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류 임신에 도움, 노란색은 눈에 푸른색은 뇌에 굿!…녹색채소 심장병 위험 낮춰줘
건강을 생각한다면 식품의 색깔에 주목하라. 빨주노초파남보, 즉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상의 음식을 골고루 잘 먹기만 해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이유인즉슨, 각각의 색소에는 저마다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화합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과의 탐스러운 붉은빛이든 파인애플의 먹음직스런 노란색이든, 가공하지 않은 자연 식품의 색깔들은 그것들이 함유하고 있는 영양분을 나타낸다.
가령 사과 고추 토마토에는 각종 암과 관절염 예방에 좋은 리코펜이, 그리고 블루베리 블랙베리 가지에는 기억력 향상에 좋은 안토시아닌과 타닌 등이 풍부하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의 영양학자인 에반젤린 맨치오리스 박사는 “모든 과일과 채소에는 적어도 5000개의 영양소가 있다”고 말하면서 “건강상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색깔, 즉 무지개색의 과일과 채소를 하루에 적어도 5회씩 나눠 섭취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빨간색: 사과·딸기·체리·토마토
붉은색을 띠는 과일과 채소에는 아스타잔틴, 리코펜 등과 같은 카로티노이드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식물 색소인 카로티노이드 때문에 해당 과일과 채소는 붉은색을 띤다. 주요 연구들에 따르면, 카로티노이드는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활성산소는 평소 내쉬는 호흡과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자연적으로 체내에서 생성되며, 특히 과도한 햇빛을 쐬거나, 흡연을 하거나, 대기 오염 및 산업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더 많이 쌓인다. 활성산소가 위험한 이유는 세포, 단백질, DNA의 내벽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진행되면 심각한 경우 각종 암을 비롯해 관절염 등 수많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붉은색 과일에 함유되어 산화방지제 역할을 하는 리코펜은 몸속의 활성산소를 제거함으로써 세포의 손상을 줄인다. 2020년부터 진행된 한 연구 결과에서는 이 물질이 세포의 돌연변이를 억제함으로써 전립선암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한 리코펜이 유방암, 폐암, 위암을 포함한 기타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이 밖에도 붉은색을 띠는 식품에는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C는 염증 수치를 낮춰 관절염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실제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딸기를 많이 먹은 사람들의 경우 관절염 통증이 경감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7년 발표된 논문을 포함한 몇몇 소규모 연구를 살펴본 결과, 12주 동안 딸기를 하루에 50g씩 꾸준히 먹은 참가자들에게서는 체내 염증 수치와 골관절염 증상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절염 재단’ 역시 딸기, 산딸기, 체리에 함유된 항산화제가 관절염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황색: 오렌지·복숭아·당근·감귤
이런 식품들이 주황색을 띠는 이유는 역시 카로티노이드 덕분이다. 카로티노이드는 산화방지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혈압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주황색 식품에 많은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베타카로틴과 베타크립토산틴은 세포를 손상시켜 결국 혈압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준다. 주황색을 띠는 과일과 채소에는 비타민 C도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 또한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비타민 C의 이뇨제 기능도 마찬가지다. 혈관벽을 이완시켜 혈압을 낮춤으로써 신장에서 더 많은 염분과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자극한다.
주황색 과일과 채소에 함유된 항산화제가 임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7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연구에 따르면, 감귤류 과일을 많이 먹은 여성들의 경우 자궁내막증을 앓을 위험이 22% 더 낮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주위의 내막이 두꺼워지는 증상으로, 임신을 방해하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다.
2020년에 실시된 44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메타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감귤류 과일과 주황색 채소를 더 많이 먹은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밖에도 산화방지제인 카로티노이드는 정자 생산에 도움을 주며, 몸속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기 때문에 눈 건강에도 이롭다.
