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여배우 A 씨, 경찰 소환된 까닭
최근 구속된 유명 연예기획사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오픈월드) J 대표의 연습생 성폭행 사건의 규모가 수사를 거듭할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연루 연예인들까지 줄이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30대 가수 K가 구속됐으며 아이돌 그룹 멤버 두 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다행히 경찰 조사를 받은 30대 가수로 오해를 받았던 오픈월드 소속 연예인 전진은 이번 사안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오픈월드와는 무관한 여자 영화배우 A까지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가요계 유명 제작자인 J 대표로 시작돼 연루 연예인들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이번 연습생 성폭행 사건을 심층 보도한다.
#30대 가수 K도 구속, ‘커지는 수사 범위’
지난 3월 초부터 내사에 돌입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대략 수십 명의 오픈월드 관련자들을 참고인 소환 등의 방식으로 조사했다. 당시 경찰이 추산한 피해 여성은 30여 명이었지만 경찰 조사에서 피해 사실이 드러난 이는 미성년자 두 명을 포함한 여섯 명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강남경찰서는 오픈월드 J 대표(51)의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뒤 피해자는 여섯 명에서 열한 명으로 늘었다. 또한 강남경찰서는 지난 18일 공범으로 알려진 가수 K에 대해서도 성폭력특례법상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가수 K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30대 가수도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고 알려지자 세간의 시선은 오픈월드 소속인 전진에게 집중됐다. 이에 오픈월드 측은 공식 사과문을 통해 ‘소속 연예인의 사건 가담에 대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일체 관련이 없음을 말씀 드린다’며 전진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또한 경찰 조사 당시 전진은 경찰서가 아닌 방송국에서 녹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공범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30대 가수는 전진이 아닌 K였다.
K는 전진처럼 유명 인기 가수는 아니다. 한두 곡 히트곡은 있지만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 출신으로 현재는 프로듀싱 등 음반 제작 관련 일을 주로 하고 있다. J 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가수 K는 함께 오디션을 보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성추행 및 성폭행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K의 구속으로 인해 수사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오픈월드에 연습생으로 있었던 지망생들뿐 아니라 오디션을 보는 등의 통로로 오픈월드와 접촉이 있었던 이들까지 피해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것. J 대표가 구속된 뒤 강남경찰서에 J 대표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했다는 추가 피해자들의 신고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J 대표 구속 이후 신고가 잇따르면서 경찰은 수사 범위를 확대해 추가 피해자들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피해자는 여섯 명에서 열한 명으로 늘어났고 가수 K까지 구속됐다. 계속되는 신고 접수에 강남경찰서 측도 사뭇 당황했다는 후문. 결국 가수 K의 구속과 아이돌 멤버 두 명의 불구속 입건 방침을 밝힌 경찰은 그제야 더 이상의 추가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구속 입건 아이돌 가수, ‘가해자 VS 피해자’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수 K처럼 구속 영장이 청구되진 않았지만 경찰이 불구속 입건한 아이돌 그룹 멤버 두 명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아이돌 멤버 두 명은 연습생 시절부터 J 대표로부터 ‘연습생과 신인 연기자를 성폭행하라’는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다만 J 대표의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있기 때문에 구속하지 않고 불구속 입건하게 됐다”고 밝혔다.
J 대표의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사건 연루 남성 연예인의 사법 처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은 아니지만 현직 가수라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들 역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의 측근이 밝힌 J 대표의 엽기 행각의 실체에서도 이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난다.(<일요신문> 1040호 참조) J 대표가 ‘미션’이라며 남자 연습생에게 여자 연습생에 대한 성추행과 성폭행 등을 시킬 때마다 남자 연습생들도 상당히 힘겨워 했다고 한다. 문제는 미션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CCTV였다. 이런 까닭에 CCTV가 없는 장소에서 미션을 지시받은 경우에는 남자 연습생과 여자 연습생이 말을 맞춰서 적당한 시간만 보낸 뒤 ‘미션’을 완수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 역시 이런 부분을 감안해 아이돌 멤버 두 명의 경우 구속 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불구속 입건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들의 경우 입건은 됐지만 기소까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대표의 지시가 있었음을 감안할지라도 이들 역시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범죄 행위(성추행 및 성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기소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해당 아이돌 그룹의 분위기는 우울하다. 기소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으로 멤버들이 부적절한 구설수에 연루된 만큼 해당 아이돌 그룹의 정상적인 연예계 활동에 커다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명 여자 영화배우도 조사, ‘로비 여부 주목’
영화배우 A는 스타급 여배우는 아니다. 다만 섹시한 매력으로 남성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아왔다. 출중한 섹시미 때문인지 구설수와 루머로 더 화제가 됐던 여배우이기도 하다.
