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RE100으로 기후 위기 선제적 대응” 산업부 “우리 현실에는 CF100이 유리”
그런데 이를 두고 경기도와 중앙정부의 스탠스가 갈린다.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RE100에 사활을 걸고 있고 정부는 우리 현실에 맞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며 CFE 포럼(CF100)을 출범시켰다.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국제적 기업 간 협약 프로젝트다. 영국의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 (the Climate Group)이 시작했다.
RE100에는 구글, 애플, 메타, 파나소닉 등 글로벌 400여 기업, 조직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삼성전자 등이 RE100을 선언한 상태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산업계에서는 RE100이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볼보, BMW가 국내 부품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으며 RE100을 요구했고 결국 납품 계약이 취소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유럽에서 얼마나 RE100을 중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례다.
RE100에 가장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지자체는 경기도다.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 취임 이후 기후 위기에 맞서 탄소중립, RE100을 강조해 왔다. 김 지사는 지난해 7월 27일 콜린 크룩스 영국대사와 만나 기후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고 같은 해 10월 12일에는 나이젤 토핑(Nigel Topping) 유엔기후변화협약(COP26) 기후 대사와 만나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유망환경기업을 선정해 맞춤형 사업비를 지원하고, 환경산업 신규시장의 개척을 돕기도 했다. 또한 탄소중립 생활 실천 선도사업도 지난해 처음 도입해 도민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실천 활동이 가능하게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12월 8일에는 환경부로부터 탄소중립 우수 지자체로 선정돼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러한 기후‧환경 관련 정책 사업은 경기도가 얼마나 환경을 중시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3월 28일 “기후도지사가 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인류를 위협하는 3대 도전 과제로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인구 위기를 꼽는다”며 “도청과 공공기관부터 RE100을 하고 기업과 도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기후 변화에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4월 24일에는 경기 RE100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26년까지 원전 6기 규모인 9GW(기가와트)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1년의 5.8%에서 2030년 30%까지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경기 RE100’ 비전은 미래세대·차기 정부에 기후 위기 극복 부담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민선 8기 경기도의 의지로 볼 수 있다. 이는 정부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30.2%→21.6%로 낮추고,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대폭(14.5%→11.4%) 축소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김동연 지사는 5월 17일 경기도 2050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RE100 정책 실천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공공기관의 유휴부지 전체에 태양광 발전을 시작하고, 공공기관 평가에 RE100 이행 여부를 비중 있게 반영하는 계획으로 산하 공공기관 전체가 RE100 실천에 나서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경기도가 처음이다.
반면 정부는 CF100이라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CFE는 무탄소 에너지(Carbon Free Energy)의 줄임말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의미한다. 즉 원자력도 포함되는 개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17일 무탄소 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고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CFE 포럼’을 구성하고 출범식을 가졌다. 이창양 장관은 개회사에서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은 의미 있는 캠페인이나 우리 여건상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무탄소 에너지 개념을 활용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포럼 출범 배경을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의 기후 행동으로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을 지향하는 RE100이 세계적인 대세지만,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하고 전력계통이 고립된 우리나라의 여건은 유럽이나 북미와 다르다”며 “탄소중립을 위한다면 에너지원을 꼭 재생에너지로만 사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과 청정수소 등 다른 무탄소 에너지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를 각국의 사정에 맞게 활용한다면 기업부담을 완화해 탄소중립 이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