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들 “강서센터 민원 해결 의지 부족, 공적 마인드 의심돼” 불신 고조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가 관할하는 혼합단지에 거주하는 임차인 A 씨는 5월 26일 개미 피해를 봤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옥상정원 관리(소독) 소홀로 발생한 개미가 복도를 타고 세대 내로 유입된 것이다. A 씨 가족은 일시적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했고 방, 거실, 주방, 화장실 등으로 퍼진 개미로 인해 식료품, 의류, 가구 등의 피해를 입었다.
임차인 A 씨는 관리사무소에 피해 보상을 요청했지만 관리소장은 보상에 응하지 않았다. A 씨는 집주인이자 해당 아파트 위탁관리 계약 당사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는 A 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서센터 담당자는 “관리사무소에서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관리사무소의 주장을 대변했다. “임차인과 관리사무소 주장이 달라 우리가 판단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사건 당시 관리소장은 피해 임차인에게 “옥상정원을 소독하지 않았다”, “공용부 관리 문제로 세대에 피해를 줘 책임을 느낀다”고 했지만 이후 강서센터에서는 “소독을 했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관리소장은 이후에도 임차인에게 “피해를 드리게 돼 책임을 느낀다”, “올해는 개미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야 처음 옥상 소독을 했다”라고 얘기했지만, 강서센터에는 “소독을 계속해 왔다”라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피해 임차인은 강서센터에만 가면 관리소장의 진술이 바뀌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게다가 임차인이 관리 소홀에 대해 조처해 달라는 민원을 넣으면 강서센터는 “관리 소홀한 적 없다”는 관리소장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며 민원을 종결했다. 당시 강서센터 담당자는 양측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려 하지도 않았다.
강서센터가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처럼 느낀 임차인은 스스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민원 카드부터, 소독일지, 소독 용역계약서, 관리소장이 주장한 옥상정원을 소독하지 않았던 이유, 아파트 시설팀장의 “옥상정원을 소독한 일이 없고 소독하지 않은 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때문”이라는 발언까지 수집했다.
관련 자료 수집 과정에서도 관리사무소는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임차인에게는 아파트 서류를 열람하고 요청할 권리가 있지만 관리사무소는 “지금은 관리소장이 자리에 없어 자료를 못 보낸다”, “관리소장에게 허락을 받고 보내겠다”라고 말하며 보름이 넘도록 자료를 보내지 않았다.
임차인은 요청 후 2주가 넘어서야 겨우 소독일지를 받을 수 있었다. 소독일지에는 해당 아파트에서 옥상정원을 언제 소독했는지가 명기돼 있었다. 관리사무소가 제출한 소독일지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2022년 6월에 옥상정원을 한차례 소독했고 개미가 세대 내로 유입된 2023년 5월 26일까지 1년간 옥상정원을 소독한 사실이 없었다.
피해 임차인은 소독계약서, 소독일지 등을 강서센터에 제출했다. 명백한 증거였기에 강서센터의 태도도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강서센터는 옥상정원 소독 내역이 빠진 소독 일지를 확인하고도 “일부 대표장소만 명기해 옥상화단 소독이 실시됐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소독일지에는 옥상정원을 소독한 날은 명기돼 있고 소독하지 않은 날은 분명히 빠져 있었다. 그런데도 강서센터는 마치 업체를 대놓고 두둔하듯 “대표장소만 명기해 우리는 확인할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 같은 답변이 나오자 임차인들 사이에선 “짜고 쳐도 정도껏이지 이런 강서센터를 어떻게 믿고 혼합주택 관리를 맡기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강서센터를 통해 사안을 원만히 해결하려던 임차인은 서울주택도시공사를 믿었던 판단이 잘못됐음을 느꼈다. 그리고 곧바로 강서구청 주택과에 민원을 제기했다. 강서구청의 민원 처리는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와 확연히 달랐다.
강서센터와 동일한 소독일지를 살펴본 강서구청 주택과는 “소독일지를 검토한 결과 2022년 6월 4일 3동 옥상정원만 1회 작업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관리사무소장은 계약 당사자로서 소독 용역업체가 계약대로 의무를 잘 이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용역비를 지급해야 했으나 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을 내놨다.
여기에 강서구는 “앞으로 입주민 등이 동일 민원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리주체에게 계약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 등 공용 부분 관리에 성실할 것을 행정 지도하겠다”라며 주택관리업자에게 행정지도를 내렸다. 같은 자료를 검토했지만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소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던 강서센터와 달리 지자체가 소독 미실시 여부를 잡아내자 강서센터에 대한 임차인들의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이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와 임차인들은 강서센터가 주택관리업체를 비호하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데 그 심증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한 임차인은 “강서센터의 능력 부족 아니면 민원 해결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을 두 달 넘게 해결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라고 되물었다. “임대아파트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소유인데 자기 집에 개미가 들어온 것도 확인 못한다는 답변을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강서센터에 공적 마인드가 있는지조차 의심된다”라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장에게 “판단하기 어렵다”던 민원이 지자체에서 해결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지만 강서센터장은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