영화배우 A가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연예관계자들 사이에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J 대표가 각종 로비를 위해 영화배우 A 등을 동원했을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여자 연예인 술 접대 동원 등의 로비 사건으로도 이번 사안이 확대될 수 있다.
경찰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J 대표와 그의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성추문 및 성폭행 사건으로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남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서울경찰청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경찰이 이번 사안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 항간에선 장기 파업 중인 공중파 방송사 KBS와 MBC 예능국을 겨냥한 연예계 비리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여배우 A까지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이 연예인 술 접대 등을 동원한 로비 사건으로도 번질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됐다. 그만큼 연예계는 숨을 죽인 채 이번 수사 진행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 아이돌 가수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의 한 장면. |
“오디션 보러 갔다가…”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 J 대표의 성추문 및 성폭행 사건이 점차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서울 마포경찰서 역시 연예인 지망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연예기획사 대표 B 씨(35)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브리핑을 통해 “지난 18일 오후 5시 무렵 오디션을 보기 위해 소속사 사무실로 온 C 양(22)을 B 씨가 녹음실 부스로 데려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B 씨는 밀폐된 녹음실로 C 양을 데려가 옷을 모두 벗게 만든 뒤 가슴 등을 만지고 키스를 하는 등 강제 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B 씨는 옷을 모두 벗으라고 시킨 뒤 “오디션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B 씨는 대체적으로 혐의를 인정했지만 C 양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고 주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측의 상반된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B 씨가 운영한 연예기획사는 J 대표의 오픈월드처럼 연예계에서 잘 알려진 회사는 아니다. 이 회사에는 남자 가수 한 명과 걸그룹 등이 소속돼 있지만 모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대형 연예기획사의 공개 오디션에선 이런 일이 불가능하지만 중소형 연예기획사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오디션에선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서 “연예인 데뷔가 절박한 지망생들 입장에선 우선 연예기획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다급함 때문에 이런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하고도 혼자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예계 데뷔를 위해 중소형 연예기획사를 몇 군데 전전하다 결국 그 꿈을 접는 연예인 지망생들도 많다. 이번 경우처럼 성추행 내지는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는 물론 각종 명목으로 금전적인 피해를 보는 경우는 많다. 또한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으로 선발해 놓은 뒤 나몰라라 하는 연예기획사들도 있다. [섭]
유명 음반 제작자 D 씨 수사도 임박
J 대표는 예고편이라고?
해당 인물은 음반 제작자로 유명한 D 씨다. J 대표와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D 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스스로 유명 연예기획사를 이끌며 숱한 히트 음반을 제작해왔다. 이 과정에서 인기 여가수 E, F 등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직접 연예기획사를 운영하진 않지만 몇몇 연예기획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음반 제작 관련 일을 돕고 있다. 워낙 인맥이 탄탄한 데다 문제 해결 능력도 뛰어나 가요계에선 해결사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번 수사는 J 대표 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가 아닌 다른 수사 기관에서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 씨 역시 연예인 연습생 등에 대한 지속적인 성추문 및 성폭행 행위를 일삼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D 씨의 경우 J 대표보다 훨씬 영향력 있는 인물인 데다 유명 여가수의 음반 작업에 동참해 왔으며 여러 명의 여자 가수를 키워낸 장본인이라는 데 있다.
D 씨가 과거 성추행 및 성폭행을 가한 피해 연습생 가운데 지금은 톱스타로 발돋움한 여가수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수사기관이 혐의점을 포착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J 대표의 경우처럼 긴급 체포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예계가 훨씬 큰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