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복 대표 경영 능력 물음표 찍혀…현대글로비스 “대외변수 불확실성 반영된 일시적 현상”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4일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2조 83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13조 1561억 원 대비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은 각각 8191억 원, 5743억 원으로 6.3%, 3.7% 줄었다. 그룹 주요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59.5%, 63.4% 증가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만 해도 현대차·기아의 실적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운업 기반 종합물류업, 유통판매업 등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글로비스의 가장 큰 고객사가 현대차와 기아인 것이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현대글로비스의 실적 흐름은 현대차·기아와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 기간 계열사의 지원사격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 상반기 전체 매출(개별기준)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은 76.1%로 전년 71.7%보다 4.3%포인트 증가했다.
최근 현대글로비스가 내부거래 비중을 축소하고 매출처를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보이지 못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지난 7월 31일 리포트를 통해 “현대글로비스가 전방 산업 호조로 인한 부품과 완성차 물동량 증가에도 운영 선대 감소로 높은 운임을 누리지 못하고 있고 자체 사업만으로 밸류에이션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들어 부침을 보이자 지난해 12월부터 대표이사로 합류한 이규복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물음표가 찍혔다. 이규복 부사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 현대차에서 현대글로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에서 ‘재무통’으로 통하던 이규복 부사장이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경영 성과 쪽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분 20%를 보유한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현재 그룹 전체 지배력이 부족한 정의선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재원 삼아 그룹 지배력을 확보할 것으로 재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가 부양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이규복 부사장 체제 출범 이후 20만 원(종가 기준)을 넘은 적이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22만 원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15만~17만 원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향후 계열사 지원에 힘입은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기에 과거 재계의 방식대로 정의선 회장의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에 현대차그룹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면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에는 환율, 금리, 글로벌 물류 산업 시황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반영됐다”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