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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부상과 음주운전 파동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추신수가 올해는 자타공인 팀내 최고의 공헌도를 올리며 내년 시즌 이후 FA 전망을 밝게 했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7월27일(한국시간)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경기. 이날 디트로이트의 선발투수는 보통 투수가 아니었다. 디트로이트가 자랑하는, 아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강속구 투수 저스틴 벌랜더였다. 평균 구속 95마일(시속 153㎞), 최고속구 구속 102마일(시속 164㎞)를 던지는 벌랜더는 지난해 24승5패 평균자책 2.40, 250탈삼진을 기록한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엔 추신수가 있었다. 추신수는 이날 경기에서 1번 우익수로 출전했다. 0-1로 뒤진 1회말 첫 타석에서 추신수는 벌랜더의 초구 체인지업을 받아 쳐 중견수 쪽 2루타를 만들었다. 추신수는 제이슨 키프니스의 희생플라이때 홈을 밟으며 팀의 동점을 이끌어냈다.
‘벌랜더 공포증’에 시달리던 클리블랜드 타자들은 추신수의 안타와 득점에 자극받아 자신감을 회복했다. 6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던 벌랜더를 상대로 클리블랜드 타자들은 7회 연속타자 홈런을 치며 3 대 3 동점을 이뤘다. 추신수의 진가는 이때 다시 발휘된다. 7회 2개의 홈런을 맞고도 시속 160㎞의 강속구를 뿌리던 벌랜더는 2사 1루에서 추신수에게 좌전안타를 맞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후속 타자들의 안타가 터지며 클리블랜드는 5 대 3으로 대역전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나고, 미국 주요 방송은 “벌랜더가 추신수 공략에 실패해 무너졌다”며 클리블랜드 1번 타자 추신수를 이날의 수훈선수로 꼽았다.
▲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추신수의 개인성적은 아메리칸리그(AL) 상위권이다. 우선 타율은 2할8푼8리로 22위, 최다안타는 109개로 23위, 2루타는 32개로 2위, 홈런은 12개로 42위, 출루율은 3할7푼6리로 11위, 장타율은 4할7푼9리로 23위다.
개인 타격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이 대부분 3, 4, 5번을 치는 중심타자임을 고려하면 추신수의 타격 성적은 매우 좋은 편이다. 특히나 1번 타자로는 리그 최상위권이다.
추신수는 5월 14일 이후 줄곧 1번 타자로 뛰고 있다. 이전까지 추신수는 주로 3, 6번을 치며 타율 2할3푼5리, 출루율 2할9푼4리, 1홈런으로 매우 부진했다. 하지만, 1번 타자로 뛰기 시작한 이후 타율 3할8리, 출루율 3할8푼, 11홈런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추신수는 275타석 이상 1번 타자로 출전한 AL 타자 가운데 타율은 5번째, 출루율은 4번째로 높다. 출루율은 3할5푼7리를 기록 중인 슈퍼스타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보다 성적이 좋다.
1회 선두타자 홈런도 5개로 4개의 지터를 제치고 이 부문 1위다. 높은 출루율과 한방을 갖춘 추신수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AL 최고의 1번 타자”로 꼽는 것도 이때문이다.
추신수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추신수는 AL에서 우투수에게 가장 강한 타자로 꼽힌다. 우투수 상대 타율이 무려 3할4푼3리다. 우투수 상대 출루율은 4할1푼8리로 당당히 리그 최정상권이다. 우투수에게 강하기로 소문난 스즈키 이치로(양키스)도 개인 통산 우투수 상대 타율은 3할2푼, 출루율은 3할6푼5리였다.
홈과 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것도 추신수의 장점이다. 추신수는 홈에서 타율 3할1푼3리, 7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원정에서도 타율 2할6푼6리, 5홈런, 2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무엇보다 추신수는 팀 승리 공헌도가 매우 높다. WAR(Wins Above Replacement level)은 그 선수가 팀 승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대체 선수에 비해 팀 승리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쉽게 말해 보통 선수에 비해 그 선수가 출전했을 때 팀이 몇 승을 더 거둘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기록이다. 타격 성적은 물론 수비 포지션과 수비기여, 주루기여 등을 모두 포함한다.
보통 WAR 1은 벤치멤버, 2 이상은 주전급 선수, 5 이상은 올스타급, 8 이상인 선수는 MVP급 선수로 분류한다.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WAR -1에서 1사이에 위치한다. 전체 메이저리그 선수 가운데 단 6%만이 4이상의 WAR을 기록한다.
올 시즌 AL에서 WAR가 가장 높은 선수는 5.2의 마이크 트라웃(LA 애너하임)이다. 트라웃은 타율 3할5푼3리, 18홈런, 55타점을 기록 중이다. 다음으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미구엘 카브레라로 4.2다. 카브레라는 타율 3할2푼2리, 25홈런, 8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WAR 상위권 선수들은 대개 타율이 아주 높거나 홈런, 타점이 많다. 그렇다면 추신수는 WAR 부문에서 몇 위일까.
놀랍게도 추신수는 AL 선수 가운데 WAR이 9번째로 높다. WAR이 3.4에 이른다. 다시 말해 보통 선수가 클리블랜드 우익수를 맡을 때보다 팀에 3.4승을 더 안겨줬다는 뜻이다. 클리블랜드 야수 가운데 추신수보다 WAR이 높은 선수는 없다. 어째서 추신수가 클리블랜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타자인가를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 추신수의 부정적 측면
추신수의 개인 성적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먼저 좌투수 상대 성적이다. 올 시즌 추신수는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1할7푼7리, 2홈런, 4타점을 기록 중이다. 100타석 이상 좌투수와 상대한 AL 타자 가운데 타율은 51위, 타점은 52위다. 실질적으로 리그 밑바닥이다. AL 타자들의 좌투수 상대 평균 타율이 2할5푼2리임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문제는 또 있다. 추신수가 특정 구종에 상당히 약하다는 점이다.
