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문별로 조직 존재, 대표 직속 ‘미래사업기획단’도 출범…전반적 조율 ‘사업지원TF’ 역할 확대 전망
#갈수록 필요성 절실한 신사업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대형 M&A(인수합병)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며 “대형 M&A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올해는 관련 계획이 나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전장 전문 업체 하만을 80억 달러(당시 기준 약 9조 원)에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형 M&A가 없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삼성전자는 안팎으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냈다.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기도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2022년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제일모직·삼성물산의 부당 합병 관련해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 재판은 2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 부진 탓에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매출은 2022년 98조 원에서 2023년 67조 원으로 32.36% 줄었다. 또 DS부문은 2022년 24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2023년 15조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며 적자전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전체 매출도 2022년 302조 원에서 2023년 259조 원으로 14.33%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조 3766억 원에서 6조 5670억 원으로 84.86% 줄었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아 신사업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표들의 하락 전환과 2024년 2분기부터의 메모리 반도체 업황 단기 둔화 전망에 근거해 삼성전자에 대해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하만과 같은 대형 M&A는 없었지만 신사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며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로봇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83%를 투자했고, 하만을 통해 오디오 플랫폼 ‘룬’을 인수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조직, 커지는 TF 역할
삼성전자 내에는 대표이사 직속 조직부터 시작해 사업부 조직 등 다양한 형태의 신사업 조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에는 신사업 관련해 수많은 소규모 조직들이 있으며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조직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업부문별로 신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DX(스마트폰·TV·생활가전)부문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DX부문 산하에는 신사업 개발 조직인 신사업TF와 비즈니스개발그룹이 있다. 백종수 삼성전자 부사장이 신사업TF장과 비즈니스개발그룹장을 겸하고 있다. 신사업TF는 DX부문 소속인 만큼 기존 DX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신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DS부문도 신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DX나 DS부문의 현 사업에서 벗어난 장기적 관점의 신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대표이사 직속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부회장급 조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해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미래사업기획단장은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 맡고 있다. 전 부회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그는 삼성전자 커리어 대부분을 DS부문에서 보냈다. 전 부회장은 2017년 삼성SDI 사장에 취임하면서 삼성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각 사업부문별 신사업과 동시에 기존 사업과 무관한 신사업을 무한정 지원할 수는 없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이 하락세에 있고 M&A 시장도 냉각기를 지나고 있어 공격적으로 M&A를 진행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화가 한층 더 중요해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각 신사업 조직의 관계 등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중복 투자나 내부 의견 충돌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미래사업기획단은 신사업으로 로봇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 DX부문도 로봇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DX부문 산하에 로봇사업팀이 있으며 올해 주행 보조 로봇 ‘봇핏’을 출시할 계획이다. 미래사업기획단으로서는 삼성전자 DX부문과 영역이 겹치지 않게 로봇 신사업 및 M&A를 진행해야 한다.
전반적인 조율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서 맡고 있다. 사업지원TF는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의 미래 전략과 인사 전반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 M&A도 사업지원TF 소속인 임병일 삼성전자 부사장이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미래 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사업지원TF는 지원과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M&A와 관련해 정현호 부회장의 발언력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옛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고, 2017년에는 사업지원TF장에 취임했다. 정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에 이은 삼성그룹 2인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사업지원TF 신설 당시 “각 회사 간, 사업 간 공통된 이슈에 대한 대응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협의하고 시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조직을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