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때린 그들 다르빗슈에도 시비
▲ 일본 네토우요가 로토제약의 김태희 광고 출연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펼쳤다. 사진제공=SBS |
최근 네토우요의 움직임이 부쩍 심상치 않다. 지난 2월 말 열려고 했던 로토제약의 김태희 광고 발표회는 네토우요의 위협으로 인해 결국 취소됐다. 인터넷 우익단체들은 지난해 8월 처음 대규모 한류 반대 데모를 시작한 이래 거의 매월 한 차례씩 도쿄 도심 등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책이나 시위체험기 등도 속속 출간하고 있다. <주간포스트>를 중심으로 네토우요의 실체를 살펴봤다.
일본에서는 이미 로토제약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네토우요는 김태희가 2005년 독도수호천사로 위촉됐다는 점을 걸고 넘어졌다. 이들은 “김태희는 배우가 아니라 정치활동가”라면서 “일본을 싫어하면서 왜 일본에서 돈을 버느냐”고 주장한다. 또 “로토제약은 아예 독도제약으로 이름을 바꾸라”고 성토했다.
한류 드라마를 많이 방영해온 후지TV도 표적이다. 후지TV 본사 앞에서 열린 지난해 여름 시위에는 온갖 네토우요 단체에서 무려 2500여 명이 나와 “한류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말라”며 거칠게 항의한 바 있다. 후지TV의 주주인 일본 최대 생활용품업체 ‘가오’에 대한 불매운동도 일어났다. 오는 6월 말 후지TV 주주총회 전 또 한 차례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있다.
인터넷에서 처음 네토우요가 나타난 때는 2005년. 불과 7년 만에 ‘일본침략을 허락하지 않는 국민의 모임’, ‘배해(외국인 배척)주의자 선언’, ‘주권회복을 지향하는 모임’ 등 20여 개의 크고 작은 단체가 생겨났다. 이들은 애국심을 고취한다며 일왕제를 지지하고 반한류나 외국인 추방,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다. 주 공격대상은 재일교포, 한국인과 중국인이지만 장애인 등 소수자들에게도 대한 지독한 편견이 섞인 말도 서슴없이 한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게시판과 SNS는 물론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이트나 트위터 계정에 떼로 몰려가 한국을 비하하는 글을 끊임없이 올리거나 퍼다 나른다. 그래서 별칭이 ‘이나고(메뚜기)’다. 예를 들어 미국 메이저에 진출한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가 성적이 신통치 않은 날에는 그의 트위터 계정에 “어제 김치 먹었죠?”라고 글을 남기는 식이다. 이들은 ‘행동하라’는 슬로건 아래 온라인에서만 머물지 않고 곧잘 거리로 나가 시위를 한다.
일반 우익단체들은 일장기를 그려 넣은 검은색 중대형 차량을 몰고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차에 장착한 고성능스피커로 일왕을 찬양하는 노래나 일본의 핵무장론 연설 등을 시끄럽게 틀어댄다. 또한 전투복 차림의 제복을 입고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행진을 하는 등 자기들끼리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이에 반해 네토우요들은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며 싸움을 붙이는 식이다. 일왕제 폐지 시위가 열리면 그 장소로 쫓아가 반대파들에게 야유를 한다. 맞불 작전 시위다. 배해주의자 선언 모임은 ‘중국인을 죽여라’ 등의 과격한 글도 온라인상에서 마구 써대는데, 도쿄 도심을 관광하는 중국인에게 무작정 다가가 시비를 거는 일도 예사다.
가장 큰 단체는 ‘재특회(재일 외국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다. 여러 단체가 연합으로 같이 진행하는 반한류 시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재특회는 2007년 결성돼 일본 전국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회원은 약 1만 1000명이다. 누구든 홈페이지를 통해 이메일만 등록하면 가입할 수 있다. 집회에 두루 참가하고 모금, 서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열성회원은 전체 회원의 1%가량인 100여 명이다.
초창기부터 재특회가 중점을 둔 것은 재일 한국인의 일본 영주권 문제다. 재특회는 “재일 한국인들이 일제 식민지 시기 일본에 강제로 끌려온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발적으로 온 것”이라며 “현재 영주권을 박탈하고 일본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몇 년 전 재일교포들의 참정권 및 조선학교 무상교육이 한창 논의되던 무렵에는 재특회 회원 10명 정도가 교토의 한 조선인학교에서 난동을 피우며 수업을 훼방 놓다가 업무방해로 구속되기도 했다.
네토우요들은 재일 한국인을 ‘총’이라 부른다. 총은 일본의 에도시대에 쓰이던 바보란 뜻의 비하어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실생활에서 재일 한국인들과 교류가 전혀 없다고 한다. 재특회 취재 르포를 출간한 일본의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에 따르면, 재일 한국인이 비교적 거주하고 있지 않는 지역인 일본의 동북지방에 회원이 가장 많다. 별다른 관련도 없이 증오심을 품는 것이다. 이유가 대체 뭘까?
야스다는 “네토우요는 피해자 의식이 매우 강하다”고 말한다. 그간 ‘히키코모리(일정한 직업 없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젊은층)’ 등이 네토우요가 아닐까 추정되던 것과 달리 남녀노소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젊은이,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것이다. 친해지면 부드럽지만 일단 자기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격분하는 게 공통적인 특징이다.
사회 저변층이 많아 상대적인 박탈감이 심하고, 현 일본사회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즉 평소의 울분을 풀 만한 대상을 노리는 것이다. 반한류 시위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지지 발언을 하면서 회원들에게 인정을 받고 자신감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 우익 인사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60)는 “네토우요는 연수입 200만 엔(약 2800만 원) 미만의 빈곤층”이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요즘 일본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소위 ‘네토우요 워치(감시)’란 일종의 신상털기 놀이가 등장했다. 네토우요로 알려진 블로거의 블로그와 SNS를 낱낱이 살펴 실제 어떤 직업이나 취미를 갖고 있는지 재미삼아 분석한다.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신조어로 ‘네토우요 연호리안’이라고 부른다. 네토우요를 조롱하며 따라다니는 사람이란 의미다. 네토우요와 싸우는 전사, 네토우요를 조리하는 요리사, 안티 네토우요 등으로도 불린다. 일각에서는 ‘네토우요 연호리안’이 재일교포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2011년 12월 일본의 한 여론 조사기관이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네토우요와 네토우요 연호리안 중 누가 더 싫으냐’는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네토우요가 더 싫다는 답이 110명으로 과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그릇이 작다’, ‘극단적이고 괴롭힘이 심하다’, ‘사회성이 없다’, ‘도를 넘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