올 시즌 추신수는 빠른 공에 강점을 나타냈다. 빠른 공을 쳤을 때 타율이 3할2리다. 약세를 나타내는 좌투수라도 빠른 공을 던질 땐 타율이 무려 2할9푼8리다. 하지만, 우투수의 커브엔 타율 1할6푼7리, 좌투수의 슬라이더엔 1할7푼1리로 매우 약하다.
특히나 낮게 떨어지는 커브와 역시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엔 0할대 타율을 보였다. 무릎 아래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도 추신수는 8타수 1안타 삼진 4개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호쾌한 외야 타구가 준 점이다. 2009, 2010년 한창 주가를 올릴 때 추신수의 땅볼 대비 뜬공은 1.17 대 1, 1.29 대 1이었다. 외야 뜬공을 1개 칠 때 땅볼은 1.17개 내지 1.29개를 쳤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땅볼이 1.45 대 1로 늘었다. 반면 외야타구는 전체 타구를 100으로 봤을 때 30.5%로 2010년의 36.1%보다 훨씬 줄었다.
문제는 땅볼 타구가 내야안타가 아닌 아웃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추신수가 고집스럽게 1, 2루쪽으로 땅볼만 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시즌 추신수의 타구 분포도를 살피면 30%나 되는 타구가 1, 2루 쪽의 내야타구였다. 하지만 1, 2루수에게 잡히는 타구는 내야안타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추신수는 헛품만 판 셈이었다.
따지고 보면 추신수는 2010년까지만 해도 낮은 공을 잘 치는 타자였다. 거기다 중견수 쪽으로 많은 안타를 생산해낸 선수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추신수의 장점은 2년 사이 약점으로 변한 것일까.
유력한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포심패스트볼의 감소다. 2009년 리그 투수들은 추신수에게 45.4%에 달하는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다. 하지만 2010년 38.3%로 줄더니 올 시즌엔 37.6%까지 구사를 줄였다. 대신 종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패스트볼은 늘었다. 2009년 투수들은 투심패스트볼이나 싱킹패스트볼처럼 휘어져 떨어지는 빠른 공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추신수가 공끝의 변화가 덜한 포심패스트볼에 유별나게 강하다는 것을 안 투수들은 해마다 투심과 싱커 구사비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2010년 10%와 5.8%에 불과했던 투심과 싱커 구사비율은 올 시즌 13.6%와 7.4%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추신수는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어퍼스윙을 하지 않는다. 2010년부터 타격정확성과 높은 공 공략을 위해 조금씩 레벨(수평)스윙으로 수정했다. 바람대로 배꼽부터 어깨까지의 코스는 제대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낮은 코스 대처능력은 조금씩 떨어져왔다. 바로 이것이 두 번째 이유다.
마지막은 햄스트링 부상 여파다. 추신수는 올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6경기에 결장했다. 햄스트링 부상 후유증은 크다. 타자들은 타격 시 원활한 하체 이동에 지장을 받는다. 혹시 무리하게 하체를 돌릴 시 햄스트링이 재발할까 두려워서다. 추신수처럼 허벅지와 골반 근육을 빠르게 회전해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타자들은 더하다. 실제로 햄스트링 부상 이후 추신수는 이전과는 다르게 하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야구 전문가들은 “바깥쪽 낮은 공을 배트 결대로 밀어치려면 하체가 단단히 고정돼야 하는데 추신수는 스윙 시 상체만 돌리면서 힘없이 배트만 돌리고 있다”며 “충분히 하체를 활용하지 못한 탓에 1, 2루 쪽 내야타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추신수의 비교 대상들
여러 약점에도 추신수의 앞날은 밝다. 세상에 완벽한 타자는 없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약점보다 강점이 많기에 미래가 밝다. 추신수는 2013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다.
지난해 부상 때문에 부진했던 추신수는 2009, 2010년 두 시즌 연속 3할 타율에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다. 파워, 정확도, 기동력, 수비, 어깨 등 5가지 재능을 모두 갖춘 이른바 ‘5툴 플레이어’다. 지난해 부진했지만, 올 시즌도 3할대에 근접하는 타율과 두자릿수 홈런, 리그 정상급 출루율을 자랑한다. 출중한 외야수비는 차라리 덤이다. 그렇다면 과연 추신수는 FA가 됐을 때 어느 정도의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까.
마카키스는 2009년 1월, 6년 동안 661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볼티모어와 장기계약을 맺었다. 1년 연봉이 1100만 달러에 달하는 매머드 계약이었다.
워스는 추신수처럼 2008년부터 빛을 냈다. 그해 워스는 타율 2할7푼3리, 24홈런, 20도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듬해엔 타율 2할6푼8리, 36홈런, 99타점, 20도루로 2년 연속 ‘20-20’에 성공했다. FA를 1년 앞둔 2010년엔 타율 2할9푼6리, 27홈런, 85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워스는 2010년말 FA자격을 취득하면서 워싱턴과 7년 1억 26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참고로 당시 워스의 에이전트는 추신수의 파트너인 스캇 보라스였다.
미국 야구계가 추신수의 예상 몸값을 한 시즌 1000만 달러 이상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