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폭탄’ 친박 분열의 전주곡?
▲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측근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 최근 친박 핵심 의원들이 최 의원을 공개 비난하면서 박 위원장을 둘러싼 ‘인의 장막’ 논란이 거세다. 연합뉴스 |
최근 여의도 주변에서는 박 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A 씨와 관련된 얘기들이 부쩍 자주 들린다. ‘총선이 끝나고 난 후 A 씨가 일부 당선자들을 모아 놓고 박 위원장에 대한 충성 맹세를 받았다’ ‘A 씨가 몇몇 기업들을 상대로 대선 자금을 모으고 있다’ ‘A 씨가 비선 라인을 꾸려 대선 캠프를 가동하고 있다’ ‘A 씨가 특정 종교계 인사들과 박 위원장 만남을 주선했다’는 등등.
원외 인사인 A 씨는 박 위원장과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지역 친박 의원은 “박 위원장 부친(박정희 전 대통령) 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최측근 의원들조차도 박 위원장과 A 씨가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또 언제 만나는지 모른다. 박 위원장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다. 그만큼 박 위원장 속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A 씨에 대한 뒷말이 끊이지 않자 사정당국 역시 이에 대한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복수의 사정기관 인사들은 “차기 대권 영순위로 꼽히는 박 위원장에 대해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면서 “A 씨에 대한 소문 대부분이 ‘팩트’가 아닌 것으로 결론날 것 같다”고 전했다. A 씨가 박 위원장과 남다른 관계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특별한 움직임을 포착하지는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A 씨를 체크 리스트 주요 명단에 올려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A 씨 스스로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당내 경선에서 주변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박 위원장 역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안팎에선 ‘박 위원장이 이 문제를 보고받고 A 씨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 A 씨에 대한 소문의 진원지가 친박 내부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A 씨와 가까운 최경환 의원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는 친박 의원들 간 권력다툼 양상과 맞물리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이번에 A 씨가 도마에 오른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우선 최 의원 라인이 독주하는 것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또한 폐쇄적인 ‘박근혜식’ 인사 스타일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내포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 인사들은 강하게 손사래를 친다. 이들은 총선 공천, 지도부 구성 등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러한 ‘제 살 깎아먹기’식의 이전투구에 대해서는 “절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한 친박 의원은 “사실이라면 박 위원장이 용납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으며 친박 핵심으로 떠올랐던 최 의원이 구설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경부터다. 비대위 체제 이후 친박 중진들이 2선 후퇴로 물러난 상황에서 박 위원장 보좌진을 지휘하며 실무를 총괄하던 최 의원이 막후에서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친이계 소장파 정두언 의원은 3월 초 자신의 트위터에 “모처럼 기자실에 들렀더니 공천 얘기로 수군수군. 2000년 이회창 시절로 돌아간 공천이라는 둥. 최재오가 다한다는 둥”이라며 “무리한 공천은 일시적으론 득세하지만 결국 몰락의 서곡이다. 4년 전 교훈을 보고도 반복하는 이 어리석음이란”이라며 최 의원을 꼬집었다. ‘최재오’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 공천을 주도한 이재오 의원을 빗댄 것이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저를 최재오라고 한다. 공천권을 좌지우지했다고…. 정말 ‘카더라’ 통신이다. 거짓말이다. 저는 선거 두 달 전부터 지역에서 살았다. 측근이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점과 폐해를 잘 안다. 절대 진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이러한 논란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놓고 ‘내정설’이 돌면서 또 다시 최 의원은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총선 후 새누리당 안에서는 ‘황우여 당 대표, 서병수 원내대표, 최경환 사무총장’으로 지도부를 꾸리기로 정리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돈 바 있다. 그러자 이번엔 친박 핵심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최 의원을 비난했다. 유승민 의원은 “쓴소리 하는 사람도 박 위원장을 만나야 하는데, 만나기는커녕 전화 통화도 어렵다”고 불만을 쏟아냈고, 이혜훈 의원도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내 짐작”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과 이 의원 발언 모두 최 의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러한 공세에 대해 최 의원 측 역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친박 의원들 간 정면충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박 위원장도 수습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지난 4월 25일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지어내 당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은 당을 해치는 행위다. 