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감을 현대화했다고 평가받는 단색화는 한 가지 색채만으로 화면 전체를 칠하는 모노크로미즘 회화다. 단색화는 최근 우리 미술계에서 붙인 이름이다. ‘모노크로미즘’이라는 원래 명칭의 우리말 버전인 셈이다. 단색주의는 20세기 초 러시아에서 일어났던 추상 절대주의에 근원을 두고 있다.
이 기법의 창시자는 이브 클라인(1928-1962)이다. 동양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았던 클라인은 일본 선불교에 심취했고, 이런 정신적 다이어트 사상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모노크롬 회화를 창안했다. 이후 1960년대 유럽과 미국, 일본을 휩쓴 미니멀리즘의 대표적인 방법이 되었다.
현재 우리 미술계를 주도하는 단색화에는 일본의 선불교에서 유래한 일본적 미감이 짙다. 이런 아름다움은 ‘젠 스타일’로 불리며 현대 디자인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전통 미감과 궁합이 잘 맞는 단색주의 회화는 일본에서 유행했고, 1970년대 우리 현대미술계의 한 흐름을 형성했다. 당시 ‘방법론적 회화’로 불렸던 미니멀리즘 회화는 30년의 세월을 건너와 ‘단색화’라는 새 이름을 얻고, 한국 전통 미감을 현대화시킨 미술이 된 것이다.
단색화는 우리 미감의 한 축으로 평가되는 백색의 미감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조선 후기에 나타난 소박하고 고졸한 미감인 백색미는 일본인 미술평론가이자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한국 이름 유종열)가 조선 백자를 보고 평가한 아름다움이다.
이후 한국적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 조선 백자는 단골 메뉴가 됐다. 그래서인지 단색화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업적 모티브를 조선 백자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백색의 미감이 우리 고유의 정서를 대표하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한민족=백의 민족’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를 정당화하는 데 조선 백자가 있다. 특히 현대에도 사랑 받는 보름달 같은 풍성한 미감의 달항아리는 백색미에 대한 관념을 더욱 공고히 해준다.
우리 민족은 과연 백색을 좋아할까. 이런 이유로 백색이 한국적 미감을 형성하는 바탕이 됐을까. 밝은 색을 좋아하는 것은 확실한 듯하나 그게 꼭 흰색인지는 앞으로 젊은 세대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이런 물음은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의미심장한 현상이다. 한국적 미감을 추구하는 작가들은 단색화의 미학이 아닌 다이내미즘적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색채의 다양성으로 우리 미감에 접근하려는 작가들이 많다.
김영진도 그런 흐름을 주도하는 작가다. 그는 밝고 다채로운 색채의 조화를 통한 장식적 아름다움으로 한국적 미감을 찾아가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의 역동적 아름다움을 현대화하는 회화로 사랑받는 작가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