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그룹 엔진 병렬서 직렬 연결
▲ 이재현 CJ그룹 회장 | ||
이에 대해 CJ측은 “미디어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키우기 위한 결정”이라 밝히고 있다. CJ CGV나 CJ미디어 CJ인터넷 등은 성장사업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문이다. CJ는 지난 5년간 음료와 화장품사업 등 기존 사업들을 축소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집중 육성해 왔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손경식 CJ 회장은 지난 1월19일 한국능률협회가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한 조찬간담회에서 “1등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과감히 버리고 환경변화에 맞는 새 사업을 찾아 나서는 사업 구조조정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며 미디어 산업에 대한 보다 공격적인 투자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달리는 CJ엔터테인먼트가 미디어계열사를 관리하는 것보다 그룹의 맏형격인 (주)CJ가 직접 자금 지원과 관리를 담당하는 식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셈이다.
CJ의 이번 CJ엔터테인먼트 합병 결정은 점점 치열해지는 엔터테인먼트 시장환경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오리온 계열의 쇼박스는 CJ CGV를 누르고 영화배급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엔 SK텔레콤과 KT 등 거대 통신 자본이 IHQ와 싸이더스 출자를 통해 콘텐츠 사업에서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부동산 재벌인 프라임개발도 최근 극장업 진출을 선언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향후 그룹의 주력분야를 미디어·콘텐츠 산업으로 삼은 CJ 입장에선 올해부터 예상되는 KT와 SKT 등 거대자본들의 공세에 공격적으로 대응(투자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구조개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환경이 아닌 CJ 내부 요인을 가지고 이번 (주)CJ의 CJ엔터테인먼트 합병 결정을 해석하려는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 CJ그룹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그룹의 미래동력으로 삼고 집중 육성해온 CJ엔터테인먼트는 이재현 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이 총괄해왔다. CJ엔터테인먼트 밑에 CJ CGV와 CJ인터넷 CJ미디어 등이 계열사로 편입돼 있었고 이들을 CJ엔터테인먼트의 이미경 부회장이 관리해온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CJ엔터테인먼트는 CJ CGV와 CJ인터넷 CJ미디어 등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주)CJ의 지배를 받는 입장이 됐다. 이는 CJ그룹의 미래동력인 미디어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이 이미경 부회장에서 이재현 회장으로 넘어갔다는 인상을 풍길 법하다.
CJ엔터테인먼트는 (주)CJ가 36.78%의 지분을 갖고 있었고 이재현 회장이 14.85%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분구조상 이전부터 이 회장과 (주)CJ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CJ엔터테인먼트 공격적 경영 중심엔 이미경 부회장이 있었다. 이 부회장이 CJ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진 않았지만 미디어계열사 총수 역할을 했던 과거와 계열사 중 한 곳의 경영자가 된 지금이 비교될 수밖에 없다.
▲ CJ엔터테인먼트 이미경 부회장 | ||
그러나 이번 구조 개편을 이재현 회장 자녀들의 지분 확대와 맞물려 해석하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이 부회장 입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주)CJ의 CJ엔터테인먼트 합병 발표 직후 이 회장 의 장남인 선호군(90년생 이 CJ미디어 개인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CJ미디어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선호군이 CJ미디어 주식 1백14만1천9백65주를 인수해 지분 9.65%를 확보했다’는 내용을 지난 1월25일 공시했다. 주당 취득가격은 6천5백12원으로 총 취득금액은 74억3천6백47만원이다. 올해 우리나이로 17세인 선호군은 이를 통해 CJ미디어의 최대주주인 (주)CJ(58.06%)와 CJ엔터테인먼트(21.15%)에 이어 3대주주인 동시에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미경 부회장의 지분율도 유상증자를 통해 2.09%로 확대됐지만 미성년자인 선호군 지분에는 물론, 이 회장 맏딸 경후씨(85년생) 지분 3.83%에도 뒤진다.
(주)CJ 지분구조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19일 현재 이재현 회장은 (주)CJ 지분 17.4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회장 맏딸인 경후씨가 0.2%를, 이 회장과 함께 CJ를 이끌고 있는 외숙부 손경식 회장의 부인 김교숙씨가 0.05%를 갖고 있는 반면 이미경 부회장은 (주)CJ 지분이 없다.
CJ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편입과 이 회장 자녀들 2세 지분 확대를 이 부회장 입지 약화와 맞물려 해석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업계인사들 중 일부는 이미경 부회장의 경우 그룹 경영권 역학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닌 전문경영인 개념으로 활동해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현재 독신인 이 부회장이 재산가치에 주목할 만한 이유도 없고, 지금까지 일궈온 그의 사업능력에 대해 동생인 이 회장이 절대 야박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정서도 깔려있다.
그러나 CJ 내부 변화에 가장 민감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관계자들은 이번 합병조치와 지분구조 변화를 CJ 내부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룹의 미래 화두를 미디어·콘텐츠로 삼은 이상 그 핵심에는 이 부회장이 아닌 이재현 회장이 서는 게 옳다는 공감대 하에서 이뤄진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