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역구 석권 전망 속 ‘비례는 조국’ 여론도 확산…광산을 이낙연 출마 놓고 갑론을박 한창
“지역구에선 민주당을 뽑고, 비례대표로 조국혁신당을 뽑으려는 견제론(지민비조)이 예상보다 강력하다. 공고해보이던 지역구 8석 확보에도 의문부호가 달리기 시작했다.”
광주 지역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복수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공통점이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민주당 말고는 뽑을 후보 및 정당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을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50대 남성 김 아무개 씨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생각이 많다”면서 “지역구에선 민주당 후보를 뽑겠지만, 비례대표 선거에선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 김 씨는 “충청도에선 민심이 정치적인 균형을 이루면서, 빠른 지역 발전을 이뤄냈다”면서 “호남과 광주에서도 민주당에게 몰표를 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 세력을 통해 지역 발전을 앞당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런 의미에서 비례대표 선거에선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떠오르는 조국혁신당에 표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다수 광주 시민이 비슷한 마음일 것이고, 그 가운데엔 막상 투표장에 들어선 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마음으로 민주당에 표를 던지고 오는 시민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막말로 민주당 간판을 달고 광주에 출마하면, 집에서 누워만 있어도 당선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광주 현지에선 민주당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비례대표 선거에서 ‘과거와 다른 선택’을 암시하는 광주 시민이 적지 않았다. 조국혁신당의 열풍과 맞물리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광주시 서구 인근에서 만난 80대 여성 정 아무개 씨는 “조국이 참 안 됐다”면서 “비례대표 선거에선 조국혁신당을 찍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 씨는 “조국이 억울하고 고생이 많았다”면서 “조국이를 찍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만큼 관심을 끌고 있는 인물이 있다. 광주 광산을에 도전장을 던진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 대표는 국회의원 5선,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민주당 당대표 등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호남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가 광주에서 전국단위 선거를 출마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 현지에선 이 대표 출마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60대 남성 이 아무개 씨는 “이 대표는 전남 영광 사람인데, 전남 영광에서도 평가가 박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민주당에 있을 때 호남의 선택을 받아 굴지의 커리어를 이룩해 놓고, 이제는 민주당을 떠나 지지를 호소하는 것에 대해 괘씸해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50대 남성 김 아무개 씨 의견은 조금 달랐다. 김 씨는 “민주당이 광주 8개 지역구에서 민형배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 현역 의원을 전부 물갈이 했다”면서 “민주당이 모든 의석을 석권한다면, 광주에서 최다선 의원은 민 의원이 된다”고 우려했다. 김 씨는 “3선은 해야 국회 상임위원장급이고, 4~5선은 해야 국회의장급이 된다”면서 “8명 중 1명이 재선이고 7명이 초선이면 국회에서 광주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씨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돕더라도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선 전국 출마자 중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이 대표가 선전해 광주의 메신저가 됐으면 하는 마음도 숨길 수 없다”면서 “힘 있는 사람이 국회에 가야 힘 있는 지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다시 호남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고 싶어하는 호남 민심도 이번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대표와 새로운미래는 ‘도전자’ 입장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3월 14일 이 대표는 광주로 주거지를 옮겼다. 관련 내용을 선관위에 신고한 뒤 전격적인 지역구 선거운동 행보에 나섰다. 본인이 거주할 아파트 부녀회 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국무회의를 주관하던 ‘최장수 국무총리’ 출신이 아파트 단지 부녀회와 간담회를 가지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주요 요직에서 경험했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나누기도 했다.
이 대표를 돕는 새로운미래 관계자들은 심기일전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광주시 새로운미래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핵심 관계자는 “이낙연 대표는 민형배 의원과 대결하는 것을 넘어서, 호남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민주당’과 대결하는 셈”이라면서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변질되면서 ‘이재명 민주당’이 됐는데, 민주당 원류인 ‘김대중 민주당’이 광주에 필요하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 정치권에서 바라봤을 때 광주 광산을에서 맞대결을 펼칠 이낙연 대표와 민형배 의원은 상당한 체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광주 현지에선 여론이 사뭇 달랐다. 새로운미래조차 자신들을 ‘추격자’라고 표현했다. 앞서의 새로운미래 핵심 관계자는 “광주 시민들에게 이 대표가 민주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잘 설명할 것”이라면서 “광주 시민들을 하나하나 설득한다면, 어려운 승부를 승리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옥중에서 광주 서구갑 출마를 결심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행보도 화제를 모은다. 일요신문이 만난 광주 시민 중 대부분은 “송영길이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을 내놓은 시민들은 또 다른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그래도 송영길이 국민의힘 후보는 이길 것이다.”
광주 시민 50대 남성 진 아무개 씨는 “광주 현지에서 민주당에 대한 견제론이 항상 불타오르지만, 민주당 후보를 빼면 뽑을 후보가 없다”면서 “이번에도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을 뽑을 것 같지만, 비례대표 선거에선 다른 당을 뽑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진 씨는 “정당 현수막에서 가장 속 시원한 문구를 내세운 진보당에 표를 던질까 생각 중”이라면서 “우리도 충청도처럼 발전을 이뤄내려면 지지하는 정당 분포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광주 민심엔 민주당의 압도적 지지와 함께 견제 필요성에 공감하는 역설적인 여론이 녹아 있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광주에서 8석을 석권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그 가운데 최대 격전지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출마한 광주 광산을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광주 현지에서 적지 않은 ‘이낙연 비토 기류’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 대표의 광주 출사표는 미풍에 그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새로운미래 인사는 “지역구 한 석 얻자고 이낙연 대표가 이곳에 출마한 것이 아니”라면서 “광주 내부에 팽배한 민주당 일변도 정서에 도전하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이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걸고 이번 선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현지 취재 중엔 과거 민주당 선거 캠프에서 함께 활동하던 민주당 관계자와 새로운미래 관계자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광주=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