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본사 선정은 기업 자율’ 기조…에어부산 분리 매각 여론 나오지만 가능성 낮아
대한항공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밝히면서 장기적으로 LCC 3사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LCC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별도의 법인, 경영진이 운영할 예정”이라며 “LCC 특성에 맞는 경영진이 별도의 경영을 해서 외국의 항공사들과 경쟁을 하는 통합 LCC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발 빠르게 통합 LCC 본사 유치에 나섰다. 부산시 입장에서 통합 LCC 본사 유치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LCC 3사 중 부산시에 본사를 둔 항공사는 에어부산이 유일하다. 그런데 통합을 주도하는 곳은 진에어의 모회사인 대한항공이다. 진에어는 LCC 3사 중 회사 규모도 가장 크다. 진에어의 본사는 서울시 강서구에 있다.
부산시의 통합 LCC 본사 유치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통합 LCC 본사로 부산시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김상도 전 국토교통부(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2020년 11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통합 LCC는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새롭게 영업할 것”이라며 “인수되는 기업의 연고지역이 있으므로 해당 지역의 기대 등도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산은)도 2020년 당시 “LCC 3사의 단계적 통합으로 지방 공항을 기반으로 한 두 번째 허브(Second Hub)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분위기에 변화가 발생했다. 정부 부처에서는 통합 LCC 본사 선정을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오가고 있다. 심지어 어명소 전 국토부 차관은 올해 3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민간 기업의 본사 위치는 기업의 경영 상황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본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부산시로서는 정권의 지지가 없으면 통합 LCC 본사 유치도 쉽지 않다. 통합을 주도하는 대한항공은 이전에도 부산시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플라이트글로벌’ 인터뷰에서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항하고,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시 지역 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통합 LCC가 서울시나 인천시에 본사를 두면 에어부산의 주요 인력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단법인 미래사회를준비하는시민공감과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은 지난 8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은 (통합 LCC 본사와 관련해) 실질적인 움직임이나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급기야 본인들의 소관업무가 아니라는 입장까지 공공연하게 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시가 통합 LCC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선 에어부산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부산의 경쟁력이 커지면 대한항공으로서도 에어부산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이 가덕도신공항과 ‘2030 엑스포’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덕도신공항이 완공되면 김해국제공항의 국제선 노선은 모두 가덕도신공항으로 넘어간다. 에어부산은 상대적으로 많은 김해국제공항 노선을 갖고 있으므로 다른 LCC에 비해 경쟁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2030 엑스포 개최지로 부산시가 확정된다면 에어부산의 역할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통합이 된다면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부산시가 통합 LCC 운영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에어부산도 실질적인 움직임에 들어간 상태다. 에어부산은 올해 3월 이현우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에어부산 이사회는 이현우 본부장 추천 이유에 대해 “2030 엑스포, 가덕도신공항 유치와 더불어 명실상부 지역 대표항공사 공고화로 회사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에어부산의 경쟁력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어부산이 최근 2년 동안 신규 운수권을 배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염두에 두고 에어부산에 운수권을 배분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부산시 지역 사회에서는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하라는 여론도 나온다. 에어부산의 주요 자산이 한진그룹으로 넘어가느니 부산시 지역 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운수권도 정상적으로 배분 받겠다는 취지다. 장인화 대한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강석훈 산은 회장에게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한항공 입장에서 에어부산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가덕도신공항이 완공되면 에어부산의 경쟁력 강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에어부산 분리 매각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심사를 최선을 다해 돕고 있으며 그 외에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유럽연합(EU) 및 미국의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 나머지 결정들은 그 이후에 순차적으로 따라갈 듯하다”라며 “현재는 EU 및 미국, 일본으로부터의 합병 승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규 항공사 '섬에어' 누구냐 넌?
최용덕 마프앤비욘드 대표는 지난해 11월 항공사 섬에어를 설립했다. 섬에어는 울릉도, 흑산도, 백령도 등의 취항을 준비하는 소형 항공사다. 섬에어 홈페이지에는 섬뿐 아니라 국내 주요 지역과 중국과 일본 일부 지역에 대한 취항도 모색하고 있다. 섬에어는 지난해 설립 후 부기장 채용공고를 내기도 했다.
섬에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을 단 1시간 만에 이동하는 것은 1200m의 짧은 활주로와 터보프롭 항공기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섬에어에서 운항하는 ATR72-600은 전세계 200여 항공사에서 1600대 이상을 운영하고 있는 안정성이 검증된 인기 있는 소형 항공기”라고 설명했다.
섬에어의 취항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섬에어는 아직 항공 운항에 필요한 국토교통부의 운항증명(AOC)을 받지 못했다. ATIS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섬에어 항공기도 보이지 않는다. 또 섬에어의 계획대로 해외 노선까지 사업을 확장하려면 추가 투자 유치도 필요하다.
섬에어의 투자 유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섬에어는 추후 에어프레미아, 하이에어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주자인 섬에어가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섬에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