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채권 규모 급증, 광주공장 매입 추진 등 비판…위니아 “멕시코 공장 매각안 성사되면 숨통 트일 것”
#어쩌다가 법정관리까지 갔나
지난 10월 4일 위니아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기업회생은 법원의 관리 아래 진행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를 말한다. 위니아는 이와 함께 회사재산 보전처분, 포괄적 금지명령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회생채권자나 회생담보권자들이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가압류 등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보전처분은 채무변제와 재산처분, 금전차용, 직원 채용 등을 제한한다.
앞서 대유위니아그룹은 지난 9월 20일과 21일 위니아전자와 위니아전자의 종속회사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어 9월 25일에는 대유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최근 위니아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가전시장 침체 영향으로 제품은 덜 팔리는데 고정비용은 기존과 비슷하게 지출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위니아 매출은 7821억 원으로 2021년(1조 529억 원)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8억 원에서 마이너스(-) 736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위니아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으로는 492%, 별도 기준으로는 1478%에 달했다.
해외 사업도 부진했다. 위니아가 2019년 세운 태국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337억 원으로 2021년(742억 원)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태국법인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위니아는 멕시코법인도 설립했는데 이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결정타는 위니아전자에 대한 지원이다. 특히 위니아전자와 위니아전자의 종속기업에 대한 위니아의 채권 규모(별도 기준)는 2021년 말 360억 원에서 지난해 말 840억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대여금 성격의 선급금으로 추정되는 기타채권 규모가 223억 원에서 700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위니아전자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위니아는 위니아전자 채권에 대해 291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계상했다. 위니아전자가 법정관리에 접어들면서 채권 회수 여부가 더욱 불확실해졌다.
#직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
내부에서는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부실한 관계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임금 체불 해결이 늦어졌고 그런 이유로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위니아전자와 위니아전자 종속기업에 대한 위니아의 채권(채권채무 상계 시 채권액)은 지난해 상반기 말 84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883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법정관리를 신청한 또 다른 기업인 대유플러스에 대한 위니아 채권은 -228억 원에서 48억 원으로 277억 원 늘었다. 채무 대비 채권이 대폭 늘어난 셈이다.
올해 위니아가 추진했던 자구책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올해 1월 위니아는 자회사 위니아에이드에 충남 아산에 있는 공장을 842억 원에 매각했다. 처분이익 중 421억 원은 채권상계 처리됐고 나머지 421억 원은 위니아에 현금으로 지급됐다. 그런데 이후 2월 10일 위니아는 위니아전자 종속회사인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의 광주공장을 352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위니아는 184억 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다. 현재 위니아는 잔금 지급을 채권상계 방식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3차례 잔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남승대 위니아 노조위원장은 “광주공장은 담보가 많아 해결이 되지 않으면 넘어올 수 없는 부동산이다. 대여 목적 등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는 이유다. 임금 체불을 해결해 회사 정상화에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 근로자 입장에선 어처구니없을 수밖에 없다”며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은 OEM(주문자생산방식) 체제라 영업이익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위니아는 코로나19 기간에도 영업이익이 났다. 그래서 위니아를 그룹 내에 현금을 돌게 할 수 있는 핵심 계열사로 본 듯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회생승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이 파산에 이르게 되면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근로자는 최종 3개월분 임금, 최종 3년간 퇴직금만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당금(대지급금) 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위니아가 직원들에게 체불한 금액(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지방관서에 접수된 신고사건 중 사건당사자 조사를 통해 체불액이 확정된 금액)은 120억 원 상당이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임금이나 퇴직금은 공익채권으로 우선변제 대상이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는 “월급 3개월 치, 퇴직금 3년 치로 상한액이 있는 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하고 나면 그 외에는 회사에 청구해야 한다”며 “공익채권은 일반 채권보다는 우선권이 있고 수시로 변제가 가능하다. 다만 회생 계획이 인가되더라도 계획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근로자 입장에선 불안할 수도 있다”고 했다. 최강연 공인노무사(류호정 정의당 의원 선임비서관)은 “위니아그룹 전체가 이번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해 임금체불을 모두 정리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위니아가 다른 기업에 인수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대유위니아그룹은 자동차 부품 사업 위주로 그룹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지난 9월 22일 자동차 부품 사업을 영위하는 대유에이텍은 대유플러스로부터 또 다른 자동차 부품사인 대유에이피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9월 27일에는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대유에이텍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박 회장→대유에이텍→대유에이피’로 이어지는 구조다. 회생 신청 기업은 회생계획안 인가 전 M&A(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위니아를 인수하려는 기업이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위니아 관계자는 “(임금 체불 관련해) 법원에서 회생계획을 판단해 승인해줘야 하는 부분이라 해결 방안에 대해선 아직 확실히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 다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임금 체불 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된다고 알고 있다”며 “계열사 지원과 관련해서는 회사의 구조적 문제라 답변드릴 수 있는 건 없을 듯하다. 가전업계 불황, 원자재 값 상승 등이 맞물려 회사가 어려워졌다. 위니아전자가 추진하는 멕시코 공장 매각안이 성사되면 위니아도 숨통은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