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 내줄 수 없다…왕창 세일
▲ 서울 명동 거리에 있는 폴로 매장 입구.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캐주얼의 대명사로 꼽히며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의류브랜드 ‘폴로’가 전성기 시절의 위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폴로는 지난 1998년 두산과 손잡고 국내에 진출해 12년 동안 승승장구하며 캐주얼 시장 독주시대를 만끽했다. 그러다 두산과 계약이 만료되던 2011년 직접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폴로는 전국 180여 매장과 매출액 2500억 원으로 아시아 지역 최고 수준이었다.
두산으로서는 오랜 기간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을 뺏기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를 막기 위해 두산은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 폴로의 형제 브랜드인 ‘랄프로렌’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이며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본사가 직접 유통·판매를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노력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상품을 그대로 폐기해야 할 상황이라 무엇보다 급한 것은 최대한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이었다. 전까지만 하더라도 폴로는 ‘노세일 브랜드’ 정책을 고수했다.
하지만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 상황에 정상가격으로 재고를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 2010년 5월 두산은 재고뿐 아니라 신상품까지 모조리 최대 50% 할인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당시 시즌오프 세일기간이 아님에도 추가 할인 행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노세일 브랜드로 고가 이미지를 고수했던 폴로에게 할인행사는 치명적이었다. 백화점에서조차도 화려하게 전시된 경쟁 브랜드 제품과 달리 수백 벌의 옷이 여기저기 쌓여있어 고급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대규모 행사에서도 처리되지 않은 제품들이 무더기로 시중에 유통되면서 폴로의 이미지는 ‘중저가 브랜드’로 내려앉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폴로랄프로렌코리아는 브랜드 고급화에 주력했다. 여태껏 국내에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라인을 들여오고 매장의 고급화에도 신경 썼다. 하지만 순위변동이 크지 않은 캐주얼 시장에서 폴로는 점유율이 평균 3~5%나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힘들게 키워놓은 브랜드인데 어느 누가 쉽게 내주고 싶겠느냐. 갑의 자리에서 본사가 횡포를 휘두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담당 직원을 상의도 없이 빼가기도 하고 점주 이탈을 막기 위해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일도 있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저가판매는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스포츠 브랜드를 점령했던 푸마가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다. 사진은 푸마 모델 이효리. |
이처럼 기대 이상의 인기에 독일 본사는 이랜드의 국내 판권을 회수했고 푸마 역시 재고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이랜드가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펼쳤기 때문이다. 덤핑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나중엔 정품을 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저렴한 가격에 ‘짝퉁’으로 의심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2008년 이랜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푸마에 대항하기 위한 브랜드도 등장시켰다. 처음엔 초라했다. 당시 늘 백화점 퇴출 리스트에 올라있던 ‘뉴발란스’가 그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푸마가 그랬던 것처럼 로드숍에서 기반을 닦아 백화점까지 진출했다. 여기에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가 애용하면서 뉴발란스 열풍이 불었다. 자연스레 푸마의 자리를 뉴발란스가 대신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백화점에서도 ‘모셔가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또 다른 의류업계 관계자는 “올해만 하더라도 해외 본사 진출이 예고된 곳이 꽤 있다. 명품 브랜드도 예외는 아닌데 폴로나 푸마의 전적을 봤던 터라 판매권을 넘기는 과정이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 있다”며 “판매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재고 상품을 전적으로 떠안거나 해당 금액을 보존해주는 것이다. 어떤 브랜드든 한 번 이미지가 추락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이런 변화가 생긴 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푸마와 폴로와는 반대로 해외 본사가 섣부른 판단으로 큰 이익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하고 거액의 금액에 상표권을 넘겼다가 국내 기업이 그 이상의 대박을 터뜨리는 것.
상표권 취득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나가는 LG패션도 여기에 속한다. LG패션은 라이선스를 받아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운영하다 지난 2009년 상표권을 취득했다. 또한 해외 여성복 브랜드 ‘질 스튜어트’와 ‘바네사브루노’ 등도 잇따라 인수하면서 자체 생산 비율을 늘려가기 시작했는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해외 본사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 누가 떠나
독점판매권자 입맛 ‘씁쓸’
관세청이 지난 5월 20일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를 시작했다. 병행수입물품이란 상품권법에 의한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가 아닌 제3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수입한 상품. 이 또한 정품이면서 공식수입 상품보다 대체로 저렴하지만 소비자들에겐 ‘짝퉁’ 불안감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병행수입물품에 QR코드 방식의 통관표지를 부착해 해당 제품의 통관정보, 즉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독점판매권을 쥐고 있는 기업들은 이 제도가 달가울 리 없다. 특히 가격논란이 잦은 의류·잡화 업계는 ‘또 시작’이라는 반응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괜히 우리가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 파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다. 아무리 적법이라고 하나 해외본사와 판매권을 체결하는 것과 병행수입은 차이가 있다”면서 “병행수입물품은 물건에 하자가 있을 경우나 수선·교환이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에는 이런 서비스도 다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병행수입업자들은 일부 인기 있는 제품만 들여와 판매한다. 우리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반품이나 여러 문제가 있어도 다양한 상품을 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신경이 쓰이긴 하나 자체적으로 할인행사도 진행하고 제품 경쟁력이 있으니 병행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
독점판매권자 입맛 ‘씁쓸’
관세청이 지난 5월 20일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를 시작했다. 병행수입물품이란 상품권법에 의한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가 아닌 제3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수입한 상품. 이 또한 정품이면서 공식수입 상품보다 대체로 저렴하지만 소비자들에겐 ‘짝퉁’ 불안감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병행수입물품에 QR코드 방식의 통관표지를 부착해 해당 제품의 통관정보, 즉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독점판매권을 쥐고 있는 기업들은 이 제도가 달가울 리 없다. 특히 가격논란이 잦은 의류·잡화 업계는 ‘또 시작’이라는 반응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괜히 우리가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 파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다. 아무리 적법이라고 하나 해외본사와 판매권을 체결하는 것과 병행수입은 차이가 있다”면서 “병행수입물품은 물건에 하자가 있을 경우나 수선·교환이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에는 이런 서비스도 다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병행수입업자들은 일부 인기 있는 제품만 들여와 판매한다. 우리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반품이나 여러 문제가 있어도 다양한 상품을 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신경이 쓰이긴 하나 자체적으로 할인행사도 진행하고 제품 경쟁력이 있으니 병행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