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없는 몸불리기 ‘빛 좋은 개살구’ 될라
▲ 매일유업 전경. |
지난 2006년 1월 창업주 김복용 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한 후 장남 김정완 회장이 매일유업의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김정완 회장은 ‘한국 낙농업의 대부’로 불리며 오로지 유가공업 밖에 몰랐던 선대회장과 사뭇 달랐다.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본업뿐만 아니라 외식사업부터 영·유아복까지 신규사업의 비중을 확대하는 데 힘썼다.
김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출산율 저하로 수요는 늘지 않는 데 비해 업체 간 경쟁은 심해져가는 현실에서 생존을 위한 탈출구로 평가받았다. 우려의 시선도 많았으나 김 회장은 신규사업을 전체 매출의 30%까지 확대한다는 중장기 목표 아래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외형적으로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매일유업이 보유하고 있는 외식브랜드는 인도요리점 ‘달’을 비롯해 중식당 ‘크리스탈 제이드’와 샌드위치 카페 ‘부첼라’ 등으로 매장수가 수십 개에 이른다. 여기에 와인 수입·판매뿐 아니라 일본 정통맥주 ‘삿포로’를 독점 판매 하는 등 주류사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종합식품기업의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
이 영향으로 매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4억 원으로 2010년 191억 원보다 약 37억 원이 줄었다. 2009년 영업이익 270억 원에 비하면 매년 수십억씩 줄어든 셈이다. 자연스레 안팎에서는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느라 본업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관계자는 “아무리 외식사업을 활발히 진행한다고 해도 전체 매출에서 따져보면 본업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무엇보다 본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매일유업의 외식사업에도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는 자체 브랜드 운영은 피하고 해외 직수입 브랜드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식에서부터 중식·양식·커피전문점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80% 이상이 해외 직수입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돈만 있으면 해외에서 브랜드를 수입해 외식업을 할 수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언제든 돈 많은 기업에 빼앗길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어마어마한 계약금과 로열티는 사업을 운영하는 데 큰 부담이 된다”면서 “물론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해외 브랜드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지만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돼야 끝까지 외식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일유업은 또한 베이커리 사업에도 손을 대며 교묘하게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피해가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15일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씨가 운영하던 베이커리 ‘포숑’ 지분 30%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매일유업은 삼성 호텔신라의 자회사인 보나비가 운영하던 ‘아티제’ 인수에도 참여할 뜻을 밝히며 베이커리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골목상권에서 소상공인을 지키고자 시행했던 매각인데 또다시 대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대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앞장서 어떤 사업을 진행할 계획은 없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면서 “우리는 베이커리 사업에 꼭 필요한 버터나 생크림 우유 등을 공급하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포숑 인수에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