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부처님 오시다 되돌아가실 판
▲ 지난 석가탄신일에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행사. 부천님오신날을 앞두고 감정싸움으로 격화되고 있는 ‘승려 도박사건’ 파문 후폭풍이 불교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승려 도박 동영상’ 공개를 기점으로 불교계 내부 폭로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성호 스님이 또 다른 핵폭탄급 자료 공개를 예고하고 있어 불교계 전체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성호 스님이 준비하고 있는 폭로 대상이 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전 중앙종회 부의장 출신인 명진 스님 등 불교계 거물급 인사라는 점에서 불교계는 물론 세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성호 스님은 ‘스님 도박 영상’ 공개 이후에도 ‘신밧드 룸살롱 성매수’ 사건을 다시 꺼내드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측은 성호 스님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등 폭로전은 급기야 법정 공방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폭로전 논란의 중심에 선 거물급 스님들의 애증 관계를 바탕으로 진흙탕 싸움으로 확전되고 있는 불교계의 진실공방전을 들여다봤다.
성호 스님이 자승 총무원장과 명진 스님을 저격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일명 ‘신밧드 룸살롱 성매수’ 사건이다. 2001년 2월경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룸살롱 신밧드에서 자승 원장과 명진 스님 등 당시 조계종 주요 인물들이 여종업원들과 동석해 외제 양주를 마신 것이 드러나 한바탕 논란을 야기했던 사건이다. 성호 스님은 일부 언론을 통해 “성매수를 하는 풀코스 룸살롱에서 자승, 명진 등이 여종업원을 골라가며 놀았고 발렌타인 3병을 비웠다. 동석하진 않았지만 당시 A 스님이 술값 계산을 하고 명진과 함께 나갔고 자승과 B 스님은 룸살롱 내에서 성매매를 하고 나갔다. 명진은 내가 듣기론 그 술집 단골이었기 때문에 성매수를 하긴 했을 것”이라고 폭로했다.
하지만 지난 3월 12일 명진 스님 앞으로 온 한 통의 참회문은 또 다른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놀랍게도 발신인은 성호 스님이었다. 참회문에는 “명진 스님 측에서 ‘명진 스님은 성매수한 적이 없는데 자승 스님과 함께 성매수한 것으로 매도되어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 하시기에 실체적 진실을 확인해 본 바 명진 스님의 주장이 사실이어서 소승은 명진 스님의 명예를 심대히 훼손한 점에 대하여 우선 참회의 글을 올리며, 참회하는 의미에서 당분간 1인 시위를 중단하고자 합니다. 명진 큰스님의 명예에 심대하게 누를 끼친 점에 대하여 다시 한번 진심으로 참회를 올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 성호 스님의 폭로로 논란의 중심이 된 명진 스님(왼쪽)과 자승 총무원장. 일요신문DB |
그는 또 “거기서(롬살롱) 일하는 아가씨가 150명인데 전부 8등신 미녀들이다. 2차(성매수)를 기본으로 하는 그곳에서 명진이 계율을 어기지 않았다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다. 명진은 양주 3병을 비울 동안 아가씨 가슴을 만지며 어떻게 놀았는지 세세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성호 스님은 당시 상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황을 들기도 했다. 그는 “당시 조사차 들른 해당 룸살롱에서 한 여종업원이 ‘명진 스님이 단골’이라는 얘기를 귀띔해줬다. 명진의 주량이 양주 8잔이라는 건 스님들이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일국의 대통령에게 ‘쥐새끼’란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용기 있는 분이 왜 조계종 실태를 고발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몰아붙였다.
