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택시회사 “대표가 낸 사고는 회사와 무관”…사고 여파로 스쿨존 ‘일방통행’으로 대거 바뀔 전망
이번 사건은 ‘청담동 초등생 사고’, ‘청담동 스쿨존 사망사고’ 등으로 알려졌다. 12월 2일 A 씨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언북초등학교 후문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가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관련기사 청담동 스쿨존 초등생 사망사고, 경찰 결국 ‘뺑소니 혐의’ 적용한 까닭).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홀로 맥주 한두 잔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진술했지만, 실제 A 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기준인 0.08%가 넘었다. A 씨는 사고를 내고 40m가량을 더 운전해 자택 주차장으로 이동했고, B 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경찰과 목격자 증언 등을 종합하면 사고 직후 A 씨가 운전 중인 차량이 잠시 멈췄다가 자택 주차장으로 향했다.
12월 4일 강남경찰서는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 등 혐의를 적용했지만,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사, 이른바 ‘뺑소니’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8일 입장을 번복한 경찰은 “사고 경위에 대해 블랙박스와 CCTV 분석, 피의자와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심사관과 법률전문가 등 내·외부 법률 검토를 거쳐 도주치사 혐의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A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택시회사는 소속 운전사가 100명 이상으로 서울 택시회사 가운데 작지 않은 규모로 전해진다. 해당 택시회사는 A 씨 아버지가 대표였고 A 씨가 그 뒤를 이은 것으로 알려졌다. B 택시회사는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표가 낸 사고와 회사는 무관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A 씨가 오랜 기간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초동의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건과 비교해 형량을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만취를 하고 역주행을 하다 배달 오토바이와 사고를 내 배달원을 숨지게 한 사건이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사건 혐의는 음주운전, 중앙선 침범, 과속 등인데 이번 사건은 그보다 몇 개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경찰이 막판까지 고민한 뺑소니로 인한 도주치사(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혐의까지 검찰에 송치됐다는 점이다. 도주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기 때문에 형량이 무겁다. 더군다나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애초 경찰은 A 씨는 당시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면서 뺑소니 혐의를 빼고 검찰에 송치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고 직후 피의 차량이 잠시 정지했다는 사실이 A 씨 주장과 배치됐다. 더군다나 뺑소니 혐의를 제외하고 송치하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과 함께 탄원서가 날아들면서 경찰이 막판 뺑소니 혐의까지 포함해 송치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모든 자료를 검찰에 송치했기 때문에 우리 손을 떠났다. 할 말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번 사고로 스쿨존 주변 인도 설치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2023년 공사가 시작돼 2023년이나 2024년 초에는 대폭 바뀐 일방통행 길을 보게 될 전망도 나온다.
사고가 난 언북초등학교는 대로변에 있는 학교가 아닌 주택가 골목 속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 통학로에 인도가 없었다. 아이들과 차량이 엉켜서 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대로변부터 시작되는 언북초등학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은 인도 폭이 1m가 채 되지 않았다. 정문과 후문을 잇는 도로에는 아예 인도가 없었다.
이미 2019년 10월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이 학교 인근 도로를 하나 없애면서 일방통행으로 만들고, 해당 차선에 인도를 설치하려고 주민 의견을 모았지만 무산됐다. 당시 주민자치위 50명 위원 가운데 48명이 통행 불편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다. 언북초등학교 스쿨존은 ‘2022 서울시 어린이보호구역 종합관리대책’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명시될 만큼 사고가 예견된 곳이었음에도 이 같은 반대로 무산이 됐는데 결국 비극적 사고로 이어졌다. 언북초등학교 후문에서 근무하던 보안관 60대 남성 홍 아무개 씨는 “학부모들이 오래전부터 도로를 일방통행로로 바꾸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번번이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고 했다.
끔찍한 사고를 겪고 나니 일방통행 설치 관련 ‘관’의 기류가 바뀌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무원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서울시 각 구청과 경찰서 등에서 이번 사건 계기로 필요성이 있다면 주민자치위 목소리만 듣고 설치가 무산되는 일은 없게 하자는 얘기가 있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인사는 한두 개 구청이나 경찰서가 아닌 전체적인 공무원 사회 기류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주민 목소리를 듣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져 비난받느니, 당장 주민 여론에 부딪히더라도 구청이나 경찰서가 이끌어 위험한 곳은 도로를 바꾸는 게 낫겠다는 의미다. 삼성동의 다른 변호사는 “일방통행 등 도로 관련 주민자치위 등 의견은 주민 편의를 고려하기 위해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다. 의견 반영이지 반드시 주민 의견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할 수 있지만, 강남구청은 일단 언북초등학교 후문 인근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강남구는 7200만 원 예산을 책정해 해당 도로가 2023년 4분기에 일방통행으로 바뀔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이현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