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엔 담배 오른손엔 술병…나무관세음보살~
▲ 서울지검 민원실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성호스님. 사진제공=성호스님 |
성호스님은 이날 고발장과 함께 폐쇄회로(CCTV) 영상이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USB)와 사진 자료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 CCTV 영상 속에는 지폐가 수북이 쌓인 가운데 도박이 벌어지는 모습과 술과 담배를 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도박판에는 종회의원을 비롯해 불교계 큰어른 격인 선원장 출신의 스님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CCTV 촬영과 제보 과정에 특정 세력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종교계 큰 행사를 앞둔 시점에 터진 불미스러운 도박 사건의 전말을 추적해 봤다.
방바닥에는 흰 이불이 깔려 있고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원을 그리고 앉아 있다. 원 가운데에는 돈다발이 수북이 쌓여있고 사람들은 패를 손에 쥐고 있다. 틀림없는 도박판의 모습이다. 이는 지난 4월 23일 전남 백양사 인근의 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촬영된 CCTV 영상 속의 한 장면이다. 여기까지는 여느 도박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의 행색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영상 속에서 패를 쥐고 도박을 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삭발을 한 스님들이었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흰색과 검은색 반팔 셔츠에 하의는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심지어 한 스님은 하얀 허벅지를 드러낸 반바지 차림을 한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벌어진 도박판에는 서울 유명 사찰의 주지였던 A 스님과 부주지 B 스님 등 8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4월 24일로 예정된 백양사 방장 지종스님의 49재를 기리기 위해 전날 백양사에 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저녁 8시부터 시작된 도박판은 다음날 9시까지 장장 1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뤄졌다. 동영상 속 5만 원 권 지폐가 바닥에 쌓여 있는 모습은 판돈이 수억 원대임을 짐작케 했다.
스님들의 일탈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도박판에 술과 담배가 등장한 것이다. CCTV 영상에는 B 스님이 왼손에 담배 하나를 물고 있고, 그 옆에 위치한 스님의 오른손에는 맥주병이 들려 있었다. 맞은편 스님의 무릎 앞에는 소주병도 보였다. 이들 중에는 불교계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중앙종회의원을 맡고 있는 고위직 스님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심지어 불교계에서 큰어른으로 통하는 선원장 출신의 C 스님도 이날 호텔방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당시 도박현장이 찍힌 동영상에는 담배를 물고 있는 부주지 B 스님의 모습 등이 보인다. 사진제공=성호스님 |
성호스님은 CCTV 자료 수집 경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동영상 자료는 어떻게 입수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금당사 대웅전에서 기도를 하고 돌아서보니 USB가 놓여 있었다. 영상 속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누가 놓고 갔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증거 자료로 제출된 CCTV 영상은 동영상 화질 상태나 음성이 녹화되지 않은 점 등에 미뤄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녹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누군가 도박 현장을 녹화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미리 설치하고 스님 일행을 몰카가 설치된 호텔방으로 유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불교계 관계자들은 그날 도박에 참여한 내부 인사에 의해 동영상이 녹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불교계 일각에서는 “도박판을 잡기 위해 성호스님 측에서 일부러 몰카를 설치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몰카 설치설과 관련해 성호스님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도박 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 재산일 수도 있지만 사찰 공금을 횡령했거나 배임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호법부나 검찰 수사에서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불교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은 도박 사건과 관련해 크게 진노하며 호법부에 직접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법부는 “도박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벌에 처할 방침이다. 8명의 명단을 확보해 소환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불교계 관계자는 “그동안 불교계에서 스님들의 도박설은 알게 모르게 전해져 왔다. 단지 증거가 없어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다”고 전했다.
휴대폰이 꺼진 채 행방이 묘연했던 A 스님은 현재(5월 11일)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호법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앞서 지난 5월 3일 전남 함평의 ‘나비 축제’ 방문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한 A 스님은 갑자기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5월 5일 주지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도박 혐의로 고발된 다른 스님들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불교계 도박사건 숨은 1인치
‘하필 그 동영상이 그에게…’
불교계 고위직 스님들의 억대 도박설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고발장을 접수한 성호스님과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A 스님과의 악연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성호스님은 자승스님의 승권 박탈을 요구하며 조계사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이다 조계사 스님들로부터 제지당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성호스님은 조계사 스님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A 스님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밖에도 성호스님은 총무원장 측과 자주 마찰을 빚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스님은 서울 유명 사찰의 주지스님으로 조계종 핵심 인물이자 현 총무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성호스님은 비주류로 권력의 핵심에 벗어나 자승스님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등 자승스님 측과 마찰을 빚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불교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연임을 앞둔 자승스님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며 사태의 심각성과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훈]
‘하필 그 동영상이 그에게…’
불교계 고위직 스님들의 억대 도박설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고발장을 접수한 성호스님과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A 스님과의 악연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성호스님은 자승스님의 승권 박탈을 요구하며 조계사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이다 조계사 스님들로부터 제지당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성호스님은 조계사 스님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A 스님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밖에도 성호스님은 총무원장 측과 자주 마찰을 빚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스님은 서울 유명 사찰의 주지스님으로 조계종 핵심 인물이자 현 총무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성호스님은 비주류로 권력의 핵심에 벗어나 자승스님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등 자승스님 측과 마찰을 빚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불교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연임을 앞둔 자승스님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며 사태의 심각성과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