#노란색: 파인애플·옥수수·레몬·바나나
노란색을 띠는 과일과 채소는 루테인, 지아잔틴 및 기타 산화방지제들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이런 성분들은 특히 눈 건강에 좋다. 너무 많은 햇빛에 노출되면 눈에 활성산소가 쌓이게 되고, 이로 인해 세포와 DNA가 손상될 수 있다. 노란색을 띠는 색소의 성분은 햇빛에 의한 눈 손상과 시력 저하를 예방하거나, 황반변성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황반변성은 미국 성인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앓고 있는 안과 질환으로, 점차 시력의 중심 영역이 흐릿해져 심한 경우 시력을 잃게 된다. 2012년에 실시된 메타 분석에 따르면, 노란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은 실험 참가자들에게서 황반변성에 걸릴 위험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이상의 연구를 토대로 실시한 또 다른 메타 분석의 결과 역시 비슷했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루테인이 눈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기술했다.
#초록색: 아보카도·브로콜리·양배추·케일 및 푸른잎 채소
녹색 채소에는 심장병의 위험을 낮춰주는 질산염이 풍부하다. 질산염은 잎이 녹색을 띠게 하는 엽록소의 주요 성분이다. 질산염이 몸에 좋은 이유는 섭취 시 체내에서 분해되어 혈관 확장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혈관 손상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심장병의 위험도 낮아진다.
2016년에 실시된 메타 분석에 따르면, 잎이 무성한 녹색 채소를 규칙적으로 먹은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그렇지 않은 식습관을 가진 사람보다 15.8% 더 낮았다. 녹색 과일과 채소는 비타민 K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비타민 K는 혈관이 석회화되는 것을 막는다. 혈관에 석회성 물질이 쌓이면 혈압이 높아지고 심장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파란색 및 보라색: 블루베리·블랙베리·가지
짙은 푸른빛을 띠는 천연 색소는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는 안토시아닌, 타닌을 비롯한 산화방지제 덕분이다. 2019년과 2022년에 각각 12편의 논문을 검토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푸른색 과일과 채소가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가령 2012년 발표된 하버드대학의 연구를 포함한 많은 소규모 연구들을 살펴보면 블루베리를 꾸준히 섭취하면 뇌의 노화가 2년 반 늦춰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파란색과 보라색을 띠는 과일과 채소를 먹으면 뇌의 주요 부위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뇌세포에 영양분과 산소 공급이 증가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토시아닌, 타닌 및 기타 산화방지제들은 체내 활성산소 수치를 줄여주기 때문에 몸속 염증을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무지개색 과채 골고루 먹는 법? 장바구니 속을 알록달록하게
다음은 영양학자인 에반젤린 맨치오리스 박사가 제안하는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그리고 많이 섭취할 수 있는 소소한 방법이다.
+장바구니: 장을 볼 때는 가능한 장바구니에 다양한 색상의 식품을 골고루 담는다.
+새로운 색깔 선택: 평소 먹지 않던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새롭게 도전해 본다. 이렇게 색깔에 집중하면 자연히 골고루 먹게 된다.
+다른 종류 선택: 같은 색깔이어도 지난번에 구입하지 않았던 종류의 과일과 채소를 구입한다.
+껍질: 보통 과일 껍질에는 필수 영양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으므로 먹을 때는 가능한 껍질째 먹는다.
+허브 및 향신료: 허브와 향신료에도 의외로 영양이 풍부하다. 가능하면 음식에 많이 첨가해서 먹으면 좋다.
'1일 1사과' 우울증 완화 도움
하루에 사과를 한 개씩 먹으면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 430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식습관이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결과, 매일 최대 사과 다섯 조각을 먹은 사람들의 경우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간식으로 감자튀김을 먹는 사람들은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들은 과일 섭취 시에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려면 과일을 익히지 않은 채 신선하게 그대로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뇌 기능에 중요한 산화방지제나 섬유질 및 미량 원소들이 요리 과정 중에 일부 손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버밍엄에 있는 애스턴대학의 니콜라-제인 턱은 “간식 습관을 바꾸기만 해도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는 정말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