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금 논란’ 갈수록 커지네…고용노동부, 에어서울 조사 들어간 내막

최고 실적 거두었지만 내부 시끌시끌…조종사들 임금 청구 소송 이어 진정서 제출

[일요신문] 에어서울과 운항승무원(조종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에어서울 조종사들은 에어서울이 △비행보장수당 △특정일근무수당 등을 미지급했다고 주장한다. 또 에어서울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근로계약 변경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지를 통해 △비행보장수당 △특정일근무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7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에어서울의 단체교섭 해체에 대해 첫 조사를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임금체불 관련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에어서울 카운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에어서울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로 설립한 LCC(저비용항공사)다. 아시아나항공의 일본 노선을 위주로 운항하겠다는 차별화 전략으로 탄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끊겼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에어서울은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다. 에어서울의 올 3분기 매출은 758억 원으로 전년 동기(91억 원) 대비 428%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8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해당 기간 영업이익률은 23.5%로 국내 항공사 중 최고다. 올 상반기만 봐도 매출은 1518억 원, 영업이익 341억 원, 영업이익률 22.5%로 국내 항공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에어서울의 실적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어서울은 여객 수요 증가세에 맞춰 지난 10월 25일부터 인천-요나고 운항을 재개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3월 28일까지 일본 도쿄(나리타) 노선을 주 21회에서 23회로 증편한다. 

에어서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내부 사정은 좋지 않다. 임금체불 문제로 조종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에어서울 조종사 90여 명은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에어서울의 임금체불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일요신문i’가 입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조종사들의 △비행보장수당 △특정일(유급휴일) 근로에 대한 특정일근무수당 △특정일 STAND BY 근무에 대한 특정일근무수당 등을 미지급했다. 에어서울 조종사들은 지난 8월에도 인천지방법원에 에어서울을 상대로 임금청구소송을 진행했다. 임금체불 문제로 조종사들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4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에어서울 조종사 A 씨는 “지난 1월 교섭 요구를 보냈는데 사측의 버티기와 해태행위로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사측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방적으로 비행보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비행보장수당은 항공사의 운항스케줄에 따라 근무하는 조종사에게 급여안정성을 보장해 주기 위한 수당이다. A 씨는 “비행보장수당은 조종사 전체 급여의 약 5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고 언급했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LCC인 제주항공 등에도 비행보장수당 체계가 있다.

진정서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한 달 기준 비행시간 30시간 이상시 월 비행시간 60시간만큼 비행보장수당을 지급한다고 근로계약서와 사내 자료에 명시했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코로나19 기간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상적으로 비행을 하더라도 비행보장수당 없이 실 비행시간에 따른 수당만 지급하겠다’고 공지한 후 비행보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2020년 3월 에어서울 측이 공지한 ‘4~5월 운항승무원 운영 방안’에 따르면 임금 지급 기준에서 ‘보장비행수당(비행보장수당) 없이 실 비행시간에 따른 수당’이라고 적혀 있다. 에어서울 조종사 B 씨는 “(수당 관련해 사측이) 일방적으로 공지했다”고 토로했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의 에어서울 여객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급휴일 근로에 대한 특정일근무수당 미지급도 도마에 올랐다. 에어서울은 2021년 6월 급여부터 특정일근로수당을 ‘통상임금 8시간분의 150%’에서 ‘통상임금 8시간분의 50%’로 삭감했다. 이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 조종사들은 비행보장수당과 마찬가지로 사측이 조종사들과 합의나 동의 절차 없이 특정일근로수당을 삭감했다고 말한다. 에어서울 조종사 B 씨는 “노사협의회가 열려 공지했다고 하지만 이미 정해놓은 것을 통보하는 자리였다”며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변경된 근로조건”이라고 호소했다.

‘STAND-BY 근무’에 대한 특정일근무수당도 양측의 갈등 요인이다. STAND-BY 근무는 임무대기 근무라는 뜻으로 항공사에서 조종사의 갑작스러운 결원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조종사들을 임시 대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에어서울 운항스케줄지침에 따르면 STAND-BY 근무를 수행하는 조종사는 당일 △항시 회사와 연락 가능 △비행에 적합한 신체 상태 유지 위해 음주 등 금지 △임무에 필요한 제반 서류 소지 등을 지켜야 한다. 만약 조종사가 STAND-BY 근무시 최초 연락 시점부터 1시간 경과 이후까지 스케줄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요청받은 임무를 거부하면 업무명령 거부로 징계 처분을 받는다. 

에어서울 조종사들은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STAND-BY 근무에 대한 특정일근무수당인 ‘통상임금 8시간 분의 150%’를 2021년 6월부터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노무법인 이인의 류순건 대표노무사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임금지급 등은 임금체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조종사들과 이견이 있는 부분들이 있고, 이 부분에 대해 잘 해결될 수 있게 협상을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몇 가지 이슈들이 있었는데 해결되도록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에서 조종사들은 비행을 직접 운항하는 역할을 한다”며 “조종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육체적 피로 등은 항공 운항과 연관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탑승객 안전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항공운항학회지에 발표된 ‘비행 임무에 따른 조종사 스트레스 차이에 대한 연구’ 논문에는 “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조종사는 상황 인식 능력이 떨어지고 의사 결정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항공기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전문가들은 에어서울이 조종사들과 빠른 시일 내에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금체불은 기업이 문 닫는 상황에서 구제받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데 현재 (에어서울은) 멀쩡히 경영하고 있고 여행 수요 증가로 운항도 잘 이뤄지고 있다”라며 “조종사들은 타인의 목숨을 책임지고 근무하기 때문에 항공사는 근로자에 대한 투자를 소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어 “에어서울이 하루 빨리 조종사들과 소통해야 한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안전 문제에 영향이 갈 것을 우려해 에어서울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소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