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밤 부산에서 대표적인 영화 투자배급 업체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CJ엔터테인먼트가 각각 '롯데의 밤'과 'CJ의 밤' 행사를 가졌다. 대기업들인 만큼 화려한 게스트가 등장하는 호화 파티였다.
대부분의 영화 투자배급 업체들이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이런 행사를 갖는 데 반해 '롯데의 밤'은 매년 롯데 호텔이 위치한 부산 서면에서 열린다. 이동 거리가 다소 멀어 영화관계자들과 기자들의 참석률 역시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롯데의 밤'이 가장 주목받는 영화 투자배급 업체 주최 행사가 됐다. 그 까닭은 싸이가 게스트로 출동했기 때문이다 월드스타로 등극한 싸이는 부산에서도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며 영화관계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롯데의 밤 행사가 끝난 뒤인 저녁 10시부터 시작된 CJ의 밤 행사에 참석한 영화 담당 기자들 사이에선 싸이가 왜 CJ가 아닌 롯데 행사에 참석했는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싸이와 그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CJ와 각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싸이는 CJ 제품의 광고 모델이기도 하다. '강남스타일'로 한창 물이 오른 싸이가 영화 투자배급 업계에서 경쟁 관계인 대기업 롯데와 CJ가 같은 날 행사를 갖는데 CJ가 아닌 롯데 행사에만 참석한 까닭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항간에선 싸이가 롯데의 밤 행사에만 참석해 CJ 측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곧 CJ가 싸이와의 광고 모델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물론 확인된 사안이 아닌 영화 담당 기자들과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오고 간 추측성 얘기들일 뿐이다. 그만큼 싸이가 롯데의 밤 행사에만 참석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이는 행보였다.
확인 결과 롯데는 싸이와 부산국제영화제 롯데의 밤 행사 출연 계약을 하며 중복 출연 금지 조항을 계약서에 집어 넣었다. 그런데 이 계약은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이전에 체결된 계약이었다. 일치감치 싸이와 출연 계약을 마친 롯데는 '강남스타일'의 전세계적인 히트로 인한 수혜를 입은 것이다. 만약 싸이가 지금처럼 월드스타로 등극하지 않았다면 그가 CJ가 아닌 롯데 행사에 출연한 것 역시 그리 화제가 될 사안은 아니었을 것이다.
롯데가 '강남스타일' 히트의 수혜를 입은 것은 다만 독점 출연 계약 뿐이 아니다. 행사 출연료 역시 미리 계약해 상당히 절약할 수 있었던 것.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싸이의 출연료 역시 급등했지만 롯데는 기존 수준으로 출연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부산 =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