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설계하면 보험료 ‘다운’
보험은 대표적인 ‘푸시(Push)형’ 상품이다. 대부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의 권유에 의해서 판매되는 비자발적 상품이다. 예전부터 판매원에 의한 인적 판매방식이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보험이 객관적으로 필요는 하지만 사망 질병 등 안 좋은 이미지를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나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필요성을 인식시켜 구매욕구 불러 일으켜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그래서 보험모집인 또는 보험설계사라는 이름으로 ‘인적판매조직’이 생겨난 것이고, 이들에게 수당으로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에 사업비를 부가하여 이들이 활동할 수 있게 했다. 보험사가 아무리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할 보험설계사의 ‘판매 니즈(Needs, 욕구)’를 자극하지 못하면 그 상품은 소비자에게 전해지지 어렵다. 종신보험과 동일한 보장으로 보험료 절대금액이 적은 정기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보험료가 매우 저렴하지만 설계사가 받는 수당이 적어 잘 판매되지 않는다.
보험설계사의 임무는 소비자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여, ‘가입 니즈’를 불러 일으켜 상품 설계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보험을 든 소비자는 그 대가로 보험설계사에게 보험료의 일부를 수당으로 지급한다. 그렇다면 충분한 보험가입 니즈가 있고 상품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소비자라면, 굳이 보험설계사를 통하여 가입을 권유받을 일도, 설계 받을 일도 없는 것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알아서 하면 된다.
이를 ‘설계사를 보지 않고 가입한다’고 해서 ‘비대면채널’이라고 하는데, 인터넷이나 홈쇼핑, 전화 등을 통해서 보험을 가입하는 방법이다. 설계사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사업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그만큼 보험료가 저렴하다. 요즘은 보험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인터넷 등을 통하여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설계사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지 가입할 수 있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에게도 적합하다.
상담원의 전화로 상품설명을 도와주는 홈쇼핑이나 텔레마케팅 판매방식은 불완전판매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단점이 있다. 보험사들이 설계사와의 상품 충돌을 우려해 비대면채널의 상품 구색을 갖추어 놓지 않고, 사업비도 많이 부가한 경우도 있어 비대면채널이 소비자의 ‘상품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점이 많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상품이 비대면채널에서 판매되는 경우, 상품내용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가입한다면 사업비가 적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우리나라 보험시장은 방카슈랑스 판매를 제외하고는 아직 90% 이상이 보험설계사가 차지하고 있지만 비대면채널의 비중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설계사의 도움 없이 보험을 잘 아는 소비자라면 비대면채널을 통해 상품을 가입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 중 하나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 www.kf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