이렇게 분열한다면 더 이상 용서를 빌 곳도 없어지고 당은 자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에게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강경한 어조였다. 그 직후 서병수 의원은 원내대표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는 공천에서부터 김형태·문대성 탈당, 지도부 내정 등을 둘러싼 파문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박 위원장이 최 의원을 감싸고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수도권 지역 친박 의원은 “박 위원장 ‘워딩’을 잘 이해해야 한다. 쓸데없는 얘기로 내분을 일으키지 말란 소리는 결국 최 의원을 향해 요즘 쏟아지고 있는 불만들을 잠재우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실제로 존재하는 암투나 전횡이 박 위원장 말 한마디로 정리될지 의문이다. 대권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사조직 8인회 실체는
논란 자체가 ‘분열의 씨앗’
최근 새누리당 일각에선 B 의원이 주도하는 사조직 ‘8인회’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인의 장막’ 실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 보좌진을 포함한 친박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 8인회가 막후에서 총선 공천 및 신임 지도부 선출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하며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게 핵심 골자다. 이러한 8인회를 후원하기 위해 B 의원이 금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규모를 늘려 5월 중 대선캠프를 꾸릴 것이란 구체적인 소문도 돌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8인회가 존재한다면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위원장을 보좌하던 비선 라인의 후신일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당시 멤버의 인적 구성이나 수가 다소 변하긴 했지만 B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핵심 인사들이 여전히 박 위원장 주변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인회가 최근 도마에 오르며 여의도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박 위원장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이혜훈 등 몇몇 친박 의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대가 8인회에 속해 있는 일부 인사라는 말도 들린다. 유 의원 등은 김형태·문대성 탈당 및 신임 지도부 내정설 등과 관련해 박 위원장이 왜곡된 보고를 받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의 한 참모는 “B 의원을 필두로 한 특정 세력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친박 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렇게 가다간 박 위원장이 대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B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이혜훈 상황실장 밑에 8인회 소속 인사를 포함시켜 선대위를 좌지우지했다. 이를 놓고 이혜훈 의원의 불만이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8인회 존재 유무를 떠나 이러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은 친박 내부 간 이전투구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위원장 측근들 간 권력 싸움이 치열해지다 보니 상대 진영을 비난하기 위한 마타도어식의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이 직접 “이렇게 분열한다면 더 이상 용서를 빌 곳도 없어지고 당은 자멸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문고리 권력’을 잡기 위한 다툼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동]
논란 자체가 ‘분열의 씨앗’
정치권에서는 8인회가 존재한다면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위원장을 보좌하던 비선 라인의 후신일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당시 멤버의 인적 구성이나 수가 다소 변하긴 했지만 B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핵심 인사들이 여전히 박 위원장 주변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인회가 최근 도마에 오르며 여의도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박 위원장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이혜훈 등 몇몇 친박 의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대가 8인회에 속해 있는 일부 인사라는 말도 들린다. 유 의원 등은 김형태·문대성 탈당 및 신임 지도부 내정설 등과 관련해 박 위원장이 왜곡된 보고를 받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의 한 참모는 “B 의원을 필두로 한 특정 세력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친박 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렇게 가다간 박 위원장이 대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B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이혜훈 상황실장 밑에 8인회 소속 인사를 포함시켜 선대위를 좌지우지했다. 이를 놓고 이혜훈 의원의 불만이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8인회 존재 유무를 떠나 이러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은 친박 내부 간 이전투구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위원장 측근들 간 권력 싸움이 치열해지다 보니 상대 진영을 비난하기 위한 마타도어식의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이 직접 “이렇게 분열한다면 더 이상 용서를 빌 곳도 없어지고 당은 자멸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문고리 권력’을 잡기 위한 다툼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