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빠진 TV 스타도 변했다

19금 만난 신동엽ㆍ박진영 물 만난 고기네~

▲ tvN 에서 19금 콩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박진영. 사진제공=tvN

TV가 ‘색’(色)에 빠졌다. ‘19금’ 시청 등급을 뛰어넘는 과감하고 도발적인 표현과 상황 묘사, 그리고 대사 등이 안방극장에 넘친다. 그동안 금기처럼 여겨졌던 성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면에 내걸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버라이어티쇼와 드라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출연을 꺼릴 것 같은 스타들은 오히려 적극적이다. 개그맨 신동엽은 생방송 도중 야한 농담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이른바 ‘색드립’(‘색’과 ‘애드리브’의 합성어)에 힘입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가수 박진영은 ‘19금 콩트’의 대본까지 직접 쓰며 ‘색’ 알리기에 나섰다. 영화 <후궁:제왕의 첩>으로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보여준 조여정은 영화가 상영 중인 가운데서도 TV에 나와 또 한 번 섹시한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섰다. TV도, 스타도 변했다.박진영은 최근 케이블위성채널 tvN의 생방송 버라이어티쇼 <SNL코리아2>에 출연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박진영은 신은경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재혼했어요’란 코너를 꾸몄다. 싱글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 생활을 그린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패러디. 박진영과 신은경은 둘 다 이혼의 경험을 갖고 있어 둘이 만드는 재혼 상황은 현실과 가상의 사이에서 묘한 웃음을 안겼다. 특히 박진영과 신은경은 그동안 좀처럼 자신들의 이혼 사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려왔던 까닭에 ‘우리 재혼했어요’ 동반 출연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진영은 여성 용품을 자신의 겨드랑이 털에 붙이는 이른바 ‘겨스퍼 CF’까지 선보였다. 방송 직후 ‘충격적’이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유명 가수이자 프로듀서로 승승장구하는 박진영이 ‘성 아이템’을 응용해 철저하게 망가지는 모습은 팬들에게 묘한 희열을 안겼다.

흥미로운 점은 박진영은 자신이 출연한 ‘우리 재혼했어요’와 ‘겨스퍼CF’ 편의 대본을 직접 썼다는 사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자신의 개성과 분위기에 맞춰 콘셉트를 정하고 대본까지 썼다.

박진영은 “겨스퍼 광고를 연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가수 박진영을 이상하게 볼 것도 아니고 좀 더 유연하게 즐기자는 뜻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SNL코리아2>’에 출연하고 나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나를 친근하게 대하는 것 같다. 호감과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게 눈빛에서부터 느껴진다”고 ‘19금 에피소드’가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했다.

▲ tvN 에서 19금 콩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동엽. 사진제공=tvN

개그맨 신동엽도 이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상파 TV에서부터 ‘야한 콩트’에 욕심을 내왔던 신동엽은 <SNL코리아2>를 통해 제대로 물을 만났다. 박진영처럼 신동엽 역시 자신이 적극적으로 원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가 소화한 콩트는 이런 식이다. 앞에 있던 여성에게 가슴 사이즈를 물은 뒤 자신의 바지를 슬며시 바라본다. 신동엽이 해서 더 능청스럽고 그가 했으니 더 야하다. 신동엽 역시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 장진 영화감독과 같은 대학을 다녔던 신동엽은 제작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마음껏 ‘색드립’을 펼쳤다.

신동엽은 오래 전부터 개그맨으로서 자신의 목표 가운데 하나를 19금 콩트 전문 프로그램 제작이라고 말해왔었다. <SNL코리아2> 출연은 어쩌면 자신의 목표를 준비하는 일종의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몸소 겪은 신동엽은 제작진에게 “시청률 30%짜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 같은 체감 효과”라고 전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9금 에피소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스타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까지 포함돼 있다. 이들은 생방송 직전 15세 관람 가였던 시청 등급이 19금으로 올라가 더 센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자 자신들의 트위터를 통해 환호를 내질렀다. 스타들이 얼마나 ‘19금 에피소드’를 즐기고, 목말라 하는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tvN ‘SNL…’에 출연 자청한 조여정.

조여정도 마찬가지. 전라의 노출 연기를 보여준 <후궁:제왕의 첩>의 주인공 조여정은 영화가 한창 상영 중인 가운데 <SNL코리아2>에서 요가 강사 역을 맡고 수강생을 은근히 유혹하는 야한 콩트를 소화했다. 그런데 조여정이 먼저 적극적으로 이 프로그램 출연을 원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 몸매를 드러낸 관능적인 의상을 입는 것부터 상대를 유혹하는 포즈까지 조여정의 아이디어로 완성됐다.<SNL코리아2>의 한 제작관계자는 “출연자 섭외가 어려울 거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출연을 먼저 원하고 반기는 스타가 많다”며 “현실에서는 누구나 쉽게 즐기는 야한 농담과 이야기를 TV에서도 속 시원하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더 많다. 더 이상 TV에서의 섹시코미디가 금기나 터부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단 출연해 ‘색드립’을 펼치면 단숨에 주목받는 것도 스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는 매력으로 인해 스타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지상파와 케이블위성채널의 구분도 없다. 진한 스킨십을 나누고 잠자리를 함께하는 솔직하고 적극적인 멜로가 대세다.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40대 초반 남자들의 사랑을 그리면서 19금을 넘나드는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가득 채웠다. 솔직한 대사로도 유명한 김은숙 작가는 이번에도 40대 초반 남자들과 30대 중반 여자들의 사랑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신사의 품격> 방송 직전 “야한 사랑이야기로 드라마를 꾸몄다”고 공개했다. “작정하고 19금 상황을 넣겠다”고도 선언했다. 김 작가는 또 “놀랄 정도의 스킨십과 키스 장면이 난무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 말을 드라마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배우들은 이를 거부하기보다 반기는 분위기. <신사의 품격>에 출연 중인 김수로는 “김은숙 작가는 천재 같다”는 말로 40대 남자의 성에 관한 심리를 정확히 포착한 작가에게 지지를 보냈다.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2>는 표현 수위가 <신사의 품격>보다 한 단계 높다. 30대 초반 남녀의 자유분방한 사랑을 그리면서 그 중심에 ‘섹스’를 넣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정유미 이진욱 김진석 김지우 등은 “우리 나이에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공통적인 반응으로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TV와 현실의 장벽은 이렇게 허물어지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