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견제구…홈팬도 “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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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히 내게 ‘디스’를? 박근혜 전 위원장의 고소 퍼레이드를 두고 정치권의 시각이 그다지 곱지 않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7월 29일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내 예맥아트홀에서 열린 ‘3040 정책토크 함께’에 참석한 박 전 위원장은 뼈 있는 발언을 했다. ‘동료 정치인들 중에서 꿀밤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정치인이 있는가’라는 복불복 퀴즈 질문에 “꿀밤보다 더 심한 거, 한 대 딱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느냐”고 대답한 것이다. 웃음 섞인 발언이었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신에 대해 비방 수위를 높여가는 정치인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도 그럴것이 박 전 위원장은 자신에게 불편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을 상대로 거침없는 법적 대응으로 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다가옴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 때문일까. 최근 들어서는 그 강도가 더욱 심해진 느낌이다. 박 전 위원장의 태도를 보면 ‘꿀밤’ 정도가 아니다. 미확인 루머는 물론이고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게는 가차없이 고소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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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원내대표. |
대선가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 전 위원장은 강경대응을 이어 나갔다. 박 전 위원장은 확실히 뿌리를 뽑으려는 듯 박태규 회동설을 주장한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의 출연진 김어준, 주진우 씨와 박태규 씨의 측근인 A 씨 등도 무더기로 고소했다. 나꼼수는 5월 초 방송에서 박태규 씨의 측근 A씨의 육성증언을 토대로 박 씨와 박 전 위원장이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결국 5월 22일 민주통합당 이규의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박 전 위원장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박 전 위원장이 정치적 공세에 대한 차단책으로 고소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등 도를 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부대변인은 “정치적 의문의 표시가 검찰 고소로 이어지는 것이 박 전 위원장이 강조해온 법치인가 묻고 싶다. 이러다 박 전 위원장에게 ‘수첩공주’에 이어 ‘고소공주’라는 새로운 별칭마저 생길 것 같다. 아마도 고소공주라고 했다고 이마저도 고소할 듯싶다”고 비꼬았다.
문제는 박 위원장의 강경대응이 정치인들이나 일개 개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을 겨냥한 언론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6월 18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두환은 청와대에 남아있던 불법적인 자금인 이른바 ‘통치 자금’ 중 현재 시가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돈을 박근혜에게 줬다고 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상호 MBC 기자와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역시 박 전 위원장 측은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박 전 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학재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금일 모 언론에 게재된, 박근혜 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오빠라고 부르고, 불법통치자금 수백억원을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이므로 해당 언론사에 정정을 요구하였고 법적인 조치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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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위원장을 지칭해 비방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도 가차없이 응징을 당했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지난 7월 초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 등에 박 전 위원장을 지칭, 북한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글을 네 차례 게시한 오 아무개 씨를 고소했고, 최근 오 씨는 구속됐다.
추가 고소도 예고돼 있다. 박 전 위원장 캠프 측은 ‘출산설’을 제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에게도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이처럼 줄줄이 이어지는 박 전 위원장의 고소행보를 지켜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그다지 곱지 않다는 점이다.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건 털끝만 건드려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 아닌가. 누가 겁나서 입이라도 뻥긋하겠나”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췄다.
여권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당 한 관계자는 “나라를 끌고 나가겠다는 사람이 복장 터지고 억울한 소리 좀 들으면 어떤가. 듣기 거북하거나 껄끄러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네거티브 운운하며 고소고발 해대면 누가 좋아하겠나. 그런 점들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신공포정치에 대한 두려움을 안기고 유신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박 전 위원장의 고소 퍼레이드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사실 이는 박 전 위원장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법무법인 한별의 김용원 변호사는 정치인들의 고소 남발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출간한 자신의 저서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라는 책을 통해 판검사들을 ‘주인의 명령에 복종해 반대파를 물어뜯는 동물농장의 개들’에 비유한 바 있다.
그는 “정치인들의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명예훼손 관련법규가 잘못돼있기 때문이다. 공인에 대해 진실을 얘기해도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당한 비판이나 순수한 의혹제기에도 재갈이 물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을 경우에만 명예훼손이 성립되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가 높아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박 전 위원장의 과도한 ‘꿀밤 놓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박 전 위원장 측에서 네거티브 공세에 현재와 같은 강경 대응을 고수할지도 주목되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