한 비서관은 신 의원에게 350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
지방의원들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해당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는 것은 보험용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신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묻지마’ 기부 관행도 성행하고 있었다. 연간 300만 원 초과 기부자의 경우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300만 원 초과 기부 2309건 중 직업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는 18건으로 전체의 0.8%를 차지했다. 직업을 밝히더라도 자영업, 회사원이라고 표현해 구체적인 직업을 알 수 없는 경우는 각각 419건과 393건에 달했다.
‘묻지마’ 후원은 해당 의원과 기부자는 서로 누구인지 알고 있으면서 서류상에는 실명을 드러내지 않아 로비용 내지는 검은 돈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여야 잠룡 후원은 보험용?
여소야대…1위는 정동영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잠룡들에게 보험을 든 후원자는 누구일까.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2011년도 국회의원 후원회의 후원금 모금액’ 자료에 따르면 여야 대권주자들은 대체로 모금 한도액인 1억 5000만 원을 꽉 채우거나 조금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잠룡들이 선전한 반면 여권 잠룡들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 민주통합당 소속 대권주자들이 1~3위를 차지했고, 전년도 1위였던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근소한 차이지만 5위로 밀려났다.
정 최고위원은 한도액을 초과한 1억 5062만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정 최고위원의 고액후원자는 20명으로 민주통합당 서울 강서갑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한 김영권 서울한의사협회회장(500만 원)과 문맹열 태광정밀 대표(5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과 손학규 전 대표는 각각 1억 5027만 원과 1억 5015만 원을 모금했다. 정 상임고문과 손 전 대표의 고액후원자는 각각 7명과 16명이었다.
손 전 대표의 고액 후원자 중에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인 최영희·이성남·박은수 의원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한도액에 조금 못 미치는 1억 4929만 원을 모금해 5위로 밀렸다. 박 위원장은 모두 14명으로부터 300만 원이 초과한 후원금을 받았다.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500만 원)과 조카 한유진 씨(500만 원), 정수장학생 출신 인사 모임인 ‘상청회’ 김삼천 회장(5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는 1억 4965만 원을 모금했다. 홍 전 대표의 고액후원자 명단에는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인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500만 원)이 포함돼 눈에 띄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모금액은 1789만 원으로 최하위였고, 고액후원자 또한 단 한 명도 없어 재벌 의원임을 방증했다. [홍]
여소야대…1위는 정동영
▲ 정동영 최고위원 |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2011년도 국회의원 후원회의 후원금 모금액’ 자료에 따르면 여야 대권주자들은 대체로 모금 한도액인 1억 5000만 원을 꽉 채우거나 조금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잠룡들이 선전한 반면 여권 잠룡들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 민주통합당 소속 대권주자들이 1~3위를 차지했고, 전년도 1위였던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근소한 차이지만 5위로 밀려났다.
정 최고위원은 한도액을 초과한 1억 5062만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정 최고위원의 고액후원자는 20명으로 민주통합당 서울 강서갑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한 김영권 서울한의사협회회장(500만 원)과 문맹열 태광정밀 대표(5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과 손학규 전 대표는 각각 1억 5027만 원과 1억 5015만 원을 모금했다. 정 상임고문과 손 전 대표의 고액후원자는 각각 7명과 16명이었다.
손 전 대표의 고액 후원자 중에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인 최영희·이성남·박은수 의원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한도액에 조금 못 미치는 1억 4929만 원을 모금해 5위로 밀렸다. 박 위원장은 모두 14명으로부터 300만 원이 초과한 후원금을 받았다.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500만 원)과 조카 한유진 씨(500만 원), 정수장학생 출신 인사 모임인 ‘상청회’ 김삼천 회장(5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는 1억 4965만 원을 모금했다. 홍 전 대표의 고액후원자 명단에는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인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500만 원)이 포함돼 눈에 띄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모금액은 1789만 원으로 최하위였고, 고액후원자 또한 단 한 명도 없어 재벌 의원임을 방증했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