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옥한 최 씨의 지명수배 사진 |
분명 영화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만큼 현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최근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벌어진 최 아무개 씨의 탈옥은 어지간한 시나리오 작가나 소설가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니 몇 년 뒤에는 실제로 <대구 탈옥범>이라는 영화게 제작될 지도 모를 인이다.
성폭행 등 전과 25범으로 강도상해 피의자로 유치장에 수감 중이던 최 씨는 17일 오전 5시 경 유치장에서 유유히 탈옥했다. 그가 유치장에서 빠져나온 곳은 가로 45㎝·세로 15㎝ 크기의 유치장 배식구였으며, 경찰서 건물에서 빠져나온 곳은 13.5㎝ 간격의 창살이 있는 가로 170㎝·세로 65㎝ 크기의 창문이었다.
최 씨가 신장 1m65㎝에 체중 52㎏으로 마른 체형인 데다 머리 크기까지 작다는 점을 감안해도 분명 쉽지 않은 탈옥이다. CCTV를 분석한 경찰은 탈옥 당시 최 씨는 윗도리를 벗은 상태였으며 몸에 빛이 반사된 것으로 볼 때 미뤄 샴푸 등 세면용 물질을 발라 몸이 미끄럽도록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불가능을 가능케 한 탈옥이었다. 그렇게 경찰서를 빠져 나간 최 씨는 경찰서에서 200m 떨어져 있는 동부고등학교 부근을 지나는 모습도 CCTV에 담겨 있었다.
비난의 화살은 유치장 근무 경찰들에게 집중됐다. 경찰은 최 씨가 탈옥한 시간대가 비교적 경계가 취약한 시간대임을 인정했다. 본래 해당 유치장은 3명이 한 조로 3교대 근무를 하며 근무 위치는 유치장 한 가운데 있는 책상이다. 그렇지만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는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두 시간씩 쉬도록 돼 있어 근무 인원은 총 두 명이었다.
결국 세 명의 근무 인원 가운데 송 아무개 경사는 2층 숙직실에서 휴식 중이었으며 최 아무개 경사는 근무 정위치가 아닌 면회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근무 위치인 유치장 가운데 책상에는 최 아무개 경사가 근무 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졸고 있었다. 최 경사가 졸고 있던 곳과 최 씨가 도주한 유치소의 거리는 5m 가량에 불과했다. 둘 다 정위치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며 졸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도주였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최 씨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나 볼 듯한 기막힌 탈옥을 하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근무 위치를 떠나 있던 경찰과 바로 앞에서 졸고 있었던 경찰이라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좁은 배식구로 나와 13.5㎝에 불과한 창살을 빠져나갈 것이라곤 경찰 역시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는 반응도 많다. 분명 근무 태도에 대해 경찰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경찰만 탓하기엔 너무 기막힌 탈옥이었다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많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