이러한 성호 스님의 주장에 대해 명진 스님 측은 즉각 반박했다. 명진 스님은 일부 언론을 통해 “12년 전의 일이다. 그때 책임을 지고 종회 부의장직을 사퇴하고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중으로서의 계율은 지켰다”며 룸살롱 출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매수 사실은 부인했다. 명진 스님의 최측근인 유 아무개 씨 역시 5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룸살롱 사건 당시 자체조사 결과 명진 스님은 성매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유 씨는 참회문과 관련한 성호 스님의 주장에 대해서도 “성호 스님에게 참회문을 보내달라고 한 적도 없다. 오히려 성호 측에서 허위사실을 퍼뜨린 것에 대해 자신이 먼저 나서서 거듭 용서를 빌어 왔기에 이쪽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명진 스님이 술집 단골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성호 측이 이와 관련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상당히 곤란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씨는 특히 “명진 스님이 술집 단골이라는 것은 이 바닥에서 크게 비웃음을 살 만한 얘기다. 10여 년 넘게 옆에서 모셨지만 새벽 4시 기상, 밤 11시 취침을 칼같이 지키시던 분이다. 그쪽에서 왜 이런 음해를 해오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불교계 최악의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불교계 내부에서는 찬반 논쟁이 분분하다. 초반에 성호 스님이 ‘스님 도박 영상’을 폭로할 당시만 해도 ‘불교계 혁신을 위해 필요한 일을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저분한 진흙탕 폭로전으로 확전되면서 불교계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자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성호 스님은 ‘추가 폭로’ 의지까지 내비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메가톤급 자료들이 있고 내가 이걸 꺼내들기 전에 다들 알아서 참회했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도박 영상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 큰 증거들이 영상, 녹취본, 서류 등으로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며 추후 메가톤급 폭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성호 스님이 갑자기 불교계 비리 폭로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성호 스님은 “그동안 명진 스님 등 종북좌파세력을 지켜주는 정권들 때문에 폭로가 쉽지 않았다”며 “희생하는 심정으로 불교계 자성을 촉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진 스님 측은 “불교계를 위한 마음에서 성호 스님이 그런 행동을 했겠지만 모든 일은 사실에 기초해야 진정성이 있다. 현재 성호 스님이 개인적인 원한풀이를 위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지난해 자승 스님한테 징계 받고 제적되는 바람에 ‘막가자’는 심정에서 이렇게 됐을 것이다. 성호 측이 가진 자료 정도는 누구한테나 있을 것이다. 자꾸 증거가 있는 것처럼 허언하는데 종국에는 그분만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계종 측도 성호 스님의 주장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15일 성호 스님을 검찰에 고소했다. 총무원은 이날 일부 언론을 통해 “자승 총무원장에 대한 ‘성매수’ 운운 발언은 사실이 아니기에 즉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자승 원장과의 개인적인 원한관계로 인한 폭로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성호 스님은 “사실 내가 저격하고자 하는 인물은 명진 스님이 아니라 자승 원장인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승과 내가 친했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친하지 않았기에 틀어질 것도 없다. 예전에 자승은 감히 내 근처에도 못 왔다. 지난 대선 때 실질적으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을 지원해 놓고 이제 와서 MB(이명박 대통령)와 붙어먹는 자승은 이중인격자다. 이제라도 조계종 명예회복을 위해 성매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숨겨둔 부인과 아이가 있다는 여러 루머들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로전을 넘어 법정공방전으로 비화되고 있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불교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 성호 스님. |
조계종 8년 전 의혹 꺼내 ‘맞불’
조계종 승려들의 폭로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불교계가 조계종 고위직 스님들의 억대 도박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도박 사건을 고발한 성호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간의 해묵은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호 스님이 10여 년 전 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관여됐던 ‘강남 룸살롱 사건’을 들고 나오자 총무원은 성호 스님의 과거 행적을 들추고 나섰다.
지난 5월 17일 총무원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성호 스님이 2004년 12월 사찰 내에서 A 비구니 스님을 강제로 성폭행하고 이에 저항하는 비구니 스님과 그의 모친을 폭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사건은 A 스님(여)의 고소로 전주지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폭행과 모친사망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종결하고,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 5월 16일 사건을 재배당해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사법기관의 조사와 별개로 불교계에서도 조사는 이뤄졌다. 지난해 말 조계종 호법부는 사건 관련 정보를 입수해 피해자 진술 등 관련 조사를 마친 상태다. 호법부는 “비구니 스님이 성호 스님으로부터 2003년 11월에 처음 성폭행을 당한 뒤 이듬해 1월까지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스님이 이 사건으로 정신적ㆍ육체적 피해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A 스님은 호법부 조사에서 피해사실 진술과 함께 폭행으로 인한 증거 자료로 당시 의료진료기록부 등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호 스님은 지난 3월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호 스님은 진술서를 통해 당시 비구니 스님과 알게 된 경위와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하는 당일의 정황을 설명했다. 성호 스님은 “2004년 사건 당일 A 스님이 전화로 욕설을 퍼부어 화가 나 사찰에 찾아갔지만 A 스님이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도 계속 나에게 욕을 했다”고 밝혔다. 또 성호 스님은 “심지어 나를 칼로 찌르려고 달려들자 옆방에 있던 A 스님의 모친이 말렸다. 그리고 난 사찰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성호 스님은 ‘평상 시 A 스님이 술만 먹으면 행패를 부렸다’는 주변인물의 증언도 전했다.
무엇보다 성호 스님은 자신에 대한 고소가 8년 만에 이뤄진 경위와 목적을 의심하며 “배후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배후세력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지목했다. 성호 스님은 “지난 2010년 3월부터 자승 스님의 총무원장 당선 과정에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다며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했었다. 총무원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나를 멸빈징계하고 A 스님에게 주지직을 주겠다고 꼬여 고소까지 했다”며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자승 스님과 성호 스님은 현재 20여 건의 소송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박사건으로 촉발된 양 측의 진흙탕 싸움이 법적 공방으로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