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건설·대방산업개발 독자노선 강화…분리 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벗고 입찰서도 유리
대방건설의 전신은 구교운 회장이 1991년 설립한 광재건설이다. 광재건설은 1990년대 연매출이 수십억 원에 불과한 중소 건설사였다. 광재건설은 1998년 사명을 대방건설로 변경하고, 2000년대 들어 ‘대방샤인힐’ ‘대방샤인빌’ ‘대방노블랜드’ 등의 아파트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대방건설은 2010년대 들어 ‘일산 대방 트리플라온 비즈니스 타워’ ‘부산 명지 대방디엠시티 센텀오션’ 등 랜드마크급 건물을 준공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대방건설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시공능력평가에서 14위를 차지하는 등 건설업계에서 무시 못 할 존재로 자리 잡았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매출 2조 1901억 원, 영업이익 4459억 원을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방건설그룹은 총 42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중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는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이다. 대방건설은 대방하우징, 대방주택, 디비개발, 디비종합건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대방산업개발은 엘리움건설, 엘리움개발, 디아이건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은 대방건설그룹 계열사로 묶여있지만 각 회사의 경영진은 독자적으로 구성돼 있다. 대방건설은 구찬우 대표가 이끌고 있고, 대방산업개발은 구수진 이사의 남편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구교운 회장은 특정 계열사 임원을 맡고 있지 않다. 두 회사는 경영진뿐 아니라 사용하는 아파트 브랜드도 다르다. 대방건설은 현재 아파트 브랜드로 ‘디에트르’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방산업개발은 ‘엘리움’ 브랜드를 사용 중이다. 또 대방건설과 그 자회사는 경기도 고양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대방산업개발과 그 자회사의 본사는 2019년 완공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신사옥에 위치해 있다.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은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대방건설의 주주는 △구찬우 대표 71.00% △윤대인 대표 29.00%로 구성돼 있고, 대방산업개발 주주는 △구수진 이사 50.01% △김보희 씨 49.99%로 이뤄져 있다. 김보희 씨는 구교운 회장의 친인척이다. 재계에서 대방건설그룹의 계열분리를 점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일감 몰아주기 이슈다. 대방건설그룹은 2021년 자산총액 5조 원을 돌파하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하지만 대방건설그룹이 계열분리를 진행하면 자산총액도 줄어들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인 계열사가 거래 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특수관계자와 거래하면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상당한 규모’는 연간 거래총액이 200억 원 이상이거나 3년 평균 매출액의 12% 이상이다.
그런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방산업개발의 2022년 별도 기준 매출 4084억 원 중 75.88%인 3099억 원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대방건설 역시 2022년 매출 1조 1844억 원 중 68.47%인 8110억 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발생했다. 공정거래법이 명시한 ‘상당한 규모’에 부합하는 수치다.
대방건설그룹이 거래 과정에서 ‘합리적인 고려’를 했다면 일감 몰아주기로 처벌받지 않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공정위가 가격 비교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그대로 규제를 위반한 것이 된다”며 “재판까지 끌고 가면 승소할 수도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귀찮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공정위도 일감 몰아주기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9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공정거래 질서를 훼손하면 엄정 조사한다는 방침”이라며 “중견 기업집단에서도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부당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폐해가 대기업보다 적지 않아 중견 기업집단의 법 위반 여부도 적극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의 내부거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방산업개발은 2019년 대방건설로부터 89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후 대방산업개발과 대방건설의 거래액은 △2020년 58억 원△2021년 57억 원 △2022년 44억 원으로 감소했다. 대신 대방산업개발은 자회사인 디아이건설, 엘리움건설 등과의 거래 규모를 크게 늘렸다. 대방산업개발이 대방건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회사 중심 경영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대방건설그룹이 계열분리하면 입찰에서도 유리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해 건설업계의 ‘벌떼 입찰’ 대응을 위해 ‘1사 1필지’ 제도를 도입했다. 1사 1필지 제도는 한 그룹집단이 한 필지에만 입찰이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해당 제도에 따라 현재는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이 같은 곳에 입찰할 수 없지만 계열이 분리되면 두 회사가 같은 곳에 입찰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대방건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계열분리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계열분리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열분리 방안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구수진 일가 독자 행보? 개인회사 '민스홀딩스' 정체
구수진 대방산업개발 기타비상무이사 일가는 지난해 8월 민스홀딩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민스홀딩스의 주주 구성은 △윤승민 씨 41% △윤형민 씨 39% △구수진 이사 12% △윤대인 대표 8%로 이뤄져 있다. 대방건설은 윤승민 씨와 윤형민 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윤승민 씨는 구교운 회장의 손자다. 즉, 윤승민 씨는 구수진 이사의 자녀다.
민스홀딩스는 경영 컨설팅 업체지만 실제로는 투자 활동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스홀딩스는 최근 타법인 투자 내용을 공시했다. 공시에 기록된 민스홀딩스의 올해 투자 내역은 △금화피에스시 1490만 원 △한국앤컴퍼니 1918만 원 △세아제강지주 2270만 원 △SK디스커버리 2510만 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2510만 원 △하이록코리아 1440만 원 등이다. 민스홀딩스는 세아제강지주 주식 150주를 2270만 원에 매입했고, 이후 75주를 1725만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는 주당 15만 1300원에 매입한 후 23만 원에 매각한 것으로 나름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민스홀딩스는 투자액 자체가 크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구수진 이사 일가가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구수진 이사와 윤대인 대표는 지난해 개인 자격으로 민스홀딩스에 총 2억 원을 대여한 바 있다. 또 올해 5월에는 구수진 이사 일가가 지분율대로 민스홀딩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 대방건설 관계자는 “민스홀딩스와 관련된 사항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