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되면 대박? ‘묻지마 베팅’ 쪽박 지름길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먼저 ‘박근혜 테마주’를 보자. 박 후보의 동생 박지만 대표의 EG는 가장 확실한 테마주다. 신우는 박 대표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한 경력이 있다. 하츠는 관계사 김희용 대표가 박 후보의 사촌 박설자 씨 남편이란 설이 있다. 또 박 후보의 조카사위 박영우 회장이 최대주주로 알려진 대유에이텍도 박 후보 인맥 관련 테마주로 언급된다.
비트컴퓨터, 화진, 서한, 넥스트칩 등은 대주주가 박 후보 지지모임에 참여했거나 새누리당과 인연이 깊다는 이유로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이다. 박 후보의 정책과 관련해서는 신공항 관련 부산산업, 한국주철관, 홈센타가 있고 노인건강 및 복지정책 관련으로는 세운메디칼, 메타바이오메드, 오스코텍, 바이오스페이스, 대화제약 등이 거론된다. 저출산 복지 관련주로 아가방컴퍼니, 보령메디앙스 등이 있다.
‘안철수 테마주’는 안 후보가 대주주인 안랩을 비롯해 안랩과 거래이력이 있는 오늘과 내일, 아이크래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또 재벌 2·3세들과 안 후보가 결성했다는 ‘V소사이어티’ 관련으로 한국정보공학, 휴맥스홀딩스가 꼽힌다. 서울대와 스탠퍼드대학 인맥으로는 오픈베이스, 노루페인트, 링네트가 있다. 미래산업, 디웍스글로벌, 솔고바이오, 네오엠텔 등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테마주로 분류된다.
‘문재인 테마주’는 크게 세 부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주목받던 기업들과, 학맥으로 문 후보와 연관된 기업들, 개인적인 친분이나 인연이 있는 기업들이다. 노 정부 당시 수혜주는 우리들제약, 우리들생명과학, 위노바, 신성통상, 아미노로직스 등이다. 학맥이 있는 것으로 꼽힌 곳은 경남고 동문이 경영하는 디오, 조광페인트, 경희대 동문이 최대주주인 서희건설, 유성티엔에스, 국보디자인, 신일산업 등이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알려진 곳은 케이피티, 피에스엠씨 등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테마주들이 있지만 과연 인연이 있는 대선후보가 당선된다고 해서 실제 수혜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노무현 대통령의 척추수술로 유명해진 우리들병원이 있지만, 이는 ‘대통령을 수술할 정도로 실력이 있다’는 소문에 따른 2차 효과 덕분이다. 학맥이나 지연 등이 닿았다고 해서 정말 친분이 깊은지도 확인하기 어렵고, 설령 인연이 깊다고 해서 대통령이 직접 해당 기업을 밀어주기도 어렵다.
익명의 펀드매니저는 “그동안 대선과 관련해 많은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 기대했던 수혜를 입은 기업은 거의 없다”면서 “대선 테마주는 ‘테마를 위한 테마’인 경우가 대부분이지, 해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서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한 투자자문사 주식투자책임자는 “뻔히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회사로 알려진 까닭에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한때 효성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나선 것은 사업상의 이유가 컸지만,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인수전에 뛰어들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실제로 관련이 있는 곳이면 좀 낫다. 작은 빌미라도 있으면 억지로 테마에 편입시킨 곳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의 경우를 보자.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경희대 동문회장이라 문 후보와 연결 짓지만, 이 기업들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도 테마주로 분류됐다. 서희건설이 교회 건설에 있어서 대표적인 곳이다 보니, 기독교인인 이 대통령과 인연이 깊을 것이란 추론 때문이었다. 고 김대중 대통령도 경희대 대학원 출신이니, 이 기업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5년간이나 대통령이나 대통령 측근 테마주였던 셈이다. 하지만 실제 서희건설의 성장 과정을 보면 내수경기 회복과 부동산 붐이라는 업황 흐름 수혜가 컸고, 최근의 어려움은 건설업황 악화가 주요한 이유다.
이밖에도 대선후보 관련 테마주로 거론되는 곳들 가운데는 재무구조나 매출기반이 취약한 곳이 적지 않다. 중소형주 투자에 정통한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는 “기초체력이 약한 기업은 쉽사리 작전세력에 흔들리므로 주가의 변동폭이 클 수밖에 없다”며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 투기세력들의 차익실현으로 주가가 급락하면 그동안 냈던 수익은 물론 원금까지도 하루아침에 까먹을 수 있으니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래도 대선 테마주를 고집한다면 전문가들은 개인적인 친분보다는 각 후보의 정책적 성향을 살펴볼 것을 주문한다. 경제정책의 방향, 국정운영의 철학 등을 잘 살피면 정책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각 업종별 업황과 업종 내 기업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가계의 부를 끌어내 내수 진작에 동원했다. 덕분에 금융과 유통 등 내수주들이 크게 빛을 봤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재벌규제를 강화하면서 재벌 관련주들이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수출 대기업 중심의 전략으로 재벌들이 가장 큰 수혜를 봤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금리와 환율, 그리고 지배구조는 기업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며 “각 후보가 내놓을 경제정책들을 살펴 다음 정부의 정책 방향이 어떤지를 예측해 보는 게 진정한 대선 관련 투자”라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우리 경제가 워낙 세계경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의 대선 결과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