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원에 15분간 짧고 굵은 서비스 “3시간 전 예약 필수”
▲ '립카페' 홍보 사이트. |
‘JUST 15minute.’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유사성행위업소 립카페를 상징하는 말이다. 기자는 지난 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한 립카페 업소를 찾았다. 휴일에 폭우까지 내리던 날이었지만 업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수였다. 업주는 “오늘 휴일이지만 예약하고 1시간 반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평소 같았으면 3시간 전 예약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불경기를 무색케 한 업소의 인기를 짐작케 했다.
기자가 찾은 업소는 유사성행위 서비스를 곁들인 마사지 영업을 하다 최근 ‘립카페’로 업종변경을 한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기존 간판이 그대로 걸려있었다. 업주는 “지금 업종변경한 지 딱 두 달 됐다. 최근 이 일대 유사성행위업소들 중에서는 우리처럼 ‘립카페’로 업종변경을 한 업소들이 꽤 많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들 먹고살기는 괜찮았는데 올해 들어 손님이 딱 반으로 줄더라. 업소경쟁도 과열됐을 뿐더러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사정이 안 좋아졌다. 업종변경은 불가피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립카페는 최근 불황을 맞은 유사성행위업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 기존 다른 유사업소들이 간단한 내부 인테리어 시공을 통해 업종을 변경한 형태다. 보통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키스는 물론 진한 애무에 여기만의 비장의 무기라는 ‘오럴 서비스’가 곁들여진다. 립카페의 ‘립(lip)’은 결국 이 서비스에서 기인한다.
가격 역시 파격적이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기존의 키스방보다도 저렴한 3만~3만 9000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있다. 서비스 자체로만 놓고 보면 기존업소들보다 수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박리다매형 영업형태라 할 수 있다.
내부에는 간단한 샤워시설과 베드가 놓여있는 칸막이 방이 들어서 있었다. 기존 업소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칸막이를 좀 더 촘촘하게 설치했다.
아가씨들 대부분도 기존 유사성행위업소들에서 활동해온 이들이었다. 기존 업소들의 불경기와 그로 인한 줄 폐업으로 인해 아가씨들 역시 립카페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키스방에서 자리를 옮겼다는 립카페 종업원 민희 씨(가명·여·25)는 “이용료 3만 5000원 중에서 우리가 2만 원 정도를 가져간다. 원래 일했던 키스방보다 서비스 수위가 더 높아 불편한 점은 있지만 손님도 많고 회전율이 높다보니까 수익 면에서는 훨씬 만족스럽다”라고 설명했다.
립카페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도 뜨겁다. 업소를 이용하는 수요층은 대부분 30~40대 직장들이었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접촉한 직장인 A 씨는 “서비스 시간이 15분이지만 그 가격대와 서비스 질만 따지면 기존 업소들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아가씨들 대부분도 기존 업소녀들이기 때문에 수질 면에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짧고 굵은 서비스가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라고 귀띔했다.
업소들의 곁들임 서비스도 립카페의 또 다른 인기비결이다. 업소들 상당수는 15분 서비스 이전에 곁들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한 또 다른 업소의 경우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되기 이전에 천연 아로마 족욕과 발마사지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었다. 이 업소의 업주는 이에 대해 “사전 서비스를 추가한 것은 손님들의 아쉬움을 채워주고, 보다 편안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이러한 부가 서비스는 마사지 기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인건비 부담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최근 성황을 이루고 있는 업소들은 ‘안마전동의자 서비스’ ‘귀청소 서비스’ ‘간단한 마사지’ 등 부대 서비스로 손님들을 끌고 있었다.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서 짧고 굵은 유사성행위서비스 외에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러한 곁들임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올해 초, 강남 일대에서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립카페는 이제 서울 전 지역에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과 수원, 분당 등 경기지역 일대에도 립카페가 등장하고 있다. 신종 업소이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온라인 광고를 하고 있는 업소들만 어림잡아 100여 개가 넘는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세다.
최근에는 립카페들의 전용 온라인 홍보카페들까지 등장했다. 한 립카페 전용 홍보카페는 개설 두 달 만에 회원수가 5000명을 훌쩍 넘었다. 립카페 대부분은 제공하는 서비스 특성상 전단지를 활용하는 오프라인 홍보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업소들은 이러한 홍보카페를 통해 각종 이벤트와 홍보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대딸방’ ‘유리방’ 등 유사성행위업소들이 본격 등장한 이후, 업소들은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왔다. 수사당국의 몇 차례 집중 단속에도 불구하고 업소들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근 등장한 립카페 역시 그러한 진화의 연장선이다.
수사당국은 앞으로 보다 지능적이고 효과적인 단속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독버섯처럼 번지는 이들 업소와의 숨바꼭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