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천 향한 복수극 가능성…제작진은 계획 없다고 하지만 관건은 넷플릭스의 ‘의지’
16부작 드라마를 파트1과 파트2로 나눠 공개했지만 전체적으로는 16부작 드라마로 시즌제로 따지면 이제 시즌1이 끝났다. 관건은 과연 시즌2가 나오느냐다. 16회 후반부 내용만 보면 충분히 시즌2가 가능하도록 드라마가 마무리됐다. 과연 ‘더 글로리’ 시즌2는 제작될 수 있을까.
※이 기사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마지막회 후반부는 시즌2 예고편?
‘더 글로리’ 시즌1의 마지막인 16회 마지막 대사는 “사랑해요”다. 주여정(이도현 분)이 먼저 “사랑해요”라고 말하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사랑해요”라고 화답한다. 대사만 놓고 보면 복수극이 멜로극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TPO(Time, Place, Occasion의 약자로 시간과 장소, 상황을 의미)를 따져보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주여정과 문동은이 지산교도소에 함께 들어가기 직전, 서로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물론 주여정과 문동은은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 모든 복수를 마치고 주여정을 떠났던 문동은이 다시 돌아와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하자 주여정은 “근데 나 왜 또 떠났어요?”라고 원망하듯 묻는다. 이에 문동은은 “복수가 아니라 사랑이었나 보죠”라고 말한다. 사실상 사랑 고백, 둘은 포옹하고 키스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다시 만난 데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문동은의 복수는 끝났지만 주여정의 복수는 잘 안됐기 때문이다. 이에 문동은은 “이젠 내가 망나니가 되어줄게요. 선배의 1프로는 내가 채워줄게요”라며 복수 과외를 제안한다. 이미 문동은은 주여정의 복수를 위해 반년 넘게 공을 들여 놓은 상황이기도 하다.
주여정의 복수 상대는 모든 의료진이 치료를 거부하는 강력범을 직접 치료해준 주여정의 아버지를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영천(이무생 분)이다. 이미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사형수지만 대한민국이 25년 넘게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강영천 역시 사형 집행 가능성이 거의 없다.
주여정은 강연천을 면회할 때 “죽여야죠. 곱게는 말고”라고 자신이 주고 싶은 벌에 대해 언급했었다. 이어 “혹시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조심해야 할 거예요. 당신 옆을 지나가는 사람, 당신 앞에 놓이는 밥, 당신이 타 먹는 약, 그게 뭐든 다”라고도 말했다. 이후 주여정은 지산교도소 의무관이 되고 문동은은 토론 수업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된다. 그리고 문동은의 작업을 통해 강연천이 지산교도소로 이감되며 ‘더 글로리’ 시즌1이 끝난다.
결국 마지막 장면은 서로에게 “사랑해요”를 말한 문동은과 주여정이 본격적인 복수를 위해 지산교도소로 들어가는 설정이다. ‘복수자’ 주여정과 그의 1%를 채워줄 ‘망나니’ 문동은, 충분히 기대되는 시즌2의 설정이다.
이런 설정을 두고 온라인에선 ‘더 글로리’ 시즌2 제작 가능성에 제기되고 있다. 만약 제작이 현실화 된다면 시즌2는 주여정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연쇄살인범 강영천과의 악연과 이후 지옥에서 보내야 했던 힘겨운 나날과 문동은과의 만남, 그리고 본격적인 복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데 주된 배경은 교도소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2019년 방영된 KBS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가 언급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남궁민 분)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려 냈다. 게다가 시즌1의 주역들이 대거 교도소에 살고 있다. 박연진(임지연 분), 이사라(김히어라 분)는 물론이고 연진이 엄마 홍영애(손지나 분)도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더 글로리’는 대한민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스타 작가로 로맨틱 코미디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를 주로 집필해 온 김은숙 작가 드라마 작품이다. 그만큼 복수극인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 기존 드라마와는 상당히 다른 장르다. 만약 교도소가 배경인 ‘더 글로리’ 시즌2까지 집필한다면 이제 김은숙 작가가 장르물의 대가로 변신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시즌2가 연쇄살인범에 대한 복수라면…
반면 ‘더 글로리’ 시즌1의 마지막 장면을 시즌2 예고로 풀이할 수 있지만 가장 완벽한 결말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만약 이런 설정이 없었더라면 모든 복수를 끝낸 문동은의 자살로 드라마가 끝났을 수도 있다. 수많은 동화의 결말이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이듯, ‘더 글로리’는 ‘동은이는 행복하게 복수하며 살았답니다’라는 결말로 이해할 수 있다. 동화가 공주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는지를 후속편까지 만들어 소개하지 않듯, 문동은이 주여정을 돕는 복수극 역시 굳이 후속편은 필요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더 글로리’ 제작진은 “아직까지 구체화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글로벌 1위를 기록한 흥행작인 터라 넷플릭스에서 시즌2 제작 의지를 강하게 피력할 수도 있다. 엄청난 제작비 투자와 글로벌 홍보 마케팅 등을 보장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엄청난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시즌2 제작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던 황동혁 감독 역시 넷플릭스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시즌제 제작에 돌입했다. ‘오징어 게임’ 이후 글로벌 1위를 기록한 ‘지옥’과 ‘지금 우리 학교는’도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다만 ‘더 글로리’는 3월 19일 글로벌 2위로 내려왔다.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한 것은 일주일 남짓이다. 완성도 높은 복수극이라는 측면에서 큰 사랑을 받았지만 국가별 문화 차이로 인해 학폭이라는 소재가 갖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그렇다면 시즌2를 제작했을 때 다시 한 번 글로벌 흥행에 성공할지를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반면 이런 측면이 시즌2 제작에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시즌2는 학폭이 아닌 연쇄살인범에 대한 복수인데 그것도 다른 의사들이 모두 피하는 범죄자를 치료해 살려준 의사를 살해한 연쇄살인범 이야기다. 게다가 주요 배경이 교도소인데 교도소는 매우 글로벌한 배경이다. 게다가 가장 큰 장점은 전세계가 인정한 ‘대사빨’의 소유자인 김은숙 작가 작품이라는 점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