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에서 관광택시 이용료 지원…택시투어 1시간에 1만 원
#관광택시로 ‘찐’ 가성비 여행
자차로 가기에는 뭔가 부담스러운 거리라도 기차라면 곧 낭만이 된다. 이젠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대와는 달리 기차에서 도시락도 까먹을 수 있고 창밖과 책장을 번갈아 엿볼 수도 있다. 기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출발과 동시에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다만 현지에 도착해서의 이동수단이 걱정이라면 그것도 염려할 건 없다. 영주역에 도착하면 마중 나와 있는 택시를 타면 된다. 처음 가보는 외국의 낯선 공항도 아닌데 역에서 일행의 이름이 쓰여 있는 푯말을 들고 승객을 반기는 택시 기사들이 정겹다.
일명 ‘영주관광택시’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여행객 유치를 위해 영주시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영주시 홈페이지나 ‘로이쿠’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영주관광택시를 예약할 수 있는데 여행 5일전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이 부분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지지만 ‘귀차니즘’일랑 한 번에 이겨버리는 확실한 메리트가 있다.
영주관광택시는 영주시가 택시비를 50% 지원해 주는 덕에 원래 시간당 2만 원인 택시를 시간당 1만 원에 빌릴 수 있다. 2인이 함께 여행에 나선다면 1시간당 5000원 꼴이다. 반나절인 4시간을 빌릴 경우 4만 원이니 4인이면 1인당 1만 원이면 반나절 택시투어가 가능하다. 시간은 4시간부터 6시간, 8시간 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직접 운전을 하는 수고를 더니 기분도 홀가분히 달려 나간다. 택시를 타고 풍경도 시간도 맘껏 즐길 수 있다. 두 손 자유로운 기동력이 생겼으니 이번엔 영주의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색다른 곳들을 돌아볼까. 소위 꼭 가봐야 한다는 유명 관광지만 다니다보면 매번 남들 다가는 여행지만 뱅뱅 돌게 될 수도 있으니 이번엔 택시 기사를 가이드 삼아 좀 더 개성 있는 영주의 ‘뉴 스폿’을 체크해보자.
#호수로 떠나고 숲에서 힐링 하고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광활한 영주호는 2016년 12월 영주댐이 준공되면서 생긴 인공호다. 영주호 주변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뻗어 있어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도 좋다. 호수를 벗한 숲길 산책을 원한다면 영주호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인 용미교와 용두교가 산책로의 출발점이다. 고요한 데크길과 흙길로 이루어진 산책로를 2km쯤 걷다보면 길 끄트머리에서 댐으로 수몰된 옛 기차역을 복원해 놓은 평은역사에 닿는다. 이곳에서 옛 기차역을 배경으로 레트로 감성 넘치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다. 인근에 영주호 오토캠핑장도 있다.
다음 목적지는 영주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장한 선비세상이다. ‘K문화테마파크’라는 캐츠프레이즈를 걸고 2020년에 문을 연 선비세상은 조선의 선비처럼 입고, 먹고, 자고, 익히고, 즐기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옥, 한복, 한 식, 한지, 한글, 한음악 등 6개의 한국 전통 테마 체험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각 주제에 맞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흥미롭다. 겉모습은 풍경 좋은 곳에 위치한 작은 한옥 마을 같지만 내부는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며 세련되게 꾸며져 있다.
영주에는 또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립산림치유원이 있다. 2011년에 소백산 도솔봉 기슭에 조성된 국립산림치유원은 국내 대표적 웰니스 체험 공간으로 치유원으로 들어가는 도로 이름마저 ‘테라피로’다. 산림치유란 산림의 다양한 치유인자를 활용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유 모를 무기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들러볼 만하다.
국립산림치유원에서는 소도구운동과 요가, 명상, 다도를 비롯해 숲길 걷기와 치유장비를 활용한 마사지 등 여러 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숙박과 자연식사 등을 함께 하면서 산림치유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수압마시지기 등 치유장비를 갖춘 데다 장기간 숙박하며 치유할 수 있는 건강증진센터와 산림문화체험이 가능한 산림치유문화센터 등을 아우르고 있어 자연과 함께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다. 기본적 건강 상태 측정 후 다양한 산림치유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예약이 필수다. 하지만 예약 없이도 자유롭게 치유의 숲길을 걸으며 숲 트레킹과 숲 해먹명상을 할 수 있다.
#운전 안하니 막걸리도 벌컥벌컥
숲에서 힐링을 즐겼다면 이제 출출해진 배를 안고 양조장으로 향한다. 달까지 둥실 뜨니 달큰한 막걸리 생각도 간절해진다. 차도 가져오지 않았으니 양껏 마실 수 있겠다. 영주에는 가격이나 병 모양으로 폼 잡지 않는 가성비 막걸리인 영주막걸리가 있다. 영주 지역에서 대부분 소비되는 영주막걸리는 한 병에 3000원. 그나마 현장에서 마실 때 가격이고 사올 땐 병당 1500원이다.
영주막걸리는 2010년 문을 연 만수주조에서 만든다.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비싼 가격을 붙여놓아 선뜻 벌컥벌컥 마시지 못했던 막걸리들과는 달리 부담 없이 막걸리를 즐겨볼 수 있다. 영주 특산품인 풍기인삼을 넣은 인삼막걸리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술빚기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발효학교 띄움’도 만들었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두레 사업에도 선정되어 있다.
막걸리까지 몇 잔 거나하게 마시고 관광택시를 타고 졸다보면 택시는 다시 영주역에 내려준다. 영주역 가는 길에 인삼센터에 들러 풍기인삼을 사갈 수도 있다. 올해는 인삼 풍년이라 인삼 가격이 헐한 편이다. 모양 따지지 않고 우유에 갈아 마시고 물 끓여 마실 용도라면 한 채(750g)에 1만 5000원부터 살 수 있다.
영주 관광택시를 타면 여행 동선도 크게 고민할 필요 없다. 원하는 장소만 골라 놓으면 지역 도로 전문가인 택시 기사가 제대로 안내한다.
이송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