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억 들여 농지 위에 지은 가오탕차오역 결국 폐쇄…환경 고려 않는 무분별 도시계획 질타 목소리 높아
최근 저장성 가오탕차오역 사진이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 등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논밭 한가운데에 세워진 이 지하철역은 이용객이 없어 결국 문을 닫았고, 지금은 ‘흉물’이 된 상태다. 역 주변은 쓰레기가 가득했고, 잡초가 무성했다. 가오탕차오역을 만드는 데 든 비용은 2억 위안(370억 원)으로 막대한 세금이 낭비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저장성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역의 개통 시기는 불과 3년 전이다. 2015년 7월 부지 선정, 2017년 공사 시작, 2019년 6월 개통했다.
역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천 아무개 씨는 “3년 동안 지하철을 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 역과 마을 사이엔 강이 있는데, 이를 건너려면 3km 이상 우회해야 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버스를 타는 게 훨씬 낫다”고 꼬집었다. 천 씨는 이 역에서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로 100m 떨어진 마을에 살고 있다. 이곳은 2500여 가구, 37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 중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당국은 역 개통 후 하루 최대 1만 5000명의 이용객이 지하철을 탈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가장 큰 패착은 지하철역으로 접근하기 위한 도로가 건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교통 전문가는 “중국 지하철역 건설의 가장 큰 문제는 ‘선 승차, 후 티켓 구매’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사전에 아무런 준비 없이 일단 거액을 들여 역부터 만든다는 뜻이다. 저장성 같은 경우가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오탕차오역과 비슷한 곳이 적어도 200곳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오탕차오역에 도로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농지법’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이 건설된 곳은 용도가 변경됐지만 나머지 땅은 여전히 농지였다. 실제 지금도 여러 작물들이 경작되고 있다. 역 바로 뒤에서 감자를 키우는 구 아무개 씨는 “이 역은 기본적으로 논밭 한가운데에 세워졌다. 마치 허수아비처럼 논 한가운데에 역만 홀로 서 있는 꼴”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곳이 기본 농경지임을 알면서도 왜 당국은 지하철역 건설을 추진했을까. 당국 관계자는 “도시 계획과 토지 이용 계획 사이에 불일치가 있었다. (지하철역 건설에) 문제가 있었던 게 맞다”고 했다.
당초 당국은 역 개통 후에 주변 도로 및 상업용 주택 개발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대체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당국은 역을 살리기 위해 여러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역과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현재 이 도로는 타당성 검토를 마무리 지었고, 올해 9월경 토지의 용도 변경 절차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이와는 별개로 저장성은 127개 지하철역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특히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하철역이 집중 대상이다. 도로를 만들고 통로와 출입구 등을 개선하는 공사를 준비 중이다. 주민들의 이동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지하철역과 주변 환경의 유기적인 발전 방안도 용역을 통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효율성이 떨어져 재건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역은 폐지도 검토한다.
저장사범대학 지리환경과학대학 교수인 마위안쥔은 “(지하철역을 포함한) 주요 기반시설을 배치할 땐 경작지 보호와 도시 개발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남정치법률대학 교수 차이페이도 “토지계획과 도시계획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청사진을 구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우후죽순 지어지고 있는 지하철역이 토지 등 주변 환경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들이다.
차이페이 교수는 “아무리 개발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절대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 농업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삶의 기반”이라고 덧붙였다. 가오탕차오역처럼 무분별하게 농지 위에 지하철역을 세워선 안 된다는 뜻이다.
앞서 2018년 7월 국무원은 ‘도시 철도 계획 건설 관리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첫 번째 명확한 기본 원칙은 지하철역 개통 문턱을 높이고, 속도를 늦추는 것이었다. 이를 지켰더라면 가오탕차오역과 같은 사례는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지하철역 건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보다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