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시장서 만난 유권자들 “당 보고 찍겠다” “정부 지원 기대” 제각각…박·한 캠프 완주론 속 주도권 신경전

지지율 구도만 보면 단일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두 캠프 분위기는 아직 ‘필요성’ 단계에서 ‘실무 협상’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박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했지만 국민의힘 중앙당과 박 후보 측은 선거 완주 기조를 유지 중이다. 반면 한 후보 측은 단일화 가능성 자체를 닫지는 않으면서도 지금은 주민 접촉과 현장 행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갈라진 보수 표심, 단일화 요구 제각각
‘일요신문i’는 지난 10일 부산 북구의 최대 상권이자 핵심 선거전 장소인 구포시장 일대를 찾아 하정우·박민식·한동훈, 세 후보에 대한 바닥 민심을 들어봤다. 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세 후보의 장단점을 각자의 기준으로 평가하면서도 단일화 문제만큼은 의견이 뚜렷하게 갈라졌다.
자신을 보수 성향 유권자로 밝힌 북구 주민 이 아무개 씨는 단일화 여부와 상관없이 보수 진영에 투표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 전재수 의원이 3선(제20·21·22대)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이 지역에서 특별히 바뀐 것이 뭐가 있나 싶어 이번엔 보수 진영 후보를 뽑으려 한다”며 “박민식이든 한동훈이든 상관없으니 누굴 뽑을지 고민하지 않게 단일화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만약 끝까지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소속 정당을 둔 박민식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채소를 팔고 있던 한 50대 상인은 한동훈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박민식 후보는 과거 이 지역 국회의원 시절(제18·19대) 두드러지게 한 일이 없어 보인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한동훈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을 견제할 사람도 한동훈뿐이다”라며 “만약 박민식 후보로 단일화된다면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업주는 한 후보를 지지하되 단일화는 필수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한동훈 후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매일 동네를 돌며 인사하는 모습 등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부산 구포 출신이라는 하정우 후보나 박민식 후보는 지역 출신이라는 점을 믿고 오히려 크게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지역 내에서 한 후보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어 박 후보와의 단일화는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30대 상인은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보수 후보 간 단일화를 경계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중용했던 하 후보가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할 때 정부가 뒷받침해 줄 것으로 본다”며 “젊은 사람이 없는 지역에 젊은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다만 한동훈·박민식 후보까지 3자 구도가 계속돼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민심이 요동치는 가운데, 각 후보 캠프 역시 단일화와 선거 전략을 두고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외부의 단일화 압박에도 불구하고 보수 진영 두 캠프의 기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 박민식 캠프는 단일화 요구가 커지는 상황을 의식하면서도 공식 입장은 일단 ‘완주’다.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에 대한 입장은 강경하다. 당 지도부와 당원의 믿음으로 전략공천을 받았기에 이를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선거 기간이 많이 남았고 우리에 대한 지지도도 낮지 않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등 외부에서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알지만, 현재로선 완주 입장이 견고하다”고 밝혔다.
무소속 한동훈 캠프는 단일화 문을 열어두되 현재는 협상보다 ‘현장’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캠프 김용환 공보관은 “단일화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지금은 단일화를 생각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주민들은 처음엔 연예인 보듯, 두 번째는 아는 사람 보듯 하다가 세 번째가 돼서야 민원을 이야기하실 정도로 직접 부딪혀야 친밀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지금은 주민들이 한동훈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하정우 캠프는 보수 단일화 논란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현장 스킨십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캠프 관계자는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로부터 ‘북구갑은 왕도가 없는 동네여서 지역 주민들과의 스킨십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며 “실제 다수를 동원한 선거 운동을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 후보들의 단일화 이슈로 지역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주민들이 좋아하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캠프 내부에선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만약 성사되더라도 우리는 묵묵히 주민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각 후보 지지율 조사 방식이나 단일화 이후 표 이동·이탈 추산 방식 등 ‘룰’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성사될 경우 선거 판세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민식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중도 보수층을 포섭하기 어렵고, 한동훈 후보로 단일화한다면 강경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한 후보의 선거캠프 구성을 살펴보면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재 등용 움직임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 승리 가능성은 한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좀 더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