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스타? 롤러코스터 좀 탔어요
MBC 수목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이 전국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사실 <해를 품은 달>의 신드롬은 곧 배우 ‘김수현 신드롬’이었다. 방송 시작 전만 해도 데뷔 5년차 배우가 <해를 품은 달>을 온전히 품을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아역들이 성공적으로 6회 분량을 매듭짓자 걱정하는 이가 더 늘었다. 하지만 김수현의 등장과 함께 모든 우려는 사그라졌다. 그의 몸짓 하나와 대사 하나에 <해를 품은 달>의 시청률 곡선은 춤을 췄다. 이제 포털사이트에서 ‘김수현’을 검색하면 ‘작가 김수현’보다 ‘배우 김수현’이 먼저 뜬다. 또 한 명의 벼락 스타 탄생 같지만 김수현이 데뷔 이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그리 평탄치만은 않았다.
#발단 ‘김수현의 등장’
김수현이 처음 배우의 꿈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때다. 공부에 전념하려 했지만 성적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자 일찌감치 방향을 선회했다. 고1 때부터 학교가 끝나면 극단으로 달려가 연극 연습을 했다.
김수현이 처음을 연기를 펼친 곳은 연극 무대였다. 당시 <한 여름 밤의 꿈>이라는 연극에서 요정 ‘퍽’ 역을 맡았다. 주요 배역은 아니었지만 연기의 맛을 보는 기회였다. 이후 김수현은 정식으로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었고 2007년 MBC 일일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을 통해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무 살이었다.
<김치치즈스마일>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후속작이었다. 때문에 후광효과가 있을 거란 기대도 높았다. 그만큼 합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지만 김수현은 당당히 꽃미남 수영부원 4인방 중 한 명으로 출연하게 됐다. 이현진 장지우 최권 등이 김수현과 콤비를 이뤘다. 수영부원답게 ‘몸짱’에 ‘얼짱’이지만 항상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인물들이었다.
이들 중에서도 김수현은 막내였다. 하지만 인기까지 막내는 아니었다. <김치치즈스마일>의 촬영 현장에 일본 팬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2007년 초 한 드라마 의 프로모션에 참석했다가 일본 그룹 페니실린의 노래 ‘로망스’를 부른 후 일본 팬들이 생겼다. 가수 데뷔를 준비했던 터라 노래 실력이 출중해 눈길을 끌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셈이다.
2008년 김수현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7년 교육계를 발칵 뒤집었던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을 소재로 한 KBS 특집극 <정글피쉬>의 주연 자리가 주어졌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을 빗댄 드라마 제목처럼, 철저하게 승자만이 살아남는 연예계에서 김수현에게 일찌감치 날아든 절호의 찬스였다.
그만큼 부담이 컸던 것일까. 김수현은 <정글피쉬>의 제작발표회장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 드라마에서 중책을 맡았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당시 김수현은 “주인공을 하고 싶은 욕심이 정말 많았다. 잘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작가님과 PD님께 너무 죄송하다. 촬영할 때마다 감독님들이 요구한 걸 다 이해한 줄 알았는데 지금 영상을 보니까 그렇지 못했던 거 같다”며 울먹였다.
이후 김수현은 절치부심했고 이후 출연한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등에서 고수와 박상민의 아역으로 출연해 발군의 연기력을 뽐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결국은 당시의 눈물이 지금의 김수현을 있게 한 아주 값진 눈물이었던 셈이다.
▲ 김수현이 ‘2011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사진제공=KBS |
2009년 초 김수현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김수현이 운영하는 쇼핑몰로 알려졌던 사이트에 수위가 높은 노출 사진이 게재돼 논란이 불거진 것. 사진 속에는 남성 모델들이 속옷 차림으로 등장하고 일부 사진에는 체모도 노출됐다. 당시 김수현의 소속사 측은 “김수현과 무관한 쇼핑몰이다. 속옷 차림 사진은 친구들끼리 장난삼아 찍은 것인데 쇼핑몰 운영자가 임의로 사진을 게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결국 해당 사이트가 폐지된 후 실제 쇼핑몰 운영자가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김수현의 결백을 입증해줬다. 당시 쇼핑몰 운영자는 “김수현이 저를 도와주기 위해 이름을 빌려주고 가끔 피팅 모델을 해준 것뿐이다. 사랑하는 동생에게 상처 주면서 1원도 벌고 싶지 않다. 나의 잘못이 수현이에게 돌아가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김수현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사건은 무마됐다. 김수현은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연예인으로서 다시는 경험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큰 교훈을 얻은 사건이었다.
김수현은 2010년 1월 배우 배용준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와 손을 잡았다. 이후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키이스트는 JYP엔터테인먼트와 협업으로 아이돌을 소재로 한 드라마 <드림하이>를 제작하며 김수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연기 경험이 부족한 아이돌 그룹 멤버 배수지 옥택연 등이 공동 주연으로 나섰기 때문에 연기력 논란을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김수현은 발군의 연기력으로 주인공 ‘송삼동’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연기하며 든든하게 중심을 잡았다. <드림하이>는 대성공을 거뒀고 김수현은 주연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드림하이2>가 부진한 이유를 “김수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드림하이> 이후 김수현을 찾는 제작자와 방송사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키이스트는 서두르지 않았다. 배우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등이 출연하는 영화 <도둑들>의 말석에 김수현을 넣었다.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많아 출연 분량이 많지 않지만 연기 고수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경쟁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도둑들>을 마치자 운명의 작품인 <해를 품은 달>이 김수현에게 왔다. 처음에는 김수현이 출연을 고사해 당초 ‘양명군’을 맡을 예정이었던 배우 주원이 이훤 역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긴 고민 끝에 다시금 출연할 의사를 밝혔고, 김수현이라는 대형스타가 탄생됐다.
