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앞두고 유승민 지원사격 움직임 관측…책 출간 등 정치 재개 준비 ‘사법리스크’ 걸림돌
“다시 돌아오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한다더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근황을 두고 여의도 정치권에서 도는 말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후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양두구육’, ‘신군부’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를 받았다. 이 전 대표 당원권은 2024년 1월까지 정지된다. 2024년 총선을 석 달 앞둔 시점이다.
정가에서는 이 전 대표의 총선 출마를 유력하게 점친다. 이 전 대표는 11월 28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22대) 총선 승리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며 “저는 총선에서 3번 졌기 때문에 4번째에 돼야 한다”고 했다. 2024년 총선 출마로 정치 재기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서울 노원구병에 18대 보궐선거, 19·20대 총선에서 내리 낙선했다.
최근 이 전 대표가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있다. 당원권 정지로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하지 못한다. 대신, 자신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유승민 전 의원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동시에 존재감을 과시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이 전 대표는 12월 16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원래 정치권에서는 이상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을 때 가산점 제도를 활용한다”며 “전당대회도 그냥 당원 100%하고 심기경호 능력도 20% 정도 가산점도 ‘멘토단’이 평가해서 부여하면 된다”고 했다. 12월 15일엔 “어떻게 입시제도를 바꿔대도 결국은 대학 갈 사람이 간다. 1등 자르고 5등 대학 보내려고 하는 순간 그게 자기모순”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당원 투표 비율을 현행(70%)보다 확대(90~100%로)하려고 하자 이를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그간 당원 투표 70%와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대표를 선출해왔다. 그런데 친윤계는 당원 의견을 더 반영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를 들어 당원 투표 비율 확대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여기엔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일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유 전 의원에게는 불리하다.
일각에선 ‘윤핵관’ 등 친윤계 보폭이 커질수록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비윤계 결집이 가속화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이준석 역할론’이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연 확장에 한계를 갖고 있는 친윤계에 비해 이준석 대표는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층이 두텁다.
친이계로 꼽히는 한 의원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답보 상태이고, 당대표 적합도로 유 전 의원이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가 있다”며 “이대로라면 유승민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당내 세력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윤계의 움직임이 전당대회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의미다. 반면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비윤계가 결집을 하려면 구심점이 확실하고 조직적으로 모아야 하는데 유 전 의원이 이런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부정적으로 봤다.
일단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주무대라고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0월 성접대 의혹과 관련 무고 혐의로 검찰 송치 후 침묵을 유지해왔다. 정가에선 이 전 대표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세를 모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표가 최근 이대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언론 접촉을 안 하고 있다 보니 각종 추측성 기사가 나고 있다. 이대남(20대 남성) 커뮤니티 같은 건 만들 생각도 없고, 만들고 있지도 않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 역시 “이대남을 한정해 만든 플랫폼이 아니다”며 “어느 정치인이 어떤 세대를 한정해서 받으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대표 활동을 포함해 정치 경험을 담은 책 출간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12월 1일 “요즘 아무리 봐도 뭔가 풍년”이라며 책 집필 마무리 소식을 전했다. 특히 대선 경선과 정부 출범 후 벌어진 갈등에 대해 어느 수위까지 담겨 있을지, 또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어떤 표현을 할지에 시선이 쏠린다.
다만 이 전 대표에겐 아직 사법리스크가 남아 있다. 앞서 경찰은 10월 13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무고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를 결정했다.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신고의 근거가 되는 사실이 허위여야만 한다.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해 경찰이 신빙성이 있다고 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 측근 인사는 “이 전 대표가 작전타임 짜면서 잘 놀고 잘 지내고 있다”며 “다만 검찰에서 무고 건 기소 여부를 아직 판단 안 하고 있어서 기다리는 중이고, 이후에 출간이든 플랫폼 제작이든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