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타수 무안타’ 쫄지 않을래
▲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서 보낸 시간들이 저한테는 시린 기억들로 자리할 것 같네요. 6월 10일(한국시간) 현재, 9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글쎄요, 이틀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겉으로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한 척해도 제 속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었어요.
야구가 잘 안 될 때는 선수들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곤 합니다. 삭발까진 안 해도 머리를 짧게 자르기도 하고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야구장에 나와 타격 연습에 더 집중한다거나 코치들과 계속된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찾아가려고 노력합니다. 한 코치는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지금 잘 안 맞는다고 네 야구인생이 안 맞는 거 아니니까 현실을 편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라고요.
그렇죠. 아무리 5타수 무안타를 쳤다고 해도 4타수 3안타를 친 날도 있고 7경기, 9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한 날도 있기 때문에 하루 이틀 부진했다고 마음 아파하고 속상해 하면 저만 바보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개막하고 두 달이 넘어갔는데 전 계속 제자리뛰기만 하고 있어 이렇게 방망이가 안 맞은 날에는 이전과 달리 툭툭 털지 못하고 제 자신을 끝 모를 수렁으로 빠트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네요.
야구를 잘해서 절 응원하고 격려를 보내주시는 팬들에게 제가 힘이 돼드려야 하는데 요즘은 거꾸로 팬들한테 제가 위로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너무 이르잖아요. 경기 수는 많이 남아 있고 전 분명 이 어두운 터널을 잘 뚫고 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웃을 수 있게끔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