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배당 주당 375원, 과거 ‘잉여현금흐름 5%’ 적용 땐 연간 배당 10배 수준…경쟁사 환원 확대 속 3분기 추가책 주목

SK하이닉스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배당은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29일 올해 2분기 매출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 순이익 93조 922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76%, 순이익률은 118%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종가 142만 2000원을 기준으로 주당 375원의 2분기 배당금을 적용한 시가 배당률은 약 0.026%에 불과하다. 지난 7월 30일 약 49억 원을 들여 SK하이닉스 주식 3620주를 매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이번 2분기 배당으로 받게 될 금액은 135만 7500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주주환원정책에서 FCF의 일정 비율을 추가 배당하던 구조가 사라지면서 실적 개선이 배당 증가로 자동 연결되는 장치가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의 2022~2024년 주주환원정책은 연간 고정배당 1200원에 더해, 그해 발생한 FCF의 5%를 추가 배당하는 구조였다. 현재 정책은 고정배당을 연 1200원에서 1500원으로 높였지만, 매년 발생한 FCF의 일정 비율을 추가 배당하는 장치는 두지 않았다.
회사가 재무 상황과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해 환원 규모와 시점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추가 배당 여지를 뒀는데, 실적과 배당을 연결한 예측 가능한 ‘공식’이 부재하다는 데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 SK하이닉스는 2025년의 경우 연간 고정배당 1500원에 추가 배당 1500원을 더해 주당 총 3000원을 지급했다.
올해처럼 대규모 FCF 창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과거와 현재 정책의 ‘배당 구조’ 차이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6년 FCF는 201조 8670억 원으로 추정된다. 만약 과거 FCF 5% 배당 공식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자동 확보되는 추가 배당 재원은 10조 933억 원, 1주당 배당액은 1만 3817원 수준으로, 이는 현 정책상 고정배당(1500원)이나 지난해 추가 배당 사례(1500원)의 9배가 넘는 액수다.
경쟁사들이 주주환원 확대 계획을 밝히거나 검토 중인 점도 SK하이닉스가 비난을 사는 요인이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지난 6월 24일 2026 회계연도 3분기(2월 말~5월 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오는 12월부터 자본환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투자·재무 재원을 제외한 ‘초과 현금’의 10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해당 분기 매출 414억 6000만 달러, 영업활동현금흐름 253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조정 FCF는 183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마이크론은 지난 3월 분기 배당을 주당 0.115달러에서 0.15달러로 약 30% 인상했으며 6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전자도 특별배당과 차기 주주환원정책 논의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30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약속대로 이행할 계획”이라며 현재 이사회와 경영진이 올해 특별배당을 포함한 구체적인 주주환원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KB증권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조만간 발표될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 연간 환원 규모가 최소 100조 원에서 최대 2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스스로 장기 투자 신뢰도를 높이려면 수익 실적에 기반해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체계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SK하이닉스는 이달 7일 2분기 배당 공시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3분기 중 확정하여 발표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금 창출력이 크게 확대된 만큼 향후 추가 환원의 규모와 방식이 장기 주주에 대한 환원 의지를 가늠할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의 현행 주주환원정책은 삼성전자나 마이크론과 비교하면 보수적”이라며 “실적이 크게 개선돼도 주주환원이 자동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장기 보유의 가치를 높이려면 회사의 성장 성과를 장기 주주도 공유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며 “투자와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뒤 남는 초과 현금의 일정 부분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환원하는 예측 가능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행 주주환원정책은 2023년 다운턴(실적 불황기) 이후 FCF 적자와 차입금 증가 등을 고려해 재무건전성 확보와 미래 성장 투자를 병행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메모리 산업은 적기 투자가 경쟁력의 핵심인 만큼 안정적인 투자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현금 창출력이 크게 강화된 만큼 주주환원을 의미 있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해 3분기 중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