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5명 중 1명 “때론 묶이고 싶스므니다”
▲ SM플레이를 다룬 일본 영화 <꽃과 뱀> 홍보집 사진. |
▲ <나나와 가오루>의 한 장면. |
일본에서도 가학적, 피학적 성행위에 관심을 갖는 중고생이 적지 않다. 중고생 커뮤니티에는 ‘SM플레이를 한번 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온다. 사디즘, 마조히즘을 일컫는 SM플레이 관련 성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는 고교생 남녀가 SM플레이를 하며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의 로맨스 영화 <나나와 가오루>도 나왔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한 성인용품 사이트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10대 후반~20대 여성의 무려 20%가 SM플레이에 ‘흥미가 있다’고 답했다.
일본의 SM 성문화는 이제 마니아층을 넘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일까. <후지신문>을 중심으로 그 실태를 살펴봤다.
지난 2월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 삿포로 시 경찰당국이 시내의 한 클럽을 단속했는데 놀랍게도 현장에는 SM플레이를 벌이던 손님 중 동료 경관이 있었던 것. 28세 경관은 클럽 무대 위에서 나체로 로프에 묶인 채 16명의 남녀 관객에 둘러싸여 자신을 괴롭히는 SM플레이 전문 여성의 손길을 한창 즐기고 있었다. 이 경관은 결국 외설죄로 체포됐다.
경관이 하던 SM플레이는 일명 ‘긴바쿠’다. 반라나 전라의 몸을 로프나 면으로 된 끈으로 묶은 후 꼼짝달싹 못하는 긴장 상태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일본의 에도시대 때부터 행해졌으며 1970년대부터 긴바쿠를 다룬 AV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일본의 SM 성문화의 대명사 격이 됐다.
▲ 바에서 벌어지는 긴바쿠 이벤트. 사진출처=일본 블로그 |
긴바쿠를 당하는 이를 마조히스트의 줄임말 ‘M’, 긴바쿠가 된 사람을 때리거나 간질이면서 성적 흥분을 유도하는 이를 사디스트의 줄임말 ‘S’라 한다. 긴바쿠는 여성이 M, 남성이 S가 되는 경우가 많다. 로프나 끈을 묶어주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른바 ‘긴바쿠시’라고 불리는 일종의 전문가들인데, 행위 동안 끈이 단단히 묶여 있게 하고 행위가 끝났을 때는 금방 풀리게끔 하는 식으로 끈 묶는 게 생업이다. 원래는 AV영화에서 여배우를 묶어주며 돈을 버는데 요사이는 클럽이나 바의 홍보 목적으로 열리는 SM플레이 이벤트에 나와서 손님들을 묶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개인의 성행위 시 일일이 긴바쿠시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 지난해에는 아마추어가 끈 매는 법을 독학으로 배울 수 있는 <SM플레이 가이드북>도 나왔다. 또한 여러 SM플레이 방식을 상세히 설명하는 입문서 격 책들도 계속 출간되고 있다.
SM 성문화가 부각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관련용어들이 마치 관용어처럼 쓰이고 있다. 예컨대 성관계나 대인관계에서 리드하는 사람을 ‘S’, 리드되는 사람을 ‘M’이라 한다. 또 남을 통제하려는 성격이 매우 강한 이는 ‘도S(도를 넘은 S란 뜻)’, 그 반대는 ‘도M(도를 넘은 M란 뜻)’이라고 한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그 부장님은 도S야”라는 식으로 상사의 흉을 보기도 한다.
물론 SM플레이에 심취하는 이들은 드물다. 대개 성행위 시 기껏해야 눈가리개나 간이 수갑을 쓰고 입에 ‘볼개그’ 를 넣는 정도의 ‘소프트 SM’을 선호한다. 이 정도 용품은 굳이 성인용품사이트가 아니더라도 일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anan> 등 여성 패션 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루는 SM플레이는 소프트SM 용품을 소개하는 수준이다. 일반인들은 지나친 SM플레이를 보면 눈살을 찌푸린다.
몇 년 전 한 지방대 의과대학 망년회에서 의대생들이 심한 SM플레이 퍼포먼스를 한 사진이 인터넷으로 유출됐다. 여자 의대생이 SM플레이 의상인 검정 가죽 코르셋에 검정 하이힐을 신고서 환자로 분한 남자 의대생의 배를 밟는 행위를 했던 것. 비난이 빗발치자 대학 측에서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드코어로 분류되는 SM플레이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 맨몸에 촛농 떨어뜨리기, 성기나 배꼽 피어싱 잡아당기기, 목줄을 두른 뒤 밖으로 끌고 다니기, 소변이나 대변을 보게끔 하면서 관찰하기 등이다.
근래는 상대를 동물처럼 대하거나, 코를 집게 등으로 집어 올려 들창코로 만든 채 키스나 오럴섹스를 하는 등의 새로운 기법도 나왔다. 모두 인간의 수치심, 지배욕을 극대화하여 피지배적, 지배적 성적 성향을 만끽하고자 함이다. 이런 하드코어류는 마니아층이 꾸준히 있어서 전문잡지나 해설사이트 등도 여러 개가 나오고 있다.
그럼 성풍속점에서 SM플레이를 할 경우 가격은 얼마일까? 남성이 주 고객이며 업소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 일반 성매매보다 요금이 훨씬 비싸다. 예를 들어 도쿄의 경우 번화가를 중심으로 ‘SM성지’라 불리는 전문 업소들이 있는데 대략 10개에 불과하다. 업소마다 요금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회원가입비 1만 엔(약 12만 원)에다가 시간 당 기본요금 1만 엔을 낸다. 여기에 특화된 SM서비스를 원할 경우 돈을 추가로 낸다.
이를테면 여성의 음모를 깎는 서비스는 8000엔(약 9만 6000원), 눈가리개를 씌우는 경우는 5000엔(약 6만 원) 선이다. 남성이 M으로 여성에게서 가학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경우는 가격이 두 배가량 올라간다. 남성을 자극하는 여성 S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S여성은 ‘SM퀸’이라 불리는데 남성에게 채찍을 휘두르거나 전라의 남성의 등에 올라타 남성에게 기어가도록 시킨다. 딜도를 벨트에 매달아 차고 남성에게 오럴 섹스를 시키기도 한다. 이 경우 가격은 3만 엔(약 36만 원)선이다.
최근에는 SM플레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해프닝 바’도 등장했다. 겉은 보통 술집이나 바처럼 생겼는데, 옆 자리에 앉은 손님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마음이 맞으면 SM플레이를 하러 가는 형태다.
영화감독이자 성문화 평론가로 유명한 단 오니로쿠는 “소심하거나 반항심이 없는 이들은 접근할 수 없는 게 SM문화”라며 “가정이니 회사니 사회니 국가니 하는 걸 죄다 버려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쾌락주의 절정인 SM문화”라고 정의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