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완전체 공백이 오히려 보이그룹 시장 숨통 틔워…4대 기획사 포함되지 못한 ‘흙수저 아이돌’ 성공 기회
#오늘 밤 주인공은 누굴까?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역대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 보이그룹으로 꼽히는 워너원의 히트곡 ‘나야 나’의 가사다. 이후 숱한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워너원의 명맥을 잇고자 했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이름은 없다. 바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Mnet ‘보이즈 플래닛’과 JTBC ‘피크타임’, 그리고 MBC ‘소년 판타지-방과후 설렘 시즌2’(소년 판타지)가 경쟁하고 있다.

‘피크타임’은 다소 결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중소 기획사에 속해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데뷔 후에도 활동이 미미했던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를 기회를 준다는 콘셉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K팝 가수로서 자신의 전성기(피크타임) 꿈꾼다는 의미를 담았다. 여기에는 포켓돌스튜디오 소속 BAE173,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소속 다크비 등 어느 정도 이름은 알려졌으나 ‘성공’에 방점을 찍지 못한 이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3월 30일부터 ‘소년 판타지’가 가세한다. 이 프로그램은 걸그룹 오디션이었던 ‘방과 후 설렘’의 남성 버전이라는 측면에서 ‘보이즈 플래닛’과 결이 비슷하다. 게다가 ‘보이즈 플래닛’과 같은 매주 목요일 밤 시간대로 편성됐다. 정면 승부를 택한 셈이다.
한동안 보이그룹이 걸그룹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걸그룹이 더 뛰어난 활약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BTS의 독주가 시장에 미친 여파가 컸다. BTS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었고, 웬만한 활동으로는 BTS의 아성을 넘보기 힘들었다. 또한 BTS가 워낙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기 때문에 신인 보이그룹으로 새로운 팬층을 창출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프로젝트 그룹의 시장 가치는?
하이브의 등장 이후 가요계는 4강 체제가 굳어졌다. 하이브를 포함해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들에 속한 이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팬덤이 구축된다. 이미 업계에서 ‘잘한다’고 소문난 이들이 네 곳의 연습생으로 들어간다.
또한 ‘하이브 출신’, ‘SM엔터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일종의 ‘명품’ 인증 마크라 할 수 있다. 데뷔를 앞두고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기대치 역시 상승한다. 네 회사가 가진 스타 파워가 강하기 때문에 방송사에서 입김도 세다. 각종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얼굴을 알리기도 쉽다는 뜻이다. 결국 그들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보이즈 플래닛’ ‘피크타임’ ‘소년 판타지’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4대 메이저 기획사에 포함되지 못한 이들에게 또 다른 돌파구라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을 지니고 있다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대중의 눈도장을 받는다. 또한 소위 ‘흙수저 아이돌’로서 겪었던 설움과 실패담은 그들의 사연이 된다. 대중이 그들에게 감정 이입을 할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다.
프로젝트 그룹에서 파생되는 효과도 크다. 이런 그룹은 ‘시한부’다. 해당 방송사와 1년∼2년 6개월 정도 기간을 정해놓고 활동한다. 이 기간이 끝난 후에는 인지도를 쌓은 이들이 또 다른 그룹의 일원으로 편입되거나 솔로 활동을 한다. 걸그룹 아이즈원의 경우 활동 기간이 끝난 뒤 멤버 장원영, 안유진이 옮겨 간 걸그룹 아이브가 데뷔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정식 데뷔조에 꼽히지 않았다 하더라도 ‘보이즈 플래닛 출신’, ‘피크타임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그들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면서 “방송국을 기반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느덧 K팝 시장의 한 갈래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