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정부는 대내외 경제 불안에 따른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올해보다 3.5% 증가한 23조 9000억 원으로 잡았다. 연구개발에도 올해보다 5.3% 증가한 16조 9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내년에 경제성장률을 4%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도 총수입을 올해보다 8.6% 늘어난 373조 1000억 원으로 잡았다. 이중에 국세수입은 올해보다 5.2% 증가한 216조 4000억 원이다. 이에 따라 내년 관리재정수지목표를 국내총생산대비 0.3% 적자(4조 8000억 원)로 정했다. 올해 1.1% 적자(14조 3000억 원)에 비해 대폭 줄었다. 사실상 균형재정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예산이 정부예상대로 세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을 수 있을까? 한마디로 실현가능성이 낮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성장률 4%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이 곤두박질하고 있고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육박하여 내수가 혼수상태다. 경제가 수출과 소비하락→재고증가와 생산감소→투자위축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에 따라 올 경제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간접자본, 일자리예산, 연구개발투자 등의 예산을 몇 퍼센트 늘려서 경제성장률을 4%로 끌어 올린다는 것은 억지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은행, 산업은행, 인천공항공사 등 공기업의 주식매각 등을 통해 세외 세입을 37조 4000억 원이나 잡은 것이다. 국민재산을 팔아 재정적자를 메우겠다는 발상이다. 경제성장률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공기업 매각이 무산될 경우 내년도 나라살림은 엉망이 되고 빚이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 복지실현 대신 민생불안, 경기회복 대신 동력상실, 균형재정 대신 재정부실화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경제현실을 냉엄하게 반영하여 알뜰예산으로 편성하고 재정균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인기영합주의에 입각한 선심지출을 과감히 줄이고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지출을 대폭 늘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체제 구축에 재정기능을 극대화해야 한다.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만 하지 말고 잡는 틀부터 마련해야 한다. 벌써부터 정치권은 연말 대선을 인식하여 복지를 외면한 예산이라고 성토를 하고 있다.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려면 예산안부터 올바로 심의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