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춘년…짝 찾아주기 경쟁 불꽃
결혼정보업은 고객의 진입 장벽이 높은 고관여상품으로 시장규모 증가에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결혼을 못해서 가입한다’는 인식을 탈피, ‘결혼을 잘하기 위해서 가입한다’로 사고방식이 변화되면서 가입자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또 경제여건의 변화로 개인의 노동강도가 강화되어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고, 배우자에 대한 경제적 능력 등 조건을 중시하게 된 점도 결혼정보업체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이왕 이것저것 따질 것이면 ‘알아서’ 이런 저런 조건을 맞춰주는 ‘전문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자는 얘기다. 최근 만혼과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와 기업에서도 결혼정보업체와의 제휴에 나서기도 하는 등 결혼정보업체는 ‘마담 뚜’의 영역이 아닌 어엿한 정부사업의 ‘파트너’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 결혼정보업체의 효시는 독일업체인 알트만(Altmann)이 1984년 설립한 코리아알트만으로 꼽힌다. 당시 영세한 규모의 결혼상담소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체계화된 심리매칭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1986년 에코러스가 수익구조를 성혼사례금에서 회원가입비로 정착시켰다. 이후 업계 빅4로 불리는 선우(1991), 듀오(1995), 피어리(1997), 닥스클럽(1999) 등 기업형 업체가 생기면서 결혼정보업이 활성화되었다.
듀오는 선발업체인 선우보다 4년 늦게 설립되었지만 초기 공격적인 광고·마케팅을 통해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결혼정보업의 특성상 일단 회원수가 많아야 양질의 매칭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초기에 승부수를 띄운 것. 지난해에도 매출의 19%를 광고선전비로 지출할 정도로 광고에 열심이다. 듀오는 자사 시장점유율이 현재 67%로 선두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장 비결에 대해 듀오는 “준비기간이 길었고, 초기에 <사랑의 스튜디오> 협찬을 하는 등 20~30대의 트렌드를 끌어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듀오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자금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듀오의 창립자인 정성한 씨는 상신브레이크 정도철 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상신브레이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듀오는 정 씨의 지분 15.5%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77%에 이르고, 듀오 또한 상신브레이크 지분 1.23%를 보유한 관계회사다.
2만 명의 활동회원을 가진 듀오는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 커플매니저 교육기관인 ‘듀오아카데미’ 등을 만들어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선우는 이벤트 전문업체로 출발, 단체미팅 등의 노하우를 쌓으면서 결혼전문업체로 발전한 경우다. 듀오보다 4년 먼저 설립된 선우는 2000년 이전까지는 듀오와 1위를 다투기도 했지만 지금은 규모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우 쪽에선 “듀오는 광고를 안 하면 유지하기 힘든 구조다. 선우는 커플매니저와 매칭시스템에 내실을 기하는 구조”라며 듀오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들은 심리분석시스템을 이용해 성격과 같은 주관적인 조건까지 매칭에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우는 2003년 7월 ‘결혼정보업계 3관왕’(결혼커플수, 결혼성공률, 교제성공률 1위)을 내세웠다 과장광고 시비에 휘말려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뒤 매출, 회원수 등 현황 공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리는 솔직하게 회원수, 성혼율 등을 밝히겠지만 타 업체가 공인된 기관의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밝히는 수치와 비교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업계에서는 선우의 회원수가 1만 명 내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커플매니저가 연결시켜주는 방법 대신 선우는 지난해 온라인에서 회원들이 직접 매칭을 시도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온라인 미팅 업체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반응 등 새 방식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업계 3위로 여겨지던 피어리는 올해 초부터 4위였던 닥스클럽이 부상하자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준비하는 등 3위 수성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피어리는 “타사 매칭이 커플매니저들의 종합적인 자료를 팀장이 연결해주는 ‘중앙매칭’ 시스템인 반면, 우리는 연령별, 성별로 분류된 커플매니저들끼리 매칭을 하는 ‘1 대 1’ 매칭 방식으로 보다 타이트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하는 피어리는 상품 재구성, 인력 재배치를 완료하고 닥스클럽의 ‘엄앵란 마케팅’보다 더 파급효과가 있는 마케팅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피어리는 회원수 8000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닥스클럽은 지난해 영화배우 엄앵란 씨를 대표컨설턴트로 영입하고 상류층을 상대로 한 VIP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최근 신규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부모들에게 신뢰도가 있는 엄앵란 씨 효과를 쏠쏠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시중은행 PB센터와 제휴해 고객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미팅행사를 열기도 하는 등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다.
2004년이 고비였던 닥스클럽은 듀오에서 10년 이상 경력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이제는 피어리를 제쳤다고 주장할 정도다. 회원 수도 올해 초 크게 늘어나 1만 2000명까지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회원가입비는 네 업체가 대부분 비슷하다. 일반 초혼회원의 경우 듀오 98만 원, 선우 82만 원, 피어리 88만 원, 닥스클럽 89만 5000원이다. 그러나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의 경우 150만 원에서부터 660만 원까지의 상품이 있다.
업계는 시장규모를 500억 원 규모로 보고 있다. 2000년 이후 해마다 20%가량 성장한 셈이다. 쌍춘년을 맞아 불붙은 결혼정보업계 ‘빅4’ 대결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