▲ 김수현의 연예계 데뷔작인 MBC 일일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 사진제공=MBC |
▲ 아이돌을 소재로 한 KBS 드라마 <드림하이>. 김수현은 이 작품에서 발군의 연기를 보였다. 사진제공=KBS |
“김수현 선생님이 가진 이름값의 벽이 너무 높다. 톱스타가 돼도 넘기 힘들 것 같아 데뷔 전에는 예명을 지을까 고민도 했다.”
5년 전 김수현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5년 후 상황은 달라졌다. <해를 품은 달>을 통해 김수현은 대한민국에서 작가 김수현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한 이가 됐다. 중요한 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올해 스물다섯 살인 김수현은 자신의 주연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을 고작 하나 내놓았을 뿐이다.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다는 의미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20세 넘어까지 아역으로 활동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성공을 두고 김수현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대상 중 하나는 바로 아역 배우들이다. 어린 이훤을 연기한 여진구를 비롯해 김유정 이민호 등은 <해를 품은 달>의 6회까지 책임지며 전국시청률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성인 배우들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아역 배우들을 바라보는 김수현의 마음은 남달랐을 법하다. 그 역시 20세가 넘는 나이에 아역을 전전하며 성장했기 때문. 여진구 김유정 등이 모두 10대임을 감안하면 김수현은 20대까지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아니 김수현의 경우 ‘아역배우 출신’이라기보단 무명의 20대 초반 시절, 비록 출연 분량이 적은 아역 캐릭터일지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히려 김수현이 절치부심하도록 만들었다.
김수현은 2009년작인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주연배우 고수의 아역으로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김수현은 훤칠한 외모에 우수에 찬 눈빛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며 ‘리틀 고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같은 해 출연한 드라마 <아버지의 집>에서는 배우 최민수의 아들로 등장했다. 이 작품에서 김수현이 반찬조차 제대로 집지 못하며 식사하는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원래 김수현은 왼손잡이지만 오른손으로 밥 먹는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김수현의 아역으로 나온 배우가 오른손잡이였기 때문에 이후 김수현은 모든 장면에서 오른손잡이처럼 행동했다. 아역에 대한 그의 배려와 배우로서 프로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수현의 마지막 아역연기는 2010년작 <자이언트>다. 그는 극중 훗날 중앙정보부 요원이 되는 이성모의 아역을 연기했다. 당시 김수현의 나이는 스물셋. 아역을 맡기에는 많은 나이였으나 김수현은 기꺼이 출연 제안에 응했고 호연으로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자이언트>의 또 다른 주인공 이강모의 아역을 연기한 배우가 <해를 품은 달>에서 어린 이훤 역을 맡은 여진구라는 사실. 당시 두 사람은 선배 배우 박상민과 이범수의 아역으로 나란히 출연해 형제로 호흡을 맞췄다. 이후 2년 만에 <해를 품은 달>에서 같은 역할을 나눠가지는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 [용]
87년생 스타 파워왕별들 다 모였다
배우 정일우 이민호 장근석 문근영 한효주 박하선을 비롯해 가수 겸 배우 탑 이승기 등도 모두 1987년생이다. 시작은 문근영이 가장 빨랐고 정일우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그 뒤를 이었다. 이후 <꽃보다 남자> 신드롬이 불면서 이민호가 최정점을 찍었고 최근에는 ‘신 한류 프린스’라 불리는 장근석과 박하선이 대세다. 탑과 이승기는 가요계와 예능계까지 주름잡고 있다. 때문에 87년생 연예인 중 한 명만 잡아도 중간 이상은 할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다.
하지만 2012년 김수현이 등장하며 판도는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수현은 <드림하이>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 톱스타로 불리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해를 품은 달> 이후 위상은 달라졌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광고계를 보면 김수현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불과 두 달 사이 김수현은 약 60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광고 계약을 맺으면 동종업계 광고에는 출연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일찌감치 김수현을 잡지 못한 광고주와 대행사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 5일에는 MBC 파업의 여파로 <해를 품은 달>의 촬영이 중단됐다. MBC가 <해를 품은 달>이 정상 방송되는 것을 노조 파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도구로 삼자, 김도훈 PD가 출연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노조 집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김도훈 PD는 6일 집회를 마친 후 촬영 현장에 복귀했다. 김 PD가 공백 기간을 길게 갖지 못한 이유는 김수현의 스케줄 때문이었다. 당초 김수현은 8일 오전까지 마지막 회 촬영을 마치고 오후부터 CF촬영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이후 스케줄도 빽빽하기 때문에 빨리 드라마 촬영을 마치지 않으면 촬영 재개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수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광고주 측에 양해를 구하고 8일 촬영은 미뤘다. 하지만 제때 촬영을 하지 못하면 계약 위반이 되기 때문에 제작진에 도움을 청해 9일부터는 